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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작품을 볼 때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캐릭터와 배우의 성향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 중 하나였다. 목소리를 잃은 천재 테너 배재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유지태는 주인공 배재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참으로 어려웠다. 캐릭터를 연구하는 것 외에도 유지태는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성악은 당연했고, 시간과도 싸워야 했다. 기다림도 있었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가 나오기까지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 놓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유지태는 그럴수 없었다.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생겼고, 이 작품은 '유지태의 스크린 복귀작'이 됐다. 의도된것은 아니었지만,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를 대중들에게 그렇게 불렸다.
솔직한 유지태의 생각이 궁금했다. 제작이 중단된 영화를 끝까지 잡고 있었지만, 속내는 어땠을까.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지 않았을까. "솔직히 놓고 싶기도 했다. 연습을 하고 4회 정도 촬영을 했는데 촬영 일정에 대해 연락이 오지 않았다. 계속 연습실에 있었고, 어느날 밤, 연락이 왔다. 제작이 중단됐다고. 감독님이 연출부와 함께 속상한 마음에 술을 먹고 잇었는데, 난 연습실에 있었다. 스태프들끼리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
놓고 싶었다. 이것이 유지태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태는 놓지 않았다. 결국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유지태가 놓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사람이었다. 고민을 해도 결국 사람이었다.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 이런 경험이 있었다. 예전처럼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고 살 순 없는 나이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더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을 보면 놓을 수가 없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잘했다 싶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작품이었고, 준비할 것도 많았다. 유지태의 말을 빌자면 '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다. 유지태의 성향과도 잘 맞았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없으면 심심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뭔가를 해내야 재밌었다. 결과를 봤을 때 '내가 이만큼 했구나'라는 성취감이 있어야 했다. "남들 다 하는걸 하면 재미는 없다."
유지태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에서 완벽하게 배재철로 변해야 했다. 배재철의 목소리와 행동, 성향, 사소한 습관까지 말이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노래였다. 1년 동안 하루에 4시간씩 연습을 했다.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집중을 준비과정을 통해 캐릭터에 접근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지태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이는 영화를 만들때도 마찬가지다. 자료조사를 완벽하게 해야 하는 성격이라 어두운 영화를 할 때면 그런 영향을 받는다.
노래와 함께 부담되는 것은 바로 영어 연기다. 유지태는 영화에서 당한 분량의 영어 대사를 소화했다. 감정과 발음, 두 마리 토끼를 잡고 가야 했기에 더욱 어려웠다. "영어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 감정만 쏟아내게 되면 영어식 발음을 놓칠수 있다. 연기가 내수용 연기가 될 수 있다. 미국에 상영을 하면 영어 자막이 깔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로 있다. 굴욕적이지 않는가. 함께 출연한 이세야 유스케와 함께 의기투합했다. 연습도 함께 하면서 말이다."
유지태가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나. 직접 연출한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들어보면 완벽주의자같다는 느낌이 든다. 대중들 앞에 설 때도 언제나 완벽하고 멋있다. 목소리에서 풍기는 분위기르 빼 놓더라도 유지태는 참으로 '멋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다. 나는 완벽 할 수도 없다. 연기를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한다. 최근 KBS 2TV '해피투게더' 녹화를 했다. 원전 '허당' '예능 샛별' 유지태다. 보통 사람에 불과하지만, 영화나 연기를 좋아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 할 뿐이다. 항상 과유불급이라고, 중용을 잘 지켜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재 유지태는 KBS 2TV 월화드라마 '힐러'에 출연중이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것이다. 힘을 빼고 편안한 느낌이다. 상위 1% 스타기자로 자신감이 넘치고 유쾌하다. 잘생겼고 입담이 좋다. 무겁고 카리스마 넘치는, 완벽한 유지태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좋다. 대중들에게는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오니 말이다.
"대중에게 가려는 노력이다. 20살에 스타로 각광을 받을 때, 그때는 캐릭터 성격파 배우가 되고 싶었다. 당시 '동감'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도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에 적합한 배우처럼 보였는데, 이게 얼마나 갈까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어서 난 배우 하는 게 참 좋은데, 배우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계속 하고 싶다. 연기적으로 스팩트럼을 넓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기를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목표점을 갖고 꾸준히 매진했고 소신 있게 투자해왔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유지태는 뮤지컬에 대한 생각을 들려줬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속 유지태의 모습을 보면 뮤지컬도 잘 해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터라 흥미로웠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았다. 좋은 작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유지태의 이야기는 이랬다. "사실 뮤지컬 기회가 많았다. 옛날에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텀블링 연습하고 춤 연습 하고 그런것을 봤다. 내가 이름이 있다고 주연을 꾀차고 들어가는게 별로였다. 내 영역에서부터 잘 하자는 생각을 했다. 전문분야에 열심히 노력을 했다."
[배우 유지태.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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