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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위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 20경기 이상 남아 있다. 지난해 우리는 꼴찌 팀이었다. 1라운드 때 빵빵 터뜨렸으니 이제 떨어질 때도 됐다.”
OK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김세진 감독은 시즌을 길게 보고 있었다. 비록 2라운드 막판부터 팀이 3연패에 빠지며 삐걱거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선수들에게 질책도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리고 선수들은 연패 사슬을 끊으며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했다. 시즌 초반 8승 2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다 2라운드 막판부터 지난 6일 현대캐피탈전까지 3연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자칫 이날 경기마저 패했다면 연패가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급하게 선수들을 보채지 않았다. 지난 6일 현대캐피탈전에서 패한 뒤 김 감독은 선수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나 한 잔 하자”고 말했다. 10일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은 “3연패를 당하고 진 경기에 대해 아무런 말도 안 했다. 세상에 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여기서 내가 선수들을 질책하면 더 주눅이 들 것이 뻔해 소주나 한 잔 하면서 털어버리자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얌전하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술도 못 마시고 좋아하지를 않는다”며 “가끔씩 소주 한 잔 하자고 나한테 덤비는 선수가 있으면 좋겠다. 따지거나 대드는 선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시즌을 길게 보고 있다. 그는 이날 경기 전 “대한항공전을 포함해 아직 23경기가 남아있다”며 “우리 팀은 지난 시즌 꼴찌 팀이었다. 1라운드 때 우리가 빵빵 터뜨렸으니 이제 떨어질 때도 됐다”고 말했다. 비록 팀이 3연패에 빠져 있지만 아직 경기수가 많이 남아있으니 시즌 중 이런 고비는 충분히 올 수 있다는 말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에서 패하면 털고 일어나고, 다음에 지면 또 털고 일어나면 된다”며 “시즌이 길게 남아있으니 아직 큰 위기까지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2년차 감독답지 않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OK가 대한항공에 힘겹게 승리하며 3연패에서 벗어나고 홈 7연승 행진을 이어간 후 김 감독은 “정말 힘들어 죽겠다”면서도 “연패를 끊어낸 것에 의미가 있다”고 연패 탈출 소감을 밝혔다.
OK저축은행도 창단 2년차로서 성장이 필요하고 김 감독도 지도자로서 보다 성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의 형님과 같은 든든한 리더십은 서로를 모두 성장시켜 줄 수 있는 충분한 자양분이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왼쪽)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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