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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데뷔 14년차임에도 겸손하다. 그저 자만을 경계하고 자신감을 드러낼 뿐이다. 과하게 뽐내려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매력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솔직 당당. 뮤지컬배우 윤공주에게는 그야말로 좋은 에너지가 풍겨 나온다. 배우를 떠나 인간적으로도 참 예쁘다.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만난 윤공주에게선 신인배우보다 더 설레는 표정이 보였다.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신나는 마음을 감추질 못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 출연중인 윤공주는 현재 배우 인생에 있어 그 어떤 때보다도 설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공주가 출연중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세계적인 뮤지컬 거장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의 최신작으로 상류계급의 호사스러운 삶을 사는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가난과 궁핍 속에서 고통 받는 하류계급의 여인 마그리드 아르노의 엇갈린 운명과 거대한 역사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다루고 있다.
가난한 세계에 속한 마그리드 아르노 역을 맡은 윤공주는 "원래 공연을 하면서 적응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에 좀 색다른게 첫공연부터 생각했던대로 모두 다 잘 됐다. 확신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서 더 집중하고 싶었는데 첫공연 때 연습 당시 못 느꼈던 것을 느꼈을 정도로 달랐다"고 입을 열었다.
▲ "편안하고 진실되게 해보자"
참 신기하게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윤공주에게 많은 변화를 느끼게 한다. 휴식기 동안 생각의 변화도 있었고, 그런 찰나에 작품을 만나게된 만큼 마음가짐, 느낌 등 모든 것이 다르고 설렌다.
윤공주는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떨림보다 역할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연습 때 나오지 않았던 내가 무대에서 나오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다. 나도 모르게 마그리드의 심정이 표현되는 것 같다"며 "그래서 오히려 익숙해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연기하는거지만 조금 더 진실되게 표현될 때 관객들도 그걸 느끼는 것 같더라"고 밝혔다.
그는 "항상 나는 배워 가면서 더 발전하려 한다. 내가 부족한 걸 난 잘 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너무 부족한걸 아니까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근데 이게 장점일 수도 있다고 본다"며 "사실 자신감을 더 가져도 됨에도 불구 그렇지 못한 부분이 더 있긴 하다. 근데 어차피 안 변하더라. 이제 그걸 받아들이고 더 보완하면서 잘 하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좀 쉬면서 점점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배우니까 당연한거지만 요 몇년 사이에 더 생각이 많아졌다. 노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작품 안에서 역할에 대해 더 표현하고 싶은 게 커졌다. 노래는 기본이고"라며 "작품을 보는 시각이 더 넓어진 것 같다. 쉬면서 연극,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최근에 극단 간다 작품을 보게 되면서 상대방과의 호흡과 집중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연기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척하고 싶지 않다. 더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거부감 느껴지지 않게 다가가고 싶다.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집중하면서 과하지 않게 표현하고 싶다. 그게 기본인 것 같다. 마음가짐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확 변하겠나. 이러면서 또 다르게 깨닫는 게 있을 거다. 매 순간, 내 삶 속에서도 다 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발전해 갈 것이라 믿는다. 완벽주의자라 잘 하려고만 하는 게 강했는데 요즘에는 2% 부족해도 편안하고 진실되게 해보자는 생각을 한다."
▲ "마그리드와 나는 비슷한 게 많다"
변화하는 시점에 '마리 앙투아네트' 마그리드를 만난 것은 참 다행이다. 그는 "작품 안에서 마그리드가 말하고자 하는게 뭘까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강하게 하는걸 생각했을텐데 이번엔 큰 그림을 그리려 했다"며 "예전 작품도 좋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다. 그 때도 물론 진실되게 했지만 확실히 지금 좀 더 여유가 생겼고 아무래도 깊이가 생기는 것 같다. 살아가는 삶 자체 안에서 쌓인 경험들이 작품고 연기에 녹아난다. 그래서 연기는 참 끝도 없고 재밌다"고 고백했다.
이에 윤공주는 '마리 앙투아네트'에서는 겉으로 강해서가 아니라 여리여리한 아이가 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오히려 더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로즈 베르텡 역 김영주의 조언이 더욱 와닿은 것도 이 때문.
김영주는 윤공주가 "저는 카리스마가 없는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 놓자 "마그리드는 카리스마가 아니야. 마그리드는 진정성이야"라고 조언했다. 여전히 배우 수첩을 읽으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김영주 조언에 윤공주는 "혼란스러울 때마다 그렇게 딱 얘기를 해준다. 이번에도 언니가 얘기를 딱 해주니까 거기에 또 힘을 받아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입체적인 인물을 어떻게 잡아 가겠다는 숨은 의도는 없다. 대본에 있는 것들을 진짜로 표현하기만 해도 마그리드와 작품 자체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알 지 못했던 내 안의 정의를 깨닫고 혼란스러워 하고 '정의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과정이 대본 안에 모두 들어 있다.
윤공주는 "대본에 있는 모든 것들이 진실이라고 생각해야 관객들에게 더 깊이 전할 수 있다. 보니까 마그리드와 나는 비슷한 게 많다. 여려 보일 수도 있지만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욱하고 그런 게 있다"며 웃은 뒤 "내가 그 시대 마그리드였다면 그렇게 했을 것 같다. 내 안에 마그리드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정답이 아닐 때도 분명 있겠지만 난 내가 정의로운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 "노력하면 다 이루어진다는걸 믿는다"
사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마그리드 아르노의 이야기가 주축이 된다. 한국 뮤지컬계에 여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더 부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공주는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멋있게 잘 해야 한다기 보다 항상 어느 작품이든 베스트로 하려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나 상대역이 여배우라 느껴지는 차이점은 있다. 그는 "거의 이런 작품이 처음이니 얼마나 기대 됐겠나. 여자가 상대역이니까 되게 신기했다. 그리고 워낙 대단한 배우들이라 그들은 또 어떨까라는 호기심과 기대, 설렘도 있었다. 남자 배우를 만나기 전 설렘과는 또 다른 것들이 있더라. 겁도 많이 났지만 보면서 배운 것도 너무 많았다. 좋은 것들을 흡수하려 했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해 깨닫는 과정을 거친 뒤, 동료 배우들의 좋은 점을 흡수하며 작품 전체를 그리려는 배우는 누구에게나 좋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타고난 체력과 끈기는 물론 끊임 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는 노력이 있기에 이런 모습도 가능할 것. 그만큼 자신이 가진 것도 풍부한 배우가 윤공주다. 그래서 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도 한다.
윤공주는 "더 잘 하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다. 내 감정에 취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항상 '왜'를 생각한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 하려 한다. 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며 "나는 특별하게 잘난 사람이 아니었다. 한눈에 예쁜 외모도 아니고 천재적으로 연기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노래를 대단히 잘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하지만 점점 잘 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력을 하니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도 이렇게 '마리 앙투아네트' 무대에도 오르고 인터뷰도 한다. 타고난게 잘나지 않은 나도 한다. 노력하면 다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노력하면 다 이루어진다는걸 믿는다.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뭔가가 조금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다 즐겨야 한다. 난 열심히 하는게 재밌더라. 그게 게임 갖고 놀이 같다. 안 올라가던 음이 올라가니 재밌고, 게임을 풀어가는 과정처럼 하니 즐기게 되더라. 무조건 노력만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무식한 방법인데 지름길로 못 가고 돌아서 지금의 길로 왔지만 다 차이점일 뿐 즐기고 있다."
한편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는 2015년 2월 1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윤공주 공연 이미지.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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