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스는 여전히 위기다.
개막 8연승이 끝나자마자 3연패와 3연승. 이후 5승10패. 1개월 넘는 장기침체가 이어졌다. 최근 3경기서는 2승1패로 괜찮았다. 선두 모비스전은 터닝포인트. 동부전 뼈아픈 역전패를 안았다. 그래도 전체적인 내용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21일 KGC인삼공사와의 연장전 혈투 끝 승리 역시 소득이 있었다.
KGC는 중위권이지만, 멤버 개개인의 잠재력은 리그 최고 수준. 전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이 경기서 에이스 트로이 길렌워터의 팀 공헌이 거의 없었다. 그동안 오리온스 침체 원인 중 하나로 길렌워터가 지목됐다. 승부처에서 지나친 의존도로 팀 조직력이 약화되는 고민이 있었다. 일단 이날 길렌워터의 몫을 메운 이승현과 장재석, 찰스 가르시아의 경기력이 좋았다.
▲끝나지 않은 고민
길렌워터는 11분23초간 단 2점에 그쳤다. 선발출전했으나 허벅지 통증으로 곧바로 물러났다. 4쿼터 중반 찰스 가르시아가 5반칙 퇴장하자 할 수 없이 투입됐다. 연장전까지 소화했으나 확실히 움직임은 좋지 않았다. 알고 보니 경기 전 발등에도 통증을 호소했다. 19일 동부전서 골밑 혼전 도중 상대 선수에게 발을 밟혔다. 신체 밸런스 붕괴를 일으키며 허벅지 과부하로 연결됐다.
길렌워터는 22일 정밀검진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선 몇 경기 결장할 가능성도 있다. KGC전 연장전 모습만 보면 경기력에 상당히 지장이 있었다. 공수전환이 겨우 가능할 정도. 오리온스로선 또 다른 위기다. 사실 길렌워터 딜레마의 핵심은 그가 골밑 몸싸움을 기피하고 외곽으로 나오는 빈도가 높다는 점. 길렌워터가 외곽으로 나오면 누군가 리바운드를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결국 오리온스 골밑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KGC전서는 장재석, 이승현, 가르시아의 공헌도가 높았다. 저돌적인 리바운드 가담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올 시즌 팀 공헌도는 일정하지 않다. 특히 장재석과 가르시아의 경우 기본적인 테크닉이 약간 투박하다.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이 골밑으로 주무대를 옮기는 것에도 회의적이다. 추 감독은 “승현이는 외곽에서 활동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 3점슛 라인 바깥 지점과 3점슛 라인과 자유투 라인 사이(퍼리미터)에서 활약해야 한다”라고 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골밑과 외곽을 오가야 하지만, 주무대는 퍼리미터 혹은 외곽이어야 이승현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는 의미. 이승현의 신장을 감안하면 추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다. 이승현이 오리온스 골밑 지배력을 높여줄 핵심적 카드는 아니라는 결론.
▲기로에 선 오리온스
이 딜레마를 풀기 위해선 결국 길렌워터의 골밑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 러시아, 터키에서도 전형적인 골밑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리온스 시스템에선 별 다른 방법이 없다. 추 감독은 “계속 골밑으로 들어가라고 한다”라고 했다. 11일 LG전서는 의도적으로 길렌워터를 빼는 밀고 당기기도 했다. 또 길렌워터가 승부처에서 공을 많이 갖고 있지만, 승부처 득점력은 검증됐다. 그게 오리온스가 거둔 16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지금 오리온스는 길렌워터가 없는 걸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덜컥 부상이 찾아왔다. 길렌워터가 설령 결장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번 부상으로 100% 컨디션을 회복하는 건 당분간 쉽지 않을 듯하다. 길렌워터 특유의 적극적인 마인드, 투쟁심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KGC전서도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다소 소극적인 모습. 오리온스로선 이기긴 했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한 판.
장기적으로는 길렌워터의 이번 부상이 오리온스에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국내 선수들의 능동적인 움직임과 전투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 실제 길렌워터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높아진 외곽 움직임 비율은 승부처에서 국내선수들의 역할 분담을 모호하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오리온스로선 시스템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오리온스에 길렌워터는 대체 불가자원. 오리온스가 경기를 치르면서 시스템 개선에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전력의 핵심파트 골밑 약세는 시즌 중 전력 업그레이드 작업에 발목을 잡는 요소다. 아직 시즌은 절반이나 남았다. 최악의 경우 오리온스 전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오리온스는 기로에 섰다. 일단 길렌워터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올 시즌 명운이 걸린 일이다.
[길렌워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