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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이렇게 기특한 행보가 있을까. 배우 강하늘이 무대로 돌아왔다. '대세'라 불리며 그 자리와 분위기에 심취해도 됐을 이 젊은 배우는 다시 자신의 고향인 무대로 돌아왔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 들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비교적 빨리 무대에 다시 섰다.
강하늘이 출연하는 연극 '해롤드&모드'는 세대를 초월한 청년과 할머니의 순수한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 강하늘은 19세 학생 해롤드로 분해 연극계 대모 박정자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강하늘은 최근 연극 '해롤드&모드' 제작발표회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이 워낙 좋다는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 같다. 스케줄만 보면 사람들이 '힘들 것 같다, 쉬면서 하라'고 하는데 나한테 개인적으로 이게 쉬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행복하다"고 입을 열었다.
▲ "더이상 공허한 상태로 있을 수가 없었다"
강하늘은 현재 케이블채널 tvN '미생' 촬영을 비롯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연극 무대까지 오른다고 하니 그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는 "스케줄 소화는 어떤 식으로 소화해내야 하는지 방법이 없다. 그냥 무작정 다 하고 있다. 해야 한다. 왜냐하면 더이상은 공허한 상태로 있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타이밍에 연극 스케줄을 소화해낸다는 건 욕심이다. 근데 '지금 이 템포만 쉬었다가 다음에 연극을 하자' 그런 마음이 안 들더라. 공허한 마음이 그만큼 컸다. 매체 연기라는걸 할 때마다 순발력이 얼마나 필요한가. 그 순발력을 키우는데는 도움이 많이 되겠지만 내가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것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100을 할 수 있으면 120, 130 하는게 아니라 계속 순발력이 떨어지고 100에서 더 깎아지더라. 이 상태로 가다가는 밑천이 드러날 것을 나도 알았다. 연극을 통해 부족한 것을 메꾸는 작업 중이다."
공허함을 채우고 있기 때문일까. 강하늘은 이 상황에서 연극을 소화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위 시선을 보기 좋게 날려 버리고 있다. 그는 "처음엔 '과거에 내가 잊고 싶었던 부분이 다시 떠오르면 싫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는데 막상 가서 부딪쳐 보니까 좋더라, '아 맞다. 내가 처음 연기 배울 때 이랬어'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며 "주변 사람들이 쉽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난 되게 쉬웠다. 난 부족했고, 쳐야 될 게 필요했었고 난 그게 연극이라 생각했었다"고 고백했다.
'대세'라고 불리는 만큼 불편한 부분이 생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는 "주위에서 사진 찍어 달라거나 그러면 친구들이 '진짜 불편하게 산다'고 한다. 근데 나는 아직 너무 그렇게까진 안봐서 그런가 불편한게 없다. 사진 찍자고 하면 내가 고마운 거다. 내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는 아직까진 없다. (김)우빈이가 '네가 아직 덜 그래봐서 그런다'고 했는데 난 괜찮더라. 아예 안 즐긴다고 하면 거짓말이다"며 "오늘도 버스 타고 왔다. 사람들이 못 알아 본다. 얼마나 편하게 다니는데.. 버스도 얼마나 싸고 좋은가. 알아보면 버스에서 같이 사진도 찍고 한다"고 털어놨다.
"원래 뮤지컬을 조금 하다가 매체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서 진짜 뼈 빠지게 두달간 연습했는데 관객이 별로 없어 빨리 막을 내리는 작품이 많아 마음이 아팠고 그 상황이 화가 났다. 매체로 나가 내가 조금이라도 더 알려진 뒤 앞으로 더 좋은 연극, 뮤지컬만 선택할테니 날 보러 와서 이 작품을 알아가고 더 좋은 사람들, 좋은 선배, 후배들을 알아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사실 조금 건방질 수도 있는데 '지금 연극을 하면 이 작품을 많은 분들이 볼 수 있겠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질 수 있겠다, '미생'이 잘 됐으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미생' 김원석 감독님께 감사하다. 잠깐 나오는 에피소드 주인공들도 무대에서 찾아주시는 게 정말 고맙다."
▲ "내 원동력은 항상 부담감이었다"
연기에 대한 공허함이 컸던 만큼 그가 선택한 연극 '해롤드&모드'는 그의 공허함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작품이다. 연극계 대모 박정자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연극배우였던 부모님 역시 박정자와 함께 한다는 말에 '당연히 해야한다'고 했을 정도다.
