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감동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한국 독립영화의 르네상스를 불러올 수 있을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76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노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통해 그들이 공유한 행복, 슬픔, 아픔, 기쁨, 사랑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아낸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진모영 감독은 "이 영화를 시작하면서 그 이야기를 했다. '최'자를 다 해봤으면 좋겠다고. 최고, 최다, 최장 그런 게 있지 않나. 사실 그 이야기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대해 한 말은 아니었다"며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들이 있다. 내 영화 하나가 잘 돼서가 아니라 이 영화 한 편이 어떠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들을 한다. 독립 영화, 독립 다큐멘터리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 길을 열거나 트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에 대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바람대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최'자 타이들을 달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단기간 흥행 성적을 경신하며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3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2009년 개봉 후 역대 다큐멘터리 영화 흥행 1위를 고수 중인 '워낭소리'(누적관객수 296만 2897명)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진모영 감독은 "기쁘고 좋다. 되게 영광이다. 하지만 '영화가 잘 만들어졌어', '관객들이 밀려와서 기뻐' 이런 것들은 아니다. 동료 선후배들도 격려해주고 자신의 일처럼 같이 기뻐해준다. 처음 이 작업을 할 때부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어떠한 소통을 해보자며 시작했다. 수 없이 많은 건강한 다큐멘터리 영화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은 감히 우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운 한파 속 극장가를 훈훈히 물들이고 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그렸음에도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을 만족시키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런 현상에 진모영 감독 또한 놀랐다고.
진모영 감독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노인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저렇게 사랑을 해보고 싶고, 그 사랑을 영원으로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사실은 놀라운 것"이라며 "처음에 40~50대 관객을 보고 만들었다. 그 분들은 나이 든 부모님이 있으니까. 그러면 여러 생각이 들 수 있지 않나. 내 사랑은 희미하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은 안타깝고, 우리도 이렇게 사랑을 했으면 좋겠고, 사랑에 대한 마음이 생겨 부부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열망도 있고, 부모님에 대한 열망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20대 30대가 와서 보기에 뭔가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진모영 감독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가는 20대 관객을 붙잡고 그 이유를 물어봤다고.
진모영 감독은 "20대 관객이 자신들이 연애 주기도 짧고 밀당을 하는 시기에 사는데 자신들도 힘들다고 했다. 자신들도 아름답고 순수하고 그런 완전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사람을 만나서 영원히 사랑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걸 보여주니까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모델로 생각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 조병만 할아버지, 강계열 할머니가 위대한 분들이라 전했다. 이를 위해 박노해 시인 에세이집 '다른 길' 속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는 문구를 인용했다.
진모영 감독은 "이 분들이 우리에게 위대한 걸 보여준 게 아니라 가슴 속의 작고 소소한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신발을 돌려놓고, 손을 잡아주고,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머리를 빗겨주고, '호'해주고 그런 것들이 이분들에게는 습관과도 같이 굳어진 것이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끝까지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위대한 것이다. 그것 자체가 위대한 삶의 길"이라고 말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과 진모영 감독 역시 이런 작지만 위대한 일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관객들에게 독립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있고, 진모영 감독은 현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 갈 테니 말이다.
진모영 감독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관심이 있다. 한국 사람이 역동적이고 트렌드에도 빠르고 가장 일도 많이 하고 고통스러운 삶도 산다. 불안하고 경쟁도 한다. 상징성이 있다. 한국인의 기질이 독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카메라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것들이 가진 힘이 있다고 본다. 전세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공감하는 보편성을 확보한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한 사람이 어떻게 사회와 국가 혹은 우주 같은 큰 세계를 상징하는지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한 단면을 봤을 때 그 물건을 상징하는 게 있듯 현대를 살아가는 특정한 한국인이 보여주고 상징하는 세계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다. 그런 것에 관심이 있고 그런 걸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진모영 감독은 한국 독립 영화, 독립 다큐멘터리가 꾸준히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전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폭발적 사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앞으로 독립 영화들에 대한 대중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진모영 감독은 "사회에 반드시 전해져야 할 메시지라면 할 수밖에 없는 운명들이다. 그게 소수지만 다양한 걸 해내는 독립영화, 독립 다큐멘터리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작은 것들이 다양성을 확보하는데까지 길을 틀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영화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적은 시드머니(Seed money)만 있어도 건강한 콘텐츠들이 나올 수 있다"며 독립영화, 독립다큐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되길 기원했다.
[진모영 감독.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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