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미생'에는 러브라인이 없습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기승전'연애'가 아닌 우리네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김대리(김대명)부터 사랑스러운 개벽이 한석율(변요한)까지, 극의 리얼리티 숨을 불어넣어준 대리와 사원 캐릭터들은 그동안 익히 봐왔던 드라마 속 본부장 혹은 실장과는 달랐다.
굳이 직장 내 러브라인이 없어도 시청자들이 '미생'에 열광했던 이유는 그 속에서 피어난 대리와 사원 간의 의리, 동지애 때문일 것이다. '미생' 속 4인4색 대리와 신입사원의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 김대리·장그래, 요새 보기 드문 '환상의 커플'
김대리는 스펙이 전혀 없는 장그래(임시완)와의 첫 만남에서 "요새 보기 드문 청년이네"라며 신기해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장그래는 인턴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하게 됐고, 그때부터 김대리와의 독특한 관계가 시작됐다.
장그래는 정글 같은 사회 속에 적응해나갔고 김대리는 그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듯 장그래에게 적재적소 도움을 줬고 또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대리의 파마머리는 마치 엄마 같은 모성애를 느끼기에 충분했고 현실에 분명 있을 법하지만 막상 찾아보면 찾기 힘든, 모두가 원하는 김대리로 통하고 있다.
노스펙으로 2년 계약직 사원으로서 바이어와의 만남에서도 기죽지 않고, 박과장(김희원)의 비리를 밝혀내는가 하면 요르단 사업도 적극 추진하는 등 발군의 활약을 보였던 장그래는 스펙보다 인성 면에서 보기드문 청년이었다. 또 그런 천둥벌거숭이 같은 장그래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김대리는 두툼한 뱃살만큼이나 신뢰가 가는 인물로, 실제 회사에서는 보기 드문 조합을 보였다.
▲ 하대리·안영이, "야, 안영이!"에 담긴 관계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미생' 속 다양한 유행어 중 "야, 안영이!"가 있다. 독특한 단어도 없고 단순히 극 중 인물을 부르는 간단한 말이지만 그 말에서는 자원2팀 하대리(전석호)와 신입 안영이(강소라)의 관계를 알 수 있다.
하대리는 안영이의 직속상관으로,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인물이다. 사원증도 신경이 쓰여 셔츠 주머니에 넣고다니는 하대리는 매일같이 불만인 얼굴이다. 그는 여자이자 무결점 엘리트로 입사한 안영이에게 적대감을 두고 그를 오히려 하찮게 여겼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마부장(손종학), 유대리(신재훈) 등의 안영이 공격에 하대리는 점차 진심으로 일에 임하는 안영이에게 마음을 열어갔다. 분명 '미생'에는 러브라인이 없다지만 하대리의 안영이에 대한 마음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 강대리·장백기, 차갑지만 설렘있었다
"내일 봅시다" 그 말이 그토록 듣고 싶었다. 장백기(강하늘)은 극 중 가장 보수적인 팀 성격을 가진 철강팀에 들어갔고 희망부서가 아니었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신입사원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블루투스가 몸에서 떨어질 틈이 없고 칼주름 수트를 입고 다니는 강대리는 패기만으로 무장한 장백기의 직속상관이다. "기본 매뉴얼을 익힐 것"이라 말했지만 장백기는 그런 강대리의 조언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실제로 일에 부딪혀서야 철저히 자신의 위치를 새삼 느끼며 강대리에게 쓴 패배를 맛봤다.
능숙한 독일어 실력으로 뿌듯해하는 장백기에에게 "독일에서 W 발음은 그것보다 더 울림이 있어야한다"라며 칭찬보다 매번 지적을 하는 차도남 강대리는 어찌보면 엘리트 사원이라 우쭐해했던 장백기의 천적이자 최고의 짝이었다.
일을 그만두려 했던 장백기가 강대리의 "내일 봅시다"라는 말 한 마디에 얼떨떨해하며 미소를 지은 장백기는 똑똑한 척 하면서도 사실은 누군가의 어루만짐이 필요한 아이였다. 강대리와 장백기의 아슬아슬한 케미스트리가 여느 러브라인 부럽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 성대리·한석율, '사이코패스VS소시오패스'
현장만을 강조했던 인턴 한석율(변요한)은 정식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됐고 섬유팀으로 배정받아 성대리(태인호)와의 악연이 시작됐다. 초반에는 "우리 성대리님만한 분이 없다"라며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던 한석율이었지만, 점차 성대리의 본심을 느끼며 누구보다도 힘들어했다.
급기야 한석율은 특유의 미소와 5대5 가르마도 포기할 정도로 전의를 상실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성대리를 향해 "마부장보다 나쁜 상사다"라는 '미생' 최고의 욕설을 퍼부을 정도였다.
다른 대리들은 각자 신입사원을 부렸던 이유나 과정이 납득할만 했지만 성대리는 윗사람에게는 아부하고 아랫사람을 교묘히 이용하는 기회주의자의 전형이었다. 성대리는 그에게 반발심을 드러내는 한석율을 향해 "사이코패스, 아니 소시오패스"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성대리가 사이코패스같은 캐릭터로 진화해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했다.
하지만 그가 있음으로써 '미생'이 직장인 미화 드라마가 되지 않았다. 분명 성대리같은 상사 혹은 동료는 어디서나 존재할 수 있다는 현실감이 있기 때문이다. 성대리는 비열함의 끝을 보였고 한없이 밝았던 청년 한석율이 정글 속에서 웃음을 잃어가며 적응해나가는 슬픈 현실을 보여주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성대리가 '미생' 속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그의 캐릭터 존재감은 '미생'을 웰메이드작으로 만들게 한 견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생' 임시완 김대명 태인호 변요한 오민석 강하늘 전석호 강소라(위). 사진 = tvN 방송 화면 캡처]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