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왜 불투명할까.
삼성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의 2015시즌 몸값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삼성은 지난 28일 나바로와 총액 85만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ESPN의 엔리케 로하스는 30일 나바로의 연봉이 95만달러이고, 옵션이 40만달러라고 밝혔다. 최고 135만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는 것. 삼성과 미국 현지 언론의 발표에 차이가 있다.
물론, 해외에서 발표하는 계약 규모도 100% 믿을 수는 없다. 실제 메이저리그의 경우 구단에서 공식적으로 선수 몸값을 자세히 보도하지는 않는다. 대신 담당 기자들이 취재를 통해 세부내용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한 야구관계자는 “그래도 미국 현지에서 발표하는 계약 규모 및 조건은 100%는 아니더라도 공신력이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다. 어쨌든 나바로의 정확한 몸값은 삼성과 나바로만이 알고 있다.
▲여전한 불투명성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30만달러)을 폐지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30만달러로 한국에서 통하는 외국인선수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이미 많은 구단들이 100만달러가 훌쩍 넘는 금액으로 외국인선수를 구해왔다는 게 정설. KBO가 제도를 수정한 건 외국인선수 계약 시장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 관계자는 “연봉 상한선을 폐지했지만, 여전히 일부 구단들의 발표를 100% 믿을 수는 없다”라고 했다. 물론 많은 구단들이 부담 없이 실제 금액을 발표하고 있다. 많이 투명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구단들은 여전히 외국인선수와 계약 직후 옵션을 발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10개구단 중 외국인선수의 연봉 옵션까지 정확히 발표한 팀은 넥센이 유일하다. 다른 팀들은 외국인선수의 옵션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전체 계약 규모과 발표액수에 오차가 발생하고, 불투명성이 남아있다는 지적. 유독 외국인선수의 옵션이 불분명한 건 외국인선수 계약 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증거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연봉을 축소 발표하는 흐름이 남아있다. 외국인선수뿐 아니라 FA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왜 그럴까. 여전히 구단 입장에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한 외국인선수가 실패할 경우 구단이 받는 비난이 분명히 있다. 여전히 10개구단은 실질적 순이익이 한 푼도 없다. 넥센을 제외한 9개구단이 모기업으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아서 살아간다. 당연히 모기업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에이전트의 농간과 한국야구 현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선수 계약 시장에서 일부 에이전트들이 농간을 부렸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국내, 외 몇 개 구단과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면서 의도적으로 몸값을 부풀렸다는 것. 그 과정에서 거짓 정보를 흘려 외국인선수 시장 자체를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게 몇몇 구단 관계자들의 지적.
예전엔 그들의 농간에 넘어간 구단도 있었지만, 이제는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 몇몇 구단들은 점찍어 놓은 외국인선수가 자신들이 찍어놓은 금액 마지노선이 넘어가자 과감히 포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혼탁된 시장 속에서 계약한 뒤 규모를 축소 발표하는 팀이 남아있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누가 수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없어질 수가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일부 에이전트들이 물을 흐리는 것 자체가 한국야구의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FA 시장에서 7~80억짜리 계약이 줄줄이 나온다. 그 정도를 받을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한 외국인선수 에이전트로선 부르는 게 값이 된다”라고 했다. 국내야구서 여전히 외국인선수는 전력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외국인선수 에이전트는 국내 특급 FA들이 100억원에 가까운 계약을 하는 현실을 지켜봤다. 당연히 외국인선수에게도 많은 돈을 안겨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구단과의 협상에서 큰 소리를 치는 것이다. 계약 발표 불투명의 시작점이다.
불투명성이 또 다른 불투명성을 낳는 현실. 외국인선수 연봉을 자율화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누구 1~2명이 앞장서서 될 문제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결국 팬들만 정확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잠실야구장 전경.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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