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쌍용’ 이청용과 기성용이 빠지고 제로톱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가운데 다양한 전술로 해법을 찾으려 애썼다. 비록 ‘결과’에 비해 ‘내용’이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아시안컵을 향한 첫 걸음치곤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4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상대 자책골과 교체로 투입된 이정협의 추가골로 사우디를 제압했다.
● 전반전(0~45분) : 손흥민의 ‘빛’과 구자철의 ‘그림자’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 전반전 45분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근호, 손흥민, 조영철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근호가 전방에 서고 손흥민이 왼쪽에, 조영철이 오른쪽에 포진했다. 구자철은 이들 사이에 배치됐다. 기본적으로 이 같은 진형이 유지됐지만 공격할 때는 수시로 자리가 바뀌었다. 이근호가 좌우로 폭넓게 움직였고 손흥민과 조영철은 중앙으로 이동하거나 서로 자리를 바꿨다. 반면 구자철의 활동 범위는 중앙에 제한됐다. 전방의 잦은 포지션 체인지는 상대를 흔들지 못했다. 선수의 움직임과 볼의 방향이 자주 엇갈렸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홀로 빛났다. 전반에 세 차례 유효슈팅이 모두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왔다. 그 중 전반 17분 크로스바를 강타한 왼발 슈팅은 손흥민의 클래스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기성용이 빠진 중원은 박주호와 한국영이 발을 맞췄다. 둘은 몇 차례 패스 실수가 있었지만 수비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볼을 뿌려주는 플레이가 문제였다. 또 공격 2선과의 간격이 자주 벌어지면서 사우디에게 역습시 많은 공간을 내줬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명주를 투입해 ‘패스’의 질을 높였다. ‘앞’이 쉽게 뚫리면서 ‘뒤’도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 김진현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1~2골은 실점할 수도 있었다. 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도 아쉬웠다. 특히 김진수는 공격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전진하다 볼을 빼앗기면서 실점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 후반전(45~72분) : “전반과 후반이 전혀 다른 경기였다”
하프타임에 슈틸리케 감독은 4명을 교체했다. 이근호, 구자철, 김진수, 김진현이 나오고 남태희, 한교원, 이명주, 김승규가 들어갔다. 조영철이 최전방으로 올라가고 남태희가 뒤를 받쳤다. 손흥민은 오른쪽을, 한교원은 왼쪽을 맡았다. 중원은 이명주와 한국영이 짝을 이뤘고 박주호는 김진수가 빠진 왼쪽 풀백으로 이동했다.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주목할 변화는 크게 3가지였다. ①남태희는 구자철보다 활동 폭이 넓었다. 또 상대를 등지는 것보다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플레이가 많았다. 구자철과 확실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②공격적인 성향의 이명주가 들어오면서 전방과의 간격이 좁아졌다. 자연스레 전방 압박의 강도도 높아졌다. ③좌우 풀백들이 공격 가담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전반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창수가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고, 이정협의 추가골은 김창수로부터 나왔다. 그럼에도 전방에서의 세밀함은 여전히 떨어졌다. 손흥민이 우측을 질주하며 사우디 수비라인을 벌리고 조영철, 남태희가 그 공간을 파고들려 애썼지만 상대를 완전히 벗겨내진 못했다. 주발이 오른발인 한교원도 좌측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첫 골은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호날두로 빙의한 손흥민의 무회전 프리킥이 사우디 수비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전반과 후반이 다른 경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 키핑을 지적했다. “볼 키핑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패스도 좋지 않았고 선수들의 침착성도 부족했다. 모든 게 조금씩 부족했다. 볼을 많이 빼앗기면 수비 조직력을 유지하는데도 문제가 생기고 압박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근호와 구자철을 빼고 남태희를 투입한 뒤 조영철을 이동시킨 건 그래서 의미가 크다. 전방에서 이근호, 구자철의 볼 키핑이 좋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후반전(72~90분) : ‘데뷔골’ 군대에서 온 그대, 이정협
1-0이 되자 슈틸리케 감독은 조영철 대신 이정협을 투입했다. 슈틸리케는 “적절한 시점에서 잘 투입했다고 생각한다. 1-0으로 이기고 있었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상황에서 이정협이 투입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기대대로 골이 나왔다”며 이정협 카드가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협은 앞선 이근호, 조영철과는 스타일이 달랐다. ‘좌우’보다 ‘상하’로 움직였다. 이정협의 머리를 향한 롱볼 횟수도 늘어났다. 남태희는 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중원 깊숙이 내려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래서 공격할 땐 4-1-4-1처럼 보이기도 했다. 김창수는 더욱 높이 올라왔다. 손흥민 효과가 컸다. 손흥민을 막기 위해 사우디 측면 공격수가 내려오면서 김창수에게 보다 많은 공간이 생겼다. 후반 추가시간 이정협의 추가골이 대표적이다. 남태희가 크로스를 올린 순간 김창수를 견제하는 사우디 수비가 1명도 없었다. 손흥민이 중앙으로 이동할 때 수비를 끌고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정협의 위치 선정도 좋았다. 남태희가 침투할 때 쇄도하며 수비를 유인했고, 김창수에게 볼이 흐르자 이번에는 빈 공간에서 슈팅 기회를 잡았다. 이정협은 데뷔전서 데뷔골을 터트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정협이 아시안컵서 선발로 나설 확률은 높지 않다. 효과적인 측면에서 이정협은 상대의 힘이 떨어진 후반에 투입되는 것이 더 낫다. 사우디전은 그것을 확인한 경기였다. 전반에 미친 선방쇼로 김진현이 넘버원 자리를 굳히는 듯 했지만 후반에 들어온 김승규가 경쟁에 불을 지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계속된 골키퍼 무한경쟁이 가져온 효과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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