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천만 감독은 괜히 천만 감독이 아니다. 윤제균 감독을 보면 알 수 있다. 5년 만에 신작 '국제시장'으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끝마친 윤제균 감독은 관객들의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며 웃음과 눈물을 뽑아낸다.
'국제시장'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덕수를 통해 그 때 그 시절 오직 가족들을 위해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덕수의 인생은 고난 또 고난의 연속이다. 흥남철수 중 아버지와 동생을 잃고, 피란민이 돼 도착한 부산에서는 어린 가장으로서 한 가정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다. 청년이 된 후에는 동생의 등록금을 벌기 위해 파독 광부로 지원, 목숨을 담보로 한 돈벌이에 나선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여동생의 결혼자금이 문제다. 그래서 다시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향한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그에게 돌아온 건 식구들의 행복과 자신의 절뚝이는 다리밖에 없다. 한 배를 진두지휘하는 선장이 되고 싶었던 꿈은 사치일 뿐이다. 그의 부인 영자의 말처럼 덕수에게 자신의 인생은 없다. 단지 한 가장으로서의 인생만 있을 뿐이다.
이후 덕수가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잃어버린 가족 찾기에 나서고, 한참의 세월이 흘러 자식들에게 꼬장꼬장한 늙은이 취급을 받기 까지. 파란만장한 덕수의 삶은 한 개인의 인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살아 온 많은 아버지들의 삶과 닮아 있다.
윤제균 감독은 덕수라는 한 인물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윤제균 스럽게' 풀어낸다. 아비규환 같은 피난길을 보여주는 신들은 한 편의 전쟁영화처럼 거침이 없고 그 과정에서 먹먹한 이별을 선보이며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타지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모습을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안에 달달한 사랑을 녹여내 위로를 전한다. 여기에 위트 넘치는 대사와 상황을 벌여 놓음에도 묵직한 한방으로 코끝을 찡하게 한다. 전형적 모습도 있지만 '전형적'인 상황을 손 안에 가지고 노는 윤제균 감독은 그 안에 재미와 감동을 녹여내며 또 한편의 '윤제균표' 영화를 완성시켰다.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 등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안기는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 할 것 없고, 아역 배우들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다. 쟁쟁한 성인 연기자들과 비교해도 뒤질 것 없는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감동과 웃음을 책임진다. 여기에 철저한 고증으로 탄생한 그 때 그 시절의 거리, 쌓여 있는 나무 박스 하나도 당시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추억이 될 전망이다. 젊은 세대라면 아버지가 살아온 과거를 엿보는 즐거우면서도 뭉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덕수는 혼잣말로 "아버지, 산다는 게 참 힘이 듭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네 아버지들은 아버지라는 이름 속에서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을 위한 영화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위한,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둔 사람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힐링영화가 되길 기대해 본다. 오는 17일 개봉.
[영화 '국제시장'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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