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서서히 윤곽이 드러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015시즌이 사령탑 첫해다. 아직 김 감독의 스타일이 정확하게 드러나진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 지난 8일 시무식서도 김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이 공개됐다. 현 시점에선 김 감독 야구의 키워드를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김 감독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책임감 속의 자율
김 감독은 신년사에서 책임감이란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선수들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지난해 두산이 실패했던 건, 선수 개개인의 책임감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일단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개개인의 목표를 설정할 것을 지시했다. 설령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높아지기 때문. 경우에 따라서 김 감독이 직접 선수들에게 세밀한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다.
이 과정 속에서 팀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고 봤다. 김 감독은 “1995년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직전 시즌 항명파동으로 최악이었는데,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냈다. 선배들과 후배들이 위계질서를 잘 잡았고, 그 속에 자율도 있었다”라고 했다. 이상훈 퓨처스 투수코치는 당시 라이벌 LG 소속으로 OB를 바라보며 “가족 같은 군대문화”라고 표현했다. 정리하면, 20년전 OB 선수들은 선, 후배들간의 적당한 긴장감 속에 책임감을 갖고 야구에 임했다. 그러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가 있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김 감독은 당시 OB문화를 재건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심지어 “책임감이 없는 선수는 팀 일원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마운드 재건
김 감독은 “타자보다는 투수 쪽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두산은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의 준수한 타격과 수비력을 갖고 있다. 그는 “두산은 상위권 전력”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변수가 마운드다. 실제 두산 마운드는 최근 2~3년간 그리 강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졌고, 필승조도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대로 마운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면 상위권 도약도 가능하다는 계산.
5선발과 마무리, 필승조 재구축이 주요 과제. 일단 김 감독은 모든 투수를 선발로 준비시키되, 그 중 마무리투수를 고르겠다고 했다. 투수 매커니즘상 마무리의 선발전환은 쉽지 않지만, 선발의 마무리 전환은 수월하기 때문. 김 감독은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고, 경험이 많은 투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마무리를 정한 뒤 5선발과 불펜 필승조도 최종 구성할 전망. 김 감독은 “투수코치와 상의해 스프링캠프서 결정하겠다”라고 했다.
▲기동력 강화
두산은 지난해 111도루(6위)로 기동력이 강하지 않았다. 기동력=도루로 한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도루수가 너무 적었다는 게 김 감독 분석. 그는 “10~15개 정도를 할 수 있는 선수들도 3~4개에 그쳤다”라고 했다. 민병헌 정수빈 등 전형적인 준족은 물론이고, 주력과 주루 센스가 평균 정도가 되는 선수들도 최대한 도루를 많이 시도해야 한다는 지론. 도루가 십시일반으로 적립될 경우 결국 팀 기동력 강화로 이어진다.
현실적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승부처에서 흐름을 바꾸는 장타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팀에 장거리타자가 많지 않다”라고 했다. 때문에 기동력을 강화해 부족한 장타력을 메우고, 또 득점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 또, 기동력을 강화하려면 벤치의 작전 개입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의 성향과 역량이 발휘돼야 하는 파트이기도 하다.
▲훈련 효율성 극대화
두산은 지난해 1차 스프링캠프를 이원화했다. 투수와 포수는 미국 애리조나를 들렀다가 일본 미야자키로 합류했다. 그러나 야수들은 처음부터 미야자키에서만 훈련했다. 올해는 다르다. 야수들도 애리조나에서 훈련했다가 투, 포수들과 함께 미야자키로 넘어간다. 어차피 투수조와 야수조는 따로 훈련하는 시간이 길다. 때문에 장소를 이원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 곳에서 모든 파트를 체크하기 위해 파트 일원화를 택했다. 올해 대부분 구단도 같은 선택을 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참가자를 43명으로 확정했다”라고 했다. 일부 구단들은 1,2군 통합 캠프를 꾸리고, 50명이 넘는 대형 선수단을 꾸린 팀도 있다. 상대적으로 두산 스프링캠프 규모는 작다. 두산은 2군 스프링캠프를 대만에 따로 차릴 예정이다. 김 감독은 “저연차들은 2군 캠프에서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는 게 좋다. 1군 선배들과 같이 있으면 선배들 뒤치다꺼리하느라 제대로 훈련하지 못할 때가 있다”라고 했다. 훈련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김태형 감독(위), 두산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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