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대전구장을 수놓을 'T 포즈'를 기대하라.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새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은 자신을 '토니 플러시(Tony Plush)'라 일컫는다. 줄여서 'T-플러시'라 쓴다. 세리머니도 한결같다. 손으로 알파벳 'T'를 만들어 보인다. 야구만 잘한다면 올해 펠릭스 피에의 쇼맨십에 환호하던 한화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것 같다.
한화는 전날(12일) 모건과 총액 70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지난 5월 당한 무릎 부상 때문에 메디컬테스트가 다소 길어졌지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집도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프랭크 조브 클리닉에서 받아든 검진 결과다. 지난 6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에서 꾸준히 재활에 매진한 결과다.
먼저 성적을 살펴보자. 2007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빅리그 커리어를 시작한 모건은 메이저리그 통산 598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2리 12홈런 136타점 120도루를 기록했다. 2009년 내셔널리그(NL) 타율 10위(0.307)에 같은 해 도루 2위(42개), 2010년 도루 3위(34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의 소유자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퇴단한 뒤 올해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15경기 타율 3할 4푼 1리(41타수 14안타) 1홈런 6타점 3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도루 성공률은 70.1%(120/171).
지난해에는 일본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서 108경기에 출전, 타율 2할 9푼 4리 11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적응 실패로 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으나 이후 반등에 성공, 주로 3번 타자 중견수로 나섰다. 존재감은 대단했으나 약한 어깨와 금액 차이 등이 걸림돌이 돼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굉장히 특이한 캐릭터를 지닌 모건이다. 메이저리그 시절 대표적인 악동으로 꼽혔다. 2010시즌 자신에게 야유를 보내는 관중에게 공을 던져 7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고, 두산 베어스서 뛰었던 투수 크리스 볼스테드(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의 위협구에 마운드로 달려나가 주먹을 휘둘러 징계를 받기도 했다. 밀워키에서 뛴 2011년 포스트시즌에는 "나는 크리스 카펜터(당시 세인트루이스)가 싫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사고뭉치가 따로 없었다.
그런데 일본 진출 첫해인 지난해부터 확 바뀌었다. 기자는 지난해 7월 15일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모건의 플레이를 직접 지켜보기도 했다. 화려한 쇼맨십은 여전했지만 의외로 전혀 사고를 치지 않았다. 팬들은 물론 요코하마 나카하타 키요시 감독과 선수들에게도 사랑받았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는 일본어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인사하는 예의 바른 사나이였다.
세리머니는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안타를 치거나 타임을 요청할 때, 심지어 평범한 뜬공을 잡은 뒤에도 두 손으로 알파벳 'T'자를 그려 보였다. 일반적으로 두 손을 쭉 펴고, 오른손 끝 마디를 왼 손바닥에 갖다 대는 자세다. 결정적인 홈런을 친 뒤에는 홈을 밟을 때까지 이른바 'T 포즈'를 풀지 않았고, 하이파이브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은 물론 나카하타 감독과 코치진, 팬들도 'T 포즈'를 따라하며 화답했다. 요코하마스타디움에는 그야말로 'T' 물결이 넘실거렸다.
열정으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화 팬들도 'T 포즈'에 중독될 듯하다. 모건이 결정적 순간 안타나 홈런을 치고 'T 포즈'를 취하면 팬들이 화답하는 방식이다. 일본 시절에는 팬들에게 'T 포즈'를 요구(?)하며 호응을 유도했다. 인기가 무척 좋았다. 일본 야구 팬들은 지난 4월 일본 동영상 사이트 'GYAO'에 모건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오자 "당장 돌아오라", "요코하마가 아니더라도 일본에 돌아오면 경기를 보러 가겠다", "그립다"는 반응이었다. 1년 만에 일본 팬들을 매료시킨 모건이다.
한화에서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뛴 제이 데이비스와 지난해 활약한 피에가 화려한 쇼맨십의 소유자였다. 모건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넘치는 열정과 승부욕도 최근 3년 연속 최하위 한화에 플러스 요인이 될 전망.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무대에서 이미 한 시즌을 뛴 만큼 적응에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모건은 계약 직후 "2번째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는 만큼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말대로만 된다면, 한화 팬들은 시즌 내내 'T 포즈'를 취해야 할지도 모른다.
[트레이드마크인 'T 포즈'를 취하는 나이저 모건.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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