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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이상민 감독이 시련을 겪고 있다.
7승23패. 최하위. 예상됐던 일이다. 1순위 외국인선수 리오 라이온스와 신인왕 후보 김준일이 그런대로 잘 하고 있다. 하지만, 전 포지션에 걸쳐 리그 상위권 경쟁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없다. 한 마디로 전력이 약하다. 그게 고스란히 팀 순위에 투영됐다. 천하의 이상민 감독도 직접 코트에서 뛸 수는 없는 노릇.
이 감독은 23일 전자랜드전서 수모를 안았다. 54점차(46-100) 대패. 프로농구 18년 역사상 최다 점수 차 패배. 삼성이 6점만 덜 넣었다면 프로농구 사상 최소득점을 기록할 뻔했다. 현역 시절 패배를 몰랐던, 언제나 당당했던 이 감독이 감독이 되자 고개를 푹 숙일 일이 많아졌다. 상대팀 감독이자 이 감독의 연세대-현대 선배 유도훈 감독도 “안타깝다”라고 했다.
▲만수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명장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유 감독은 28세라는 이른 나이에 은퇴한 뒤 모교 연세대 코치를 역임했다. 그리고 프로원년 대우 코치를 맡았다. 초대 사령탑 최종규 감독이 물러난 뒤 1999년 사령탑에 올랐다. 코치로 충분히 경험을 쌓았지만, 감독은 또 달랐다. 당시 유 감독이 이끌었던 신세기, 전자랜드는 전력이 강하지 않았다. 전자랜드서 마지막으로 보낸 2003-2004시즌 문경은과 앨버트 화이트를 앞세워 팀을 4강 플레이오프로 이끈 게 최고 성적. 심지어 최하위도 경험했다. 모비스로 옮긴 뒤에도 지금의 양동근 함지훈 등을 모으기 전엔 성적 등락이 심했다.
유 감독은 일전에 과거를 회상하며 “신세기 시절에는 고생도 많이 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 생각해보니까 좋은 경험을 했구나 싶더라”고 했다. 유 감독과 이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 성과 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은 있다. 지도자 초창기에 맡은 팀이 약하다는 사실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이 감독은 지금 어려움을 겪어보는 게 지도자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유 감독도 이 감독을 연세대 코치 시절 가르쳤다. 만수의 날카로운 시선에 이 감독은 똑똑한 후배이자 제자다. 이 감독이 지금 이 시련을 극복하면 분명 더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노력을 등한시하는 농구인들이 많은 게 한국농구의 병폐. 그러나 이 감독은 불세출의 스타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신인의 심정으로 감독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감독은 분명 희망이 있다.
▲삼성이 이 감독을 기다려줘야 한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또 다른 명장 kt 전창진 감독. 그가 TG시절 전술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최희암 감독을 찾아간 사연은 농구계에선 유명하다. 전 감독은 삼성에서 일찍 선수생활을 마친 뒤 주무로 활동하다 갑작스럽게 지도자에 입문했다. 스스로 부족한 게 많다고 여겨 자존심을 굽히고 배움을 택했다. 피나는 노력을 통해 TG와 동부 전성기를 이끌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도자가 또 다른 지도자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건 구단 입장에선 미묘한 문제다. 그러나 당시 TG는 전 감독을 기다려줬다. 그러자 전 감독은 우승으로 보답했다. 물론 전 감독이 김주성 신기성 허재 등 좋은 선수들을 만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남녀프로농구에 좋은 멤버를 갖고도 성적을 못 내는 감독들도 있다. 부상 혹은 노쇠화 등 악재는 있겠지만, 그 악재를 극복하는 리더가 좋은 지도자다.
삼성은 지난 4월 이 감독과 3년 계약했다. 일단 첫 시즌 부진에 대해 주위에서 흔드는 세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하다. 유 감독과 전 감독도 신세기와 TG가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오늘날 명장이 될 수 없었다. 이 감독 역시 마찬가지. 삼성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이 감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는 게 중요하다.
이 감독도 3년 지난 뒤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도자로서 내공을 쌓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유재학 감독은 대학과 프로에서 6년간 코치 생활을 했다. 여자프로농구 최고 명장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역시 신한은행에서 7년간 코치 생활을 했다. 그에 비하면 이 감독은 코치연수 2년, 코치 2년 등 아직 지도자 경력이 많지 않다. 그는 전자랜드전 직후 “내가 많이 부족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지금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본인의 더 많은 노력, 그리고 주변의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하다.
[이상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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