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그동안 정말 힘들었고 1승하는 것에 목말랐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치며 힘을 낸 우리카드가 48일 만에 기나긴 10연패 사슬을 끊었다.
우리카드는 지난 2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2, 17-25, 25-16, 32-3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우리카드는 지난달 5일 OK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3-2 승리를 거둔 이후 무려 48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우리카드의 시즌 전적은 2승 15패(승점 10)가 됐다.
우리카드의 연패 탈출 기회는 그동안 몇 차례 있었다. 특히 지난 16일 LIG손해보험과의 경기, 지난 20일 OK와의 경기에서는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고도 패하며 10연패라는 우울한 현실을 맞았다. OK전은 1,2세트를 내리 따내고도 뒷심 부족으로 패했다.
연패를 당하면서도 우리카드의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매번 잘 싸우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우리카드는 시즌 전 전력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신영석과 안준찬이 군 입대했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까메호가 발목 부상으로 최근 몇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이를 메우기 위해 국내 선수들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잦은 풀세트 경기와 함께 국내 선수들이 더 많은 움직임을 보이다 보니 3세트 이후 매번 급격한 체력 저하 문제를 드러냈다.
게다가 우리카드 팀 매각 문제까지 겹쳤다. 우리카드는 모기업인 우리은행이 민영화 작업을 하면서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이 매각될 예정이다. 하지만 유력한 후보였던 새마을금고가 인수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팀의 운명이 불투명해지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우리카드는 이날 경기만큼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공격이 성공하면 모두 모여 환호했고, 점수를 아쉽게 내줘도 서로 등을 두들기며 파이팅을 외쳤다. 까메호가 빠졌지만 국내 선수들이 끈끈한 조직력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4세트였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우리카드는 4세트 듀스 상황에서 숱한 위기를 넘기며 30-30까지 끌고 갔다. 이후 신영수의 공격 범실 2개가 나오며 우리카드는 승리를 확정했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연패를 탈출 했다는 기쁨에 마치 우승을 한 것처럼 모두가 코트 위로 뛰어 나와 환호했다.
이날 우리카드는 토종 3인방이 공격에서 제몫을 다했다. 김정환과 최홍석, 신으뜸이 나란히 18득점을 기록했고, 박진우도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0득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강만수 감독은 방송 인터뷰 도중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 감독은 “배구 선수와 감독 생활을 오래했지만 오늘 같은 날이 제일 기쁜 것 같다. 만감이 교차해 눈물이 나왔다”며 머쓱해 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싸워준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강 감독은 “저희는 항상 환경이 좋지 않은데도 선수들이 묵묵히 잘 따라와 주고 있다. 그 점에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말은 안 하지만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제가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선배로서 선수들을 다독여 왔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 중 한명인 김정환도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김정환은 “계속 연패하면서 다들 심적으로도 많이 지쳤는데 모두가 하나로 뭉쳤다”며 “정말 그동안 너무 힘들었고 1승하는 것에 목말랐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으뜸도 “연패 기간 동안 저희들끼리 대화를 많이 했다”며 “계속 긍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코치님들과 함께 격려하면서 열심히 해 왔다. 이렇게 승리할 수 있어서 앞으로 더욱 많은 승리를 하는데 원동력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카드는 시즌 중반에야 두 자릿수 승점인 10점을 기록했다. 시즌을 길게 놓고 봤을 때 이날 승리는 단순한 1승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똘똘 뭉쳐 간절했던 1승을 거둔 우리카드는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감동을 배구팬들에게 안겨줬다.
[10연패 사슬을 끊고 감격적인 승리에 기뻐하는 우리카드 선수들(첫 번째 사진), 연패 탈출에 환호하는 강만수 감독(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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