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화가 나서 새벽 1시까지 던졌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개인연습?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해야 한다. 시간 없다는 건 핑계”라고 말한 적이 있다. 국내 남녀프로농구 선수 대부분은 시즌 중 개인연습을 사실상 포기한다. 시즌 일정이 너무 빡빡하고, 팀 전술훈련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휴식과 치료도 필요하다. 하지만, 비 시즌에 이어온 개인연습의 효율성이 정작 시즌 도중 끊어지는 건 문제다. 한국농구의 딜레마다.
한국 남녀농구는 국제대회만 나가면 테크닉과 파워 부족을 절감한다. 지난 여름 월드컵, 심지어 아시안게임서도 어느 정도 느꼈던 부분. 이 부분은 효율적인 개인 연습이 이뤄지지 않으면 절대로 극복할 수 없다. 국제무대서 개인적인 테크닉과 파워의 열세는 조직력으로 100% 메울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월드컵서 한국은 풀코트 프레스와 기습적인 하프코트 존 디펜스를 준비했다. 그러나 개개인의 테크닉과 파워가 뛰어난 농구선진국들은 이런 수비조직력마저 한국을 능가했다. 한국엔 특별한 전술이었으나 그들에겐 평범한 요소. 유재학 감독이 월드컵 이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던 핵심 이유. 결론은 확실하다. 개개인 테크닉과 파워 업그레이드 없인 한국농구의 미래는 개선되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선수들의 시즌 중 개인연습 딜레마는 매우 아쉬운 부분. 여기엔 한국농구의 병폐 중 하나인 ‘부족한 노력과 근성’이 깔려있다.
▲헤인즈 분노의 자유투 400구
SK 애런 헤인즈는 17일 모비스전을 잊지 못한다. 마지막 상황이 극적이었다. 잘 알려진대로 당시 헤인즈는 86-89로 뒤진 경기종료 직전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골밑 득점에 성공했다. 그런데 모비스 전준범이 헤인즈의 팔을 치면서 바스켓카운트가 됐다. 유재학 감독이 전준범에게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플레이”라고 대노했다.
하지만, 헤인즈 입장에선 천금 같은 기회였다. 그러나 헤인즈는 추가로 주어진 자유투에 실패했다. 결국 SK는 1점 차로 패배했다. 헤인즈는 그 경기 직후 양지 숙소에서 무려 새벽 1시까지 자유투 400개를 던졌다. 그는 “샤워하고 앉아 있는데,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양쪽 골대에 자유투 200개씩을 연습하고 잠자리에 들었다”라고 했다.
헤인즈는 올 시즌 27경기서 자유투 162개를 던졌다. 125개를 성공해 성공률은 77.2%. 리그 8위이자 외국인선수 전체 3위. 절대적인 수준이 아주 뛰어나다고 볼 순 없어도 KBL에선 자유투 역시 전체적 기량만큼이나 톱 클래스. 그런 헤인즈가 결정적 자유투 실패에 분노해 잠까지 줄여가며 자유투 연습을 했다. 개인적인 고민도 있었다. 그는 “자유투 5초룰 적용으로 기존의 자유투 루틴에 혼란이 찾아왔다. 그날 200개씩을 던지면서 감을 찾았다”라고 했다.
헤인즈는 그 다음경기 18일 전자랜드전서 자유투 18개 중 15개를 넣었다. 개인연습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문경은 감독은 “헤인즈 승부욕은 대단하다. 헤인즈가 이 위치까지 올라온 건 이유가 있다”라고 했다. 문 감독은 역시 헤인즈의 새벽 자유투 연습에 엄청나게 놀란 눈치. 헤인즈는 지난 시즌 자유투 성공률이 79%였다. 올해 단 1.8% 떨어졌지만, 헤인즈는 그 1.8%를 극복하기 위해 잠까지 줄였다.
▲헤인즈가 던진 화두
유도훈 감독이 개인연습을 강조했던 건, 그만큼 선수들이 개인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 걸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한국 남녀농구 모두 전반적으로 개인적인 노력을 등한시 하는, 매우 좋지 않은 악습이 깊게 뿌리 박혀있는 게 정설. 물론 자유투의 경우, 대부분 선수가 틈틈이 많이 연습한다. 팀 전술훈련 마무리를 자유투로 하기도 하고, 헤인즈처럼 시간을 쪼개서 연습하는 선수도 많다. 하지만, 개인연습에 ‘영혼’이 깊게 녹았는지에 대해선 알 길이 없다. 남들도 하니까 따라서 하는 건 훈련이 아닌 노동이다. 헤인즈의 분노는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소위 말하는 ‘믿거나 말거나’ 처럼 들리지만, 지금도 지도자 혹은 관계자들은 “체육관에 불이 꺼지고도 개인 연습에 몰두했다”라는 스타급 선수들의 일화를 추억한다. 실제 신동파 이충희 허재 등 한국을 대표하는 농구도사 혹은 천재들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엄청난 노력으로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자유투만 해도 그렇다. 22일 현재 자유투성공률 1위는 88.3%의 kt 이재도. 75~80%를 넘긴 선수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KCC 추승균 코치는 현역 시절 90%를 넘기는 자유투 성공률을 세 차례나 찍었다(99-00 91.1%, 04-05 90%, 07-08 90.2%) SK 문경은 감독, SBS ESPN 우지원 해설위원 역시 클래스가 다른 자유투 테크닉을 갖고 있었다. 지금 그 어떤 후배들도 이들의 자유투 테크닉을 넘어서지 못했다. 문 감독이 현역 막판 자유투 뱅크슛을 연마한 것도 팀에 1점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 싶은 흔적.
자유투는 농구의 기본적인 요소다. 동시에 매우 중요한 개인의 경쟁력.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자유투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17일 헤인즈의 자유투 실수로 또 한번 밝혀졌던 평범한 진리. 헤인즈의 경우 이미 KBL 통산득점 2위(6096점)로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과거 불손한 일로 몇 차례 도마에 올랐지만, 테크닉과 전체적 기량만을 놓고 보면 제대로 인정받아야 할 특급 외국인선수. 그런 헤인즈도 자유투 단 1개 실패에 밤잠을 설쳤다. 사소한 듯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자기개발에 게으른 일부 국내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약한 한국농구 경쟁력의 근본적 원인도 여기에 있다.
[헤인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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