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70이닝.
장원준은 두산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입단식.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자리. 취재진은 임팩트 있는 한 마디를 담고 싶었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장원준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결국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경기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170이닝 이상 던져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승수 혹은 평균자책점이 아닌 이닝을 거론했다. 선발투수의 최대덕목 중 하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 팀 마운드가 건강해지고 팀이 이길 수 있는 원동력. 장원준에게 확실히 팀을 위한 마인드가 엿보였다.
▲170이닝 소화, 경험은 두 차례
장원준의 170이닝 목표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2004년 데뷔한 장원준은 지난해까지 1군에서 9시즌을 소화했다. 2006년(179⅔이닝), 2011년(180⅔이닝) 등 두 차례 170이닝을 달성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의 경우 155이닝을 소화했다. 2011년의 경우 생애 최다 이닝을 소화하면서 15승6패 평균자책점 3.14로 역대 개인 최고성적을 거뒀다. 결국 장원준이 170이닝을 던지겠다고 한 건 최소한의 자기 몫을 해내겠다는 의지.
정상급 선발투수의 기록을 살펴보면, 170이닝 소화가 그리 쉬운 목표는 아니었다. 지난해의 경우 170이닝을 넘게 소화한 투수는 총 8명. 최다이닝 투수 밴헤켄(넥센)의 경우 187이닝을 소화했다. 밴헤켄과 옥스프링(kt, 지난해 롯데서 184⅓이닝)을 제외한 6명은 170~180이닝을 던졌다. 2013년엔 11명, 2012년, 2011년, 2010년엔 7명, 2009년엔 5명에 불과했다.
▲170이닝 그 이상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올 시즌 170이닝의 의미는 어느 정도일까. 144경기 체제 원년. 128경기 체제였던 2013년과 지난해보다 16경기를 더 많이 치른다. 풀타임 선발투수의 경우 3~4차례 더 나서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선발투수의 누적 이닝 역시 늘어날 전망. 올 시즌보다는 170이닝을 돌파하는 투수가 많이 나올 전망이다. 부상, 체력 등 변수가 많아 정확한 예측은 힘들다. 그러나 단순계산상 3~4경기서 5이닝씩을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결국 정상급 풀타임 선발투수들은 예년보다 최소 15이닝~20이닝 더 던질 것이라는 예상은 해볼 수 있다.
결국 올 시즌 정상급 선발투수들의 경우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하면 170이닝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이닝이터의 상징인 200이닝 소화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 올 시즌 단순히 170이닝 소화는 최정상급 선발투수라는 걸 입증하는 데 변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장원준은 국내 토종투수 최고 몸값(4년 84억원)을 받는다. 밥 값 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170이닝은 기본적으로 던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장원준 역시 그런 마음가짐 속에서 어렵게 꺼낸 말인 듯하다.
▲수치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장원준과 면담을 한 것 같다. 그는 “원준이는 이적 첫 시즌이라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럴 필요 없이 마음 편하게 하라고 했다. 원준이는 자기 실력만 발휘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투수”라고 했다. 김 감독은 장원준에 대한 기대치를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그저 부상 없이 선발로테이션을 지켜주면 된다”라고 했다. 장원준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 섞여있었다.
장원준이 김 감독과 두산 팬들에게 화답해야 한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는 무대이기 때문. 김 감독은 장원준을 배려해 구체적인 희망 목표 수치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결국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내주길 바랄 것이다. 실제 두산 마운드 사정이 썩 좋은 편도 아니다. 장원준은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주축 선발투수로서 해줘야 할 몫이 크다. 구단도 장원준에게 역대 투수 최고 몸값(4년 84억원)을 안겨준 건 이유가 있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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