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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양 강산 기자] "깡패처럼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안양 KGC인삼공사(이하 KGC)와 울산 모비스 피버스의 3라운드 맞대결이 벌어진 13일 안양실내체육관. 경기를 앞둔 이동남 KGC 감독대행이 웃으며 말했다. "진짜 깡패처럼 하라는 게 아니다. (박)찬희와 (오)세근이 둘 다 빠졌지만 자신있고 당당하게, 뭘 하더라도 몸 사리지 말고 해달라는 주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현재 KGC는 정상 전력이 아니다. 오세근이 발목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 대행에 따르면 오는 18일 엑스레이를 찍어본 뒤 복귀 시점을 결정할 예정. 설상가상으로 박찬희는 지난 11일 서울 삼성 썬더스전이 끝나고 장염 증세를 호소해 이날 결장했다. 이 대행은 "어제 링겔을 맞았는데 오늘 아침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차와 포를 다 떼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상대는 최근 4연승 중인 리그 선두 모비스였고, KGC는 최근 모비스전 7연패에 빠져 있었다.
밑질 게 없었다. 이 대행은 "매 경기 포커스가 있다. 오늘은 사력을 다 해보겠다. 모비스전 연패는 계산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도 밑지는 게 없으니 사력을 다해서 뛰어 보고 좋은 주말 보내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KGC는 리온 윌리엄스-이원대-강병현-최현민-양희종이 먼저 코트를 밟았다. 오세근과 박찬희가 모두 빠지니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 감독의 말대로 사력을 다해 뛰었다. 돌파와 몸싸움에도 적극적이었다. 전반에는 모비스 양동근과 박구영을 무득점으로 묶었다. 이원대와 강병현, 김윤태가 번갈아 나선 가드진의 발빠른 움직임도 돋보였다. 전반을 31-27로 앞선 채 끝냈다.
3쿼터 들어 그야말로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양희종의 더블클러치로 기분 좋게 3쿼터를 시작했고, 김윤태의 미들슛을 더해 35-27로 격차를 벌렸다. 이날 최다 점수 차였다. 35-29 상황에서는 양희종의 3점포와 김윤태의 돌파에 이은 레이업으로 40-29까지 달아났다. 한 번 분위기를 타니 무서웠다. 전성현의 3점포와 윌리엄스의 팁인, 김윤태의 3점포로 격차를 52-33까지 더 벌렸다.
쿼터 막판 추격을 허용하며 56-47까지 격차가 줄었다. 3쿼터 중반까지 잘 막던 양동근에 연속 득점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플레이를 이어갔다. 4쿼터 초반 전성현의 득점인정 반칙에 따른 자유투와 이원대의 3점포로 다시 격차를 벌렸다.
58-68 상황에서 연속 실점하며 5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으나 또 한 번 힘을 낸 KGC다. 승부처에서 당황하던 고질병이 사라졌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수비를 펼쳤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종료 3분여를 남기고 김윤태와 최현민이 레이업으로 연속 득점을 올렸고, 윌리엄스는 골밑 득점을 추가했다. 종료 1분 50초를 남기고 75-64까지 달아났다. 김윤태는 공격리바운드까지 잡아내며 힘을 보탰다.
KGC는 75-67로 앞선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김윤태가 또 한 번 3점포를 터트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9점 1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던 윌리엄스는 호쾌한 리바운드 덩크로 승리 확정 축포를 쏘아 올렸다. 21점 20리바운드, 20-20 달성 순간이었다. 결과는 80-67로 KGC의 완승.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한 KGC의 일명 '깡패농구'가 이날 승리를 만들어냈다. 윌리엄스(21점 20리바운드)와 김윤태(20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전성현(12점), 최현민(10점)이 나란히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도왔다. 이 대행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로 선수들을 맞이했다. KGC로선 전 구단 상대 승리까지 더해 기쁨 두 배였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경기 전에 깡패처럼 한 번 해보자고 했다"며 "쇼타임이 2시간인데, 그 시간만큼은 본인들을 위해 깡패로 탈바꿈 해보자고 강조했다. 들어간 선수마다 제 몫을 다해줬다"고 칭찬했다.
[KGC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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