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최근 퇴색한 두산의 색깔을 되찾자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두산은 6일 오후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코칭스태프 워크숍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었다는 소식. 코칭스태프 혹은 선수단 워크숍 자체는 딱히 놀랍지 않다. 그러나 두산의 워크숍이 의미 있는 이유가 있다. 두산 야구의 고유색깔을 되찾고 싶은 코칭스태프의 의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두산은 송일수 전 감독을 1년만에 경질했다. 고심 끝에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지난 3년간 SK에 있었지만, 그 전까지 줄곧 OB와 두산에서 선수, 코치 생활을 했다. 두산이 김 감독을 영입한 건 두산 특유의 야구를 되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제 김 감독도 취임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두산다운’ 야구를 하는 게 최대 목표라고 했다.
▲두산 야구의 색깔은 무엇인가
두산은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13년간 정상을 밟지 못했다. 그러나 우승을 하지 못했어도 강호로 군림한 시절이 있었다. 김경문 전 감독이 재임했던 시기였다. 두산은 김 전 감독과 함께했던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까지 강호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이 사퇴한 2011년 이후 서서히 약해졌다.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강력한 힘을 갖고 상대팀들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2007년~2008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2009년과 2010년 플레이오프행을 일궈냈을 때가 가장 강력한 야구를 펼쳤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두산은 당시 ‘스피두’ ‘허슬두’를 캐치프레이즈에 꼭 넣어왔다. 당시 두산은 강력한 기동력과 적절한 장타력이 가미된 공격, 탄탄한 수비와 임기응변에 강한 백업이 돋보였다. 공격력에 비해 투수력이 약간 떨어졌지만, 선발진 후미와 불펜 모두 망가진 최근 1~2년보다는 확실히 강했다.
김 감독은 취임사에서 “기동력이 약했다. 그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예전에 비해 두산 야구의 스피드는 확실히 떨어졌다. 지난해 두산의 도루는 111개로 5위에 그쳤다. 두산의 스피드 야구는 비단 도루로만 대변되는 건 아니었다. 과거 두산 야구는 좋은 마운드를 바탕으로 공수 모든 파트에 혁신적인 스피드가 녹아있었다. 거기엔 ‘허슬’과 ‘파이터 기질’, ‘거친 야성’도 가미돼 있었다.
큼지막한 희생플라이에 2루에서 3루로 재빨리 리터치 한 뒤 상대 수비의 느슨함을 틈타 홈까지 쇄도하는 고영민의 기 막힌 주루, 평범한 유격수 땅볼 때 상대 유격수의 1루 송구와 동시에 기습적으로 2루에서 3루로 향하던 이종욱의 기민함. 예를 들면 이런 플레이가 두산다운 야구의 주 재료였다. 반대로 수비에선 상대의 추가 진루를 재빨리 틀어막았다. 두산 야구의 스피드는 이런 부분이 강점이었다. 언젠가부터 그런 허슬과 파이팅이 다소 약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그들의 고민은 긍정적이다
세월이 흘렀다. 몇 년 연속 스피드를 내세우는 건 무리였다. 체력적 부담과 각종 외부변수로 팀을 떠난 선수들의 영향이 겹치면서 점차 두산다운 야구가 희석됐다. 문제는 두산스러운 컬러가 희석되면서 팀 전력이 조금씩 떨어졌다는 점. 두산이 어떤 컬러를 갖고 있든 좋은 성적을 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김경문 전 감독이 물러난 뒤 두 번(2011년, 2014년)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김태형 감독 이하 현 코칭스태프는 팀 전력이 떨어지면서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두산의 색깔을 찾기 위한 고민에 봉착했다. 실제 지난해 몇몇 야구관계자들은 “예전의 강력한 두산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두산 전력은 참담했다. 선발진 후미가 망가졌고, 불펜 필승조도 불안했다. 팀 평균자책점 5.43으로 6위에 그쳤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이 막강했던 것도 아니다. 팀 타율 0.293으로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속 빈 강정. 팀 득점(687개) 6위, 팀 홈런(108개) 7위, 팀 타점(646개) 7위, 팀 장타율(0.431) 7위에 그쳤다. 팀 득점권타율(0.284)도 5위. 기본적으로 장타력과 결정력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기동력이 활발한 것도 아니었다.
두산은 최근 몇 년간 좋은 서울 유망주들을 많이 수혈했다. 하지만, 여전히 젊고 싱싱한 투수들이 그렇게 풍족한 편은 아니다. 이종욱 손시헌 임재철 최준석 등이 떠난 뒤 백업 야수도 생각만큼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다. 더스틴 니퍼트를 다시 붙잡았고, 사상 첫 순수 외부 FA로 장원준을 영입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두산 야구가 아주 강력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두산의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 여부 역시 쉽게 점칠 수는 없다.
결국 김 감독과 새로운 코칭스태프에게 달렸다.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두산 야구를 강력하게 탈바꿈시키려면 두산 고유의 색깔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들이 결론을 어떻게 내렸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과거의 스피드와 허슬 외의 다른 컬러가 가미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약 김 감독이 과거의 두산다운 야구를 되찾고자 결심했다면, 그것이 두산 야구가 강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다면, 스프링캠프부터 개조작업을 시작하면 된다.
초보 김태형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워크숍에서 이런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현재의 두산 야구로는 올 시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증거. 달리 말해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두산 워크숍 장면(위), 김태형 감독(가운데).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