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카지' 정성화, "아빠 되니 정신적인 무장 바뀌었다" (인터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정성화가 뮤지컬 '라카지'로 다시 돌아왔다. 초연 당시 흥행은 물론 정성화의 저력을 입증했던 뮤지컬이기에 그를 기다리던 관객들이 많았던 터. 2년 전과 달리 진짜 부모가 돼 돌아온 정성화를 만났다.

뮤지컬 '라카지'는 클럽 '라카지오폴'을 운영하는 중년 게이 부부 조지와 앨빈의 아들 장미셀이 극우파 보수 정치인 에두아르딩동의 딸 안느와 결혼을 선언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린 작품.

극중 정성화는 평소 히스테릭한 성격 탓에 주변을 긴장하게 만들긴 하지만 폭발적이고 감성적인 가창력으로 공연마다 기립 박수를 이끌어 내는 '라카지오폴'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조지의 아내인 앨빈 역을 맡았다.

정성화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라카지' 프레스콜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재공연을 하면 배우가 기대치를 갖게 된다. 그것에 하나도 어긋남이 없는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럴 때 관객 여러분이 좋아해줄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좋아해주셔서 첫공연부터 행복하게 시작했다. 앞으로 정신적으로 무장을 잘 해서 끝날 때까지 아프지 말고 공연 잘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첫공연 때부터 지금까지 잘 맞아 떨어졌다. 라카지걸들부터 시작해서 스태프적인 부분도 굉장히 많이 준비한 느낌이 들더라. 첫공연은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 공연 만큼은 그러지 않았던 것이 돼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정성화는 '라카지' 초연 때와 달리 진짜 아버지가 됐다. 이에 모성애가 돋보이는 앨빈을 연기하는데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는 "자식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막 100일이 됐는데 엊그제 뒤집었다. 정말 사랑스럽고 정말 예쁘다"며 미소 지었다.

"아이를 돌보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공연하는 사람 입장에선 쉽지 않은데 그래도 내 딸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스스로 봤을 때는 '앨빈 역할에 이런 것을 매치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 닮은 딸을 안고 있으면 웃음이 엄청 난다. 그래서 '내 딸이 결혼하면 어떻게 될까, 남자애를 이상한 애 데려오면 얼마나 짜증날까' 그런게 느껴진다.(웃음) '너는 좋은 남자 만나라' 그러고 있다."

정성화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라카지'의 진짜 의미를 강조했다. '라카지'라는 작품의 본질은 성소수자가 아닌 결혼과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의 본질은 결혼과 가족이다. 성소수자로 볼 순 없다. 수박에다 소금을 뿌려 먹으면 더 맛있는 것처럼 가족이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극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성소수자 이야기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그게 부각돼서는 안된다. 가족과 결혼, 이렇게 말하면 좋을 것 같다. 성소수자들의 아들 장가 보내기. 본질은 아들과 장가다"고 설명했다.

또 초연과 비교해 재연에 고민한 부분에 대해 묻자 "일단 드라마가 갖고 있는 이 부분을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주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며 "'초연 때 너무 좋았는데 꼭 바꿔야돼?'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러나 쇼적인 부분이나 그 때 지루했던 부분을 정리하고 드라마적인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서 인물들도 바뀌었다"고 답했다.

그는 "배우 나름대로 2년동안의 세월이 그 사람을 바뀌게 했다. 지난번에 앨빈을 연기할 때보다도 이번에 아들에 대한 마음이 더 애틋해지고 정신적인 무장이 바뀌었다"며 "특별히 이번에는 송승환 대표님도 오시면서 정말 심기일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작품은 정신적으로 무장을 많이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아이 엠 왓 아이 엠'(I Am What I Am)을 노래할 때 재작년엔 이 세상에 대한 일갈 위주로 노래를 하고 표현했다. 나라는 사람을 인정해 주지 않는 세상에 화가 나고 분노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듯한 노래로 했었는데 이번에는 연출님과 이야기를 해서 꼭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내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 작은 차이지만 그런 마음을 갖고 노래하면 어떨까 하며 했는데 그 전과 다른 표현이 됐다."

이어 정성화는 웃음과 감동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라카지'에 대해 "관객들을 재밌게 하고 즐겁게 하는 코미디를 위해 연기하지만 웃음에 끌려가게 되면 진실적인 부분이 나오기가 힘들다는 얘기를 배우들과 심도 있게 얘기했다. 선배님들과 같이 공연하지 않으면 이런 기회가 많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남경주, 전수경 등) 1세대 뮤지컬배우 선배들과 함께 하는데 1세대니까 더 권위적이어야 한다는 것 없이 형님, 누나 이런 느낌이라 더 좋다. 동생들은 받아 들이는 것에 부담이 없다. 그만큼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시니까"라며 "시너지가 괜찮아서 행복한 부분이기도 하다. 옛날에도 느꼈지만 '내가 남경주 선배님이랑 같이 공연을 하게 될 줄이야'라는 생각을 한다. 막상 지금은 형님과 부부가 돼서 이러고 있으니까 격세지감을 느낀다. 배우로서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라카지'는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하다. 관객 여러분들이 작품을 볼 때 저 사람들의 입장이 돼서 같이 호흡해서 가느냐, 아니면 재밌어서 마냥 웃으면서 가느냐 중 하나를 정하지 않고 그 사람들 캐릭터를 그대로 받아 들이면서 그 사람들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배우가 연기할 때 밸런스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배우들끼리 대화를 많이 해야 하고 연출과도 많이 얘기했다."

한편 정성화가 출연중인 뮤지컬 '라카지'는 내년 3월 8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배우 정성화. 사진 = 악어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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