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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삼성 유승희는 20일 신한은행전서 멘탈붕괴를 겪었다. 승패를 결정짓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삼성이 71-70으로 앞섰다. 4쿼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단 9초. 공격권도 삼성이 갖고 있었다. 공을 갖고 시간만 소비하면 이기는 상황. 이호근 감독도 작전타임 때 당연히 그렇게 지시했다.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은 스위치 디펜스를 지시했다. 공격권을 빼앗을 확률을 높이는 전략. 또 최소한 파울을 범해 자유투를 내줘 곧바로 공격권을 갖겠다는 전략. 그런데 아웃 오브 바운드에 나선 이미선은 순간적으로 골밑에 유승희가 비어있는 걸 확인했다. 신한은행의 순간적인 스위치 실수. 정 감독은 “최윤아가 놓친 것”이라고 했다.
이미선의 패스는 정확했다. 유승희의 득점이 나오면 삼성의 승리가 굳어지는 상황. 대반전이 일어났다. 유승희가 경기종료 6초 남기고 시도한 노마크 골밑슛이 림을 벗어났다. 리바운드를 잡아낸 카리마 크리스마스가 곧바로 속공을 시도했다. 김단비가 경기종료와 동시에 던진 중거리슛이 림을 통과했다. 신한은행의 극적인 승리. 삼성으로선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
▲ 무관심 대처
이호근 감독은 “노마크 상황이지만, 공을 갖고 다시 외곽으로 나와서 시간을 소비했어야 했다”라고 했다. 만약 상대가 파울을 하면 그때 자유투를 던져서 승부를 마무리 지으면 된다는 것. 이런 부분은 순간적인 판단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유승희(3년차)에게 임기응변능력을 바라는 건 무리가 있었다.
때문에 한 농구관계자는 “만약 유승희가 아니라 연차가 높은 베테랑이 그런 상황서 노마크 골밑슛을 실패했다면 문책을 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이 감독은 유승희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유승희가 아직 배울 게 많은 저연차인데다 여자선수의 경우 지도자의 질책에 매우 민감하다는 게 이 감독 설명. 여자 선수는 남자 선수에 비해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 이 감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려다가 그렇게 된 것인데”라면서 유승희를 감쌌다.
만약 유승희가 아주 기본적인 플레이를 실수했거나 약속된 움직임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전체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플레이를 했을 때는 얼마든지 이 감독의 질책을 들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남녀 16개구단 감독들은 유승희 같은 저연차 선수들에게 의도적으로 야단을 많이 칠 때가 있다. 정신적으로 느슨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승희의 그 실수는 그것과는 달랐다. 승패가 갈렸지만, 이 감독은 그 연차에선 할 수도 있는 실수로 여겼다.
▲확고한 리빌딩 의지
유승희는 기전여고를 졸업한 3년차 가드. 지난 두 시즌에는 단 12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벌써 10경기에 나섰다. 평균 13분20초간 5.1점 1.7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유승희는 현재 퓨처스리그에 참가하지 않는다. 1군 백업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드지만, 사실상 2번과 3번을 오간다. 과감한 3점포와 돌파력을 갖고 있다. 고교 시절 장점을 프로에서 3년만에 발휘하고 있다. 고교 졸업 후 프로에 뛰어드는 여자농구의 경우 이 정도면 빠른 적응력.
이 감독은 유승희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전략적으로 키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최근 고아라, 박태은보다 기용 시간이 더 길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훨씬 더 많다. 이 감독은 “공격에선 과감성과 자신감을 키워야 하고, 수비에선 자기 사람은 잘 맡지만 조직적인 수비 이해도는 떨어진다”라고 했다. 이런 부분은 하루아침에 보완하기 어렵다. 계속 극한의 경험을 쌓으면서 농구에 눈을 떠야 한다. 이 감독은 유승희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있다. 유승희는 24일 우리은행전서도 8점을 올리며 나름대로 제 몫을 했다.
삼성은 최근 3연패했다. 선두 우리은행, 2위 신한은행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외환과 KDB생명에 1경기씩을 내주기도 했다. 유승희를 비롯해 박하나 배혜윤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오랜 숙원이었던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적으로 불안한 부분이 많다. 때문에 전체적인 전력도 여전히 불안하다.
결국 젊은 선수들에게 달렸다. 이 감독은 “유승희가 좋은 경험을 했다”라고 했다. 유승희의 마인드가 강인하다면, 그날의 실수는 좋은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유승희. 사진 = 용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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