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CC 하승진과 관중이 신경전을 벌인 사건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1일 잠실체육관. 종아리 통증을 딛고 8경기만에 돌아온 하승진이 또 다시 부상을 입었다. 4쿼터 6분56초전 골밑에서 삼성 리오 라이온스의 왼쪽 팔꿈치에 코를 정통으로 가격당했다. 하승진은 한참 쓰러져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그리고 응급처치를 받기 위해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는 현재 코뼈가 퉁퉁 부었다. 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라이온스의 가격은 고의가 아니었다. 경기 후 사과를 했다고 한다. 진짜 문제는 코뼈부상 이후 발생했다. 한 관중이 급히 라커룸으로 향하던 하승진에게 “아픈 척 하지 마라”는 뉘앙스의 말을 건넸다. 가뜩이나 부상을 입어 극도로 예민해진 하승진으로선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승진은 갑자기 발걸음을 돌려 그 관중을 향해 다가섰다. 곧바로 극한의 대치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하승진은 남모를 고충을 안고 산다. 워낙 체구가 크기 때문에 외국인선수들도 정상적으로 수비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수비수들이 하승진에게 반칙성 수비를 많이 한다는 게 농구관계자들의 지적. 유독 몸싸움에 예민한 KBL 심판들도 하승진이 버거움 속에서도 최대한 정상적으로 플레이하자 파울 콜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하승진은 그런 수비수들을 상대로 신경질적인 맞대응을 한 적이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했다. 팀의 기둥으로서 승부처에선 냉정한 마인드를 지켜왔던 것. 프로로서 매우 바람직한 부분.
그러나 하승진은 관중의 한 마디에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했다. 그러자 구단 관계자와 경기장 진행요원들이 하승진을 말렸다. 홈팀 삼성은 해당 관중을 조용히 귀가조치 시켰다. 이내 감정을 추스른 하승진도 라커룸에 들어가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아찔했던 순간. 만약 당시 주위에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면 하승진과 관중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이 사태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관중과 팬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 냉정히 보면 관중과 하승진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하승진이 관중석으로 난입하려고 했다면 비난을 받아야 한다. 사실 코트에서 상대 선수와는 어느 정도의 신경전을 펼쳐도 무방하다. 프로는 코트가 곧 전쟁터이기 때문. 그러나 선수는 코트 밖 관중과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대치해선 안 된다. 그게 프로스포츠 주인인 관중에게 선수가 취해야 할 매너. 하승진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인 걸 감안하면 이해도 됐지만, 그래도 하승진은 위험한 행동을 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관중에게 훨씬 많은 잘못이 있었다. 관중 입장에선 선수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관중은 정도를 넘어섰다. 자신의 말이 직접 하승진에게 들리는 상황. 하승진이 종아리 부상을 털고 간절한 마음으로 복귀전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굳이 알지 못하더라도, 코뼈 부상으로 한참이나 고통스러워한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선수도 관중에게 매너를 지켜야 하지만, 관중 역시 선수에게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야 한다. 팬들이 일방적으로 그 관중에게 비난을 보내는 이유.
다시 말하지만, 건전한 신경전은 코트에서 선수와 선수가 펼치면 된다. 하지만, 선수와 관중은 서로 매너를 지켜야 한다. 하승진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던진 그 관중은 선을 넘어선 위험한 발언을 했다. 그게 바로 삐뚤어진 코트 매너다.
[하승진. 사진 = 잠실실내체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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