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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천재 세터'가 되진 못했지만 '천재 서버'가 되기엔 부족함이 없다. 김천재의 효과적인 서브를 빼놓고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이하 OK)의 순항을 논할 수 없다.
전날(15일) 대전 삼성화재전은 김천재의 존재감이 폭발한 한판이었다. 교체 출전해 서브득점 하나를 기록했다. 서브득점은 단 하나뿐이지만 안정감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1세트와 5세트 승부처에서 흐름을 가져온 것도 다름 아닌 김천재의 서브였다. OK는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5-20 25-20 20-25 18-25 15-9) 승리를 거뒀다. 김세진 OK 감독은 "김천재가 오늘 경기를 이기게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보다 더한 칭찬은 없었다.
2010~2011시즌 수원 한국전력에서 데뷔한 김천재의 포지션은 세터. 그런데 서브 스페셜리스트로 더 유명했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주축 세터들이 이탈한 2011~2012시즌 말미에 잠시 주전 세터를 맡기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결국 2012~2013시즌이 끝나고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을 통해 OK로 이적했다. '천재 세터'로 발돋움하진 못했지만 '천재 서버'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날카로운 서브로 묵묵히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 시즌 76차례 서브를 시도해 범실은 단 7개뿐이다. 서브 부문 통산 성적을 봐도 안정감은 대단하다. "서브범실이 너무 많아 문제"라던 김 감독이 분위기 전환 카드로 김천재를 중용하는 이유다. 통산 517차례 서브 시도에서 범실은 66개, 비율로 따지면 12.76%에 불과하다. 동료 로버트 랜디 시몬이나 레오 마르티네스(삼성화재)처럼 강한 서브를 구사하진 않지만 드롭서브의 구질이 무척 까다로워 정확히 받아내기 쉽지 않다는 평가.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게 김천재의 몫이다.
전날 삼성화재전은 백미였다. 김천재는 1세트 19-18 상황에서 김규민과 교체돼 코트를 밟았다. 첫 서브부터 삼성화재 레오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이는 결국 시몬의 오픈공격 득점으로 연결됐다. 곧이어 엔드라인 안쪽에 걸치는 절묘한 서브로 올 시즌 첫 서브득점을 만들어냈다.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김천재의 서브에 흐름을 넘겨준 삼성화재는 레오의 오픈공격마저 OK 김규민의 블로킹에 차단당해 추격 의지가 꺾였다. 한 번 잡은 흐름을 이어간 OK는 25-20으로 1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세트스코어 2-2로 맞선 5세트에서도 김천재가 존재감을 발휘했다. 팀이 9-7로 앞선 상황에서 김규민과 교체돼 코트를 밟았고, 또 한 번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놓았다. 이후 OK는 시몬이 3연속 득점을 만들어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상대 리시브를 흔든 덕택에 수비도 한층 수월해졌다. 삼성화재로선 리시브가 흔들리다 보니 레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2-7이 될 때까지 레오의 2차례 공격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중앙 후위공격은 시몬의 블로킹에 잡혔다.
서브범실을 최소화하며 상대 리시브를 흔든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표본은 크지 않아도 시즌 서브범실률을 10% 아래로 떨어트리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김천재는 잘해내고 있다. 김 감독은 "각자 위치에서 제 몫을 해주는 게 중요한데, 김천재가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원포인트 서버'가 아닌 '서브 스페셜리스트'가 더 어울린다. 이제는 본인의 이름처럼, '천재 서버'로의 업그레이드를 꿈꾸는 김천재다.
[OK저축은행 김천재. 사진 =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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