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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국제시장'은 배우 황정민에게 영화 데뷔 14년 만에 새로운 경험들을 안겨준 작품이다. 지난 2000년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황정민은 요새 '국제시장'을 통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신기한 경험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국제시장'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덕수를 통해 그 때 그 시절 오직 가족들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황정민이 덕수 역을 맡아 청년부터 노년까지 덕수의 일생을 연기해냈다.
지난 17일 개봉한 '국제시장'은 개봉 첫날 18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휴먼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세웠고, 개봉 4일 만에 누적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최종 스코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황정민은 "내가 영화를 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약간 어리둥절하다. 이렇게 많은 관에서 개봉하는 것도 처음인데다 제작비가 100억대가 넘는 영화에 출연한 것도 처음"이라며 "개봉 첫날 스코어가 18만명이었다. 그것도 수요일에 18만명이 들었다는 게 내 영화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처음 있는 일이 너무 많아서 어리둥절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 황정민은 의외의 흥행 성적을 가진 인물. 황정민의 신들린 연기력에 비춰볼 때, 배우 황정민의 이름을 떠올렸을 때 소위 '대박 흥행작'들이 넘쳐날 것 같지만 그의 최고 흥행작은 전국 468만명을 동원한 영화 '신세계'다. 이에 초반부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국제시장'이 황정민의 최고 흥행작이 될지, 황정민이 이 영화로 천만배우 대열에 합류할지 주목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황정민은 "나랑은 좀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첫 시작이 좋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함께 출연한) 오달수 형의 덕이 아닌가 싶다. 촬영할 때도 '형 덕 좀 보자'고 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국제시장'의 흥행이 흥행작에는 꼭 있다는 오달수의 덕인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넨 황정민이지만 윤제균 감독의 전화 한 통에 바로 시간을 비워놓겠다며 출연을 결정, 일찍부터 감독과 작품에 대한 믿음을 내비친 인물이 바로 배우 황정민이기도 하다.
황정민은 "감독님에게 어떤 이야기냐고 물어보니 아버지 이야기라고 했다. 아버지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바로 대답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받은 후 '고맙게 읽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제대로 읽어봤을 텐데 아버지 이야기라고 하니까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아버지 이야기들이 없었다. 대부분 어머니에 관련된 영화가 많지 않나. 나도 아버지가 됐고,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는 나이가 됐다. 그리고 나서 대본을 읽었는데 워낙 대서사시 같은 느낌이라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 인생에도 이런 큰 작품, 좋은 작품이 들어오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나리오를 읽고,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황정민에게 주어진 캐릭터는 덕수. 덕수는 영화 안에서 덕수라는 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 그 시절을 살아온 우리네 아버지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접근하기 어려워 보이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황정민은 "온 세상의 아버지, 우리 아버지로서 덕수를 어떻게 하면 더 '우리 아버지인 덕수'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답은 철저한 평범함이었다. 덕수가 일련의 사건들을 다 겪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영화니까 그런 일들을 다 겪은 걸로 보이기는 하지만 덕수를 통해 어떤 분은 '우리 아버지네'라고 생각하며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덕수를 통해 아버지를 생각했다면, 이 작품을 한 이유가 생기는 것이고 관객들과 잘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서 돋보이는 또 한 가지는 70대 노인이 된 덕수의 모습. 황정민은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만으로도 70대가 된 덕수의 모습을 완벽히 표현해 낸다. 스웨덴의 특수 분장팀의 손에서 노인의 얼굴을 한 덕수가 된 황정민이지만 그런 분장 없이 뒷모습만으로도 70대 노인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황정민의 진가를 확인케 한다.
황정민은 "애초에 얼굴 분장을 하는데 시간을 뺏겨 정작 중요한 촬영에서 진이 빠지는 건 싫다고 말했다. 잘하든 못하든 분장 밖에 안 되지 않나. '황정민이 분장을 해 노인이 된 건가보다'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그건 진짜 잘 하는 사람이 와서 한다고 쳐도 분장이 될 뿐이다"며 "난 분장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분장한 얼굴의 황정민이 덕수를 연기해내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어떠한 행동 같은 것을 정확히 잘 해내 '관객들이 분장을 한 사실을 잊어버리게끔 하자'에 치중했다. 등이 굽고 디테일하게 걸으려 노력했다. 30대 때 다리를 다쳤으니 30대와 70대의 절뚝거림도 다를 것"이라며 소소한 것 하나 하나까지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연기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황정민은 '국제시장' 외에도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 '곡성'과 '베테랑'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영화 '히말라야'를 촬영 중이다. 또 '검사외전' 출연도 확정했다. 내년 12월 18일부터 2016년 2월 28일까지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오케피' 무대에도 오른다. 그야말로 경주마처럼 달리고 있는 셈.
황정민은 "일할 때가 재미있다. 가족들과 있으면서도 나라는 존재를 느끼기는 하지만 그건 일반 아빠, 남편으로서 느끼는 것이다. 배우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느끼는 재미는 작품을 할 때"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배우 황정민.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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