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농구연맹(KBL)이 만신창이가 됐다.
프로농구가 올스타브레이크에 들어갔다. KBL은 잠시 숨을 고르는 10개구단들과는 달리 올스타전 준비로 바쁘다. 물론 올스타전 이후에는 잠깐 숨을 돌릴 여유는 있다. 그러나 한 숨 돌린다고 해서 마음까지 편할까.
하루가 멀다 하고 KBL에 대한 언론과 팬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그들의 말을 곱씹어보면, 대부분 타당하다. KBL 고위 수뇌부는 확실히 여론에 둔감하다. 기준을 잃은 파울 콜로 인해 유리농구로 회귀한 것에 대한 지적, 대기록 이슈화에 보수적이란 평가. 문제는 KBL이 개선 의지 및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대부분 농구관계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심판들도 불쌍하다?
한 농구관계자는 최근 “심판들도 불쌍하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심판들의 파울 콜이 몸싸움에 다시 인색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파울 콜의 FIBA(국제농구연맹) 규정 도입은 시즌 들어가기 직전 결정됐다. 심판들이 충분히 적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라고 했다. 실제 KBL의 발표는 8월 중순이었다. 시즌 개막을 겨우 1개월 반 정도 앞둔 시점.
1라운드에는 이 원칙이 비교적 잘 적용됐다가, 2라운드 이후 예전의 유리농구로 회귀했다. 전세계적으로 위크사이드(볼 없는 지역)에서의 강력한 보디체크는 일상화됐다. 공을 잡은 뒤 슛 밸런스 혹은 패스 정확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L 심판들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철저히 휘슬을 분다. 대신 허용돼선 안 되는 핸드체킹의 경우 파울 콜 기준이 불명확하다. 수년간 학습됐고, 습관이 됐다. 결국 계속 흐름이 끊기면서 관중들의 경기 몰입도 방해된다. 흥미도 떨어졌다. 국제대회서도 부작용이 일어났다. 작년 월드컵서 뼈저리게 느꼈다. 강력한 몸싸움에 취약하다 보니, 급격한 체력저하로 후반전에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도 못했다. 유재학 감독이 준비한 각종 전술도 무용지물이 됐다.
KBL 고위수뇌부의 개선 지시가 늦었다. 올 시즌에 FIBA룰을 도입하려고 했다면, 적어도 5~6월에는 결정했어야 했다. 심판들로선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수년 간 습관으로 굳어진 파울 콜 성향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심판들도 비 시즌 구단들의 연습경기 등을 통해 충분히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판정기준이 흔들리면서 2라운드 초반부터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갔다. 이는 엄청난 문제다. 판정기준이 바뀌면 선수들도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농구의 근간을 흔드는 부분. 결국 심판들은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심판도 심판이지만, 갑작스럽게 변화를 지시한 KBL 수뇌부들이 더 문제”라고 일갈했다. 이미 올 시즌에는 엎질러진 물. 올 시즌 종료 후 판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 반성,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융통성 없는 KBL 수뇌부
최근 프로농구와 여자프로농구서 연이어 대기록이 나왔다. 주희정(SK)이 사상 처음으로 900경기 출전에 성공했다. 김주성(동부)은 조니 맥도웰이 갖고 있던 3829리바운드를 뛰어넘고 통산리바운드 단독 2위에 올랐다. 변연하(KB)도 통산 4번째로 2000어시스트 위업을 달성했다. 엄청난 대기록들. 단순히 박수 받을 일이 아니라, 주변에서 그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당연했다. 농구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 이슈메이킹이 필요했다.
KBL은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 당연했다. 주희정과 김주성의 대기록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그저 현실성 없는 기념상 기준(출전경기-500경기 단위, 리바운드-3000개 단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결국 특별기념상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김주성 케이스의 경우 기록이 아닌 순위를 경신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기념상을 주는 게 애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꼭 대기록에 상을 준다고 해서 가치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KBL 김영기 총재는 5일 인천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상을 주기 애매했다면, 설령 김 총재가 정말 바쁜 일이 있어서 오지 못했다면, KBL이 김주성에게 꽃 목걸이라도 걸어주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래서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그만큼 KBL이 융통성이 떨어진다는 증거”라고 탄식했다.
구단들은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희정 케이스 때 KBL이 엄청난 비난을 받자, 전자랜드는 재빨리 구단 자체 회의에 돌입했다. 그리고 하프타임에 대대적으로 김주성 대기록을 축하해줬다. 심지어 유도훈 감독은 김주성과 같이 사진도 찍었다. 동부 관계자들도 전자랜드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는 후문. 주희정 특별시상식 때도 삼성 이상민 감독이 직접 꽃다발을 전달했다.
7일 변연하 케이스도 훈훈했다. 변연하가 원정지 부천에서 2000어시스트를 달성하자, 하나외환 역시 하프타임에 변연하의 대기록을 언급하며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WKBL 관계자들도 변연하를 축하했다. 본래 WKBL 수뇌부들은 전 경기를 다 따라다니긴 한다(매일 1경기만 열리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변연하를 축하해주기 위한 진심은 KB, 하나외환과 마찬가지였다. 이들 역시 KBL이 혼이 났던 걸 간파했다고 봐야 한다.
결국 KBL만 요지부동이다. 경기력과 리그 근간에 치명타를 안긴 판정기준의 오류, 떨어진 농구인기 부흥 기회를 걷어찬 대기록 방관, 여론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고위수뇌부들. 한국농구의 이미지도, 경쟁력도 고속 추락 중이다.
[KBL 로고(위), 김주성(가운데), 변연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