강하늘은 "박정자 선생님은 '나는 너다' 조마리아 여사님을 연기하고 계시다는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처음 봤을 때 내겐 위인의 어머니 같은 느낌이었다. 위인전 읽으면 위인의 어머니도 항상 위인 같지 않나"라며 "처음 만나 얘기를 조곤조곤 해주시는데 그 때부터 '이래서 박정자 선생님이구나' 했다. 그냥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먼저 나오더라"고 밝혔다.
그는 선배들의 기대가 부담되지 않냐는 질문에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항상 부담이었다. 어려서부터 내 능력보다 더 내 능력 밖의 역할들을 항상 맡아 왔다. 그래서 그 역할들을 해내기 위해선 실수는 용납되지 않았다. 무조건 잘 해야만 했고 잘 했어야 했다"며 "항상 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계속 연기할 수 있게 한건 부담감인데 그런 많은 것들이 부담은 된다. 부담 되지만 이걸 어떻게 이겨낼까, 이런 고민도 사실 저한테 어떻게 보면 조금 재미다"고 말했다.
앞선 무대에 섰던 6명의 해롤드와의 비교도 부담은 없다. 그는 "나한테는 첫 작품이다. 어떻게 하면 해롤드를 조금 더 관객들에게 공감시키고 이해하게 만들까를 고민하지 지난번에 이렇게 했으니가 이번엔 다르게 해야지 이런 생각은 안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꿈꾸고 있는 '헤드윅'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생각일 것 같다. 뮤지컬에 대한 좋은 감정을 심어준 작품이 '헤드윅'인데 볼 기회가 많았는데도 일부러 한 번도 안 봤다. 내가 나중에 할 때 괜히 따라하게 되고 잔상이 떠오를까봐 그랬는데 내가 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내가 하고나서야 '헤드윅'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강하늘입니다"
강하늘은 또래 배우들에 비해 확실히 성숙한 배우로 통한다. 어린 나이에도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하고, 역할 소화에 있어서도 진중한 모습이 돋보인다. 스타보다 진짜 배우가 되고 싶은 고민과 노력도 엿보인다.
이와 관련, 강하늘은 "이렇게 확고할 수 있는건 주변에서 연기하는 사람들 영향이 컸다. 같이 연기 연습하는 학교 안의 또래 학생들이나 선배들, 후배들을 보며 '난 저렇게 안 해야지' 하는 게 컸었다. 그 사람들한테 뭔가 배움을 받았다기보다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가 제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때 '천상시계'라는 작품을 했는데 덜컥 장영실 역을 주셔서 당시 질투도 많이 샀다. '돈 주고 들어갔다', '잔디 깔아줬다' 그런 얘기도 많았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 잘 해야했다"며 "대학교 때도 중앙대학교 50주년 기념 공연 '햄릿'을 했는데 1학년이었는데 덜컥 햄릿이 됐다. 그러니 얼마나 부담감이 많았겠나. 내가 선택해서 한 것도 있었지만 주어진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하고 싶은 적도 굉장히 많았다. 근데 또 다른 의미로 쉬운 길로 갈 수는 있는데 그러면 내가 얻을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못하고 깨지고 부서져도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익숙해지고 많은 것들을 알아감에 있어 쉬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그러면 빨리 되고 마음도 편하겠지만 나한테 얻어지는게 없겠더라. 그런 것들이 너무 싫다"고 말했다.
"어디서나 얘기하는 꿈이 있는데 남들한테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강하늘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거다. 글 쓰는 작가님도 어디 가서 내가 작가라고 얘기하는 게 힘든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다. 아직 당당하게 나한테 배우라고 말 못한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때가 오는게 내 꿈이다. 배우로 남고 싶다는 이런 거창한 말보다는 가늘게 얹혀 가면서 연기 하고 싶다.(웃음) 관객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변화시키고 진화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해롤드&모드'는 굉장히 아름다운 동화 같은 내용이다. 가슴 따뜻해지는 힐링 연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강하늘이 출연하는 연극 '해롤드&모드'는 내년 1월 9일부터 2월 2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강하늘. 사진 = 샘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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