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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원주 김진성 기자] “웅이? 연락도 잘 안 해.”
KCC 허재 감독은 12일 동부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동부의 출전오더를 받자 두 눈을 부릅떴다. 허 감독은 “아니, 웅이가 왜 들어간 거야?”라고 했다. 동부 김영만 감독은 10일 전자랜드전 직전 허웅의 이날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허웅은 11월 25일 KGC인삼공사와의 홈 경기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쳤다. 이후 5경기서 결장한 허웅은 이날 KCC전서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허 감독은 이 모든 걸 전혀 몰랐다. 허 감독은 “남의 팀에 있잖아. 연락도 잘 안 해”라고 했다. 특유의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허 감독은 이내 “올 시즌에 딱 한번 연락 했어. 다치고 나서 괜찮은가 싶어서 내가 연락해봤지”라고 했다. 허 감독은 아들이 다친 뒤 딱 한번 전화를 건 것 외엔 전혀 연락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코트에선 엄연히 적인 만큼, 괜히 오해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허 감독은 은근히 아들 사랑을 드러냈다. “걔(허웅)가 장남이라 말수도 적고 생각도 많은 편이야. 동생(허훈)하고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라고 했다. 허웅의 그런 진중한 성격이 농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허 감독 생각. 허 감독은 아들 얘기를 짧게 하고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렸지만, 확실히 아들을 아끼는 게 드러났다. 어쩔 수 없는 아버지였다.
그렇게 두 부자의 올 시즌 두번째 맞대결이 열렸다. 허웅은 11월 15일 전주에서 열린 2라운드 경기서 31분5초간 6점 6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당시 동부는 승리했고, 허웅은 아버지에게 비수를 꽂았다. 1라운드 개막전에 출전하지 않았던 허웅은 이날 복귀전서 아버지와 사상 두번째 부자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두번째 부자 맞대결은 싱거웠다. 김영만 감독은 “아직 체력이 안 되기 때문에 10분 내외로 출전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그동안 쉬었기 때문에 갑자기 긴 시간 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 허웅은 1쿼터 2분17초를 남기고 투입돼 곧장 KCC 신명호와 매치업됐다. 이후 간간이 모습을 드러난 허웅은 10분24초간 2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특유의 재간은 살아있었다. 빠른 발로 동부 앞선 수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KCC 벤치멤버들의 기동력을 지속적으로 따라잡는 건 불가능했다. 김영만은 베테랑 박지현과 두경민을 주전으로 기용했다. 더구나 이날 동부 특유의 변형 3-2 지역방어 위력이 그리 썩 좋지 않았다. KCC가 외곽포로 곧잘 공략했다. 때문에 몸 상태가 100%가 아닌 허웅을 그리 오래 출전시킬 정도로 동부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영만 감독은 “선수들이 좀 더 터프하게 수비를 해줬으면 좋겠다. 웅이가 들어가면 앞선에서 터프하게 달라붙기 때문에 수비력이 좋아진다”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허웅의 출전시간을 길게 가져가야 팀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 김 감독은 허웅의 출전시간을 점점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부자 맞대결은 싱거웠다. 그러나 정확히 2주 뒤인 26일 다시 원주에서 동부와 KCC가 맞붙는다. 그때쯤이면 허웅의 몸 상태가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2주 후에는 부자가 다시 제대로 맞붙을 것 같다.
[허재 감독과 허웅.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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