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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배우 배종옥이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비밀을 간직한 여자의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내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배종옥은 지난 9일 1, 2회 연속 방송된 KBS 2TV 금요 미니 시리즈 '스파이'(극본 한상운 연출 박현석)에서 전직 스파이 혜림 역을 맡아 똑 부러지는 주부와 서늘한 스파이를 오가며 갈등의 기로에 선 모습으로 안방에 쫄깃한 긴장을 불어넣었다.
이날 방송 초반 혜림은 우석(정원중)의 아내이자 든든한 아들 선우(김재중)과 애교 많은 고등학생 딸 영서(이하은) 남매의 엄마로 완벽한 가정을 이룬 채 남부럽지 않게 행복한 나날을 살고 있었다.
혜림은 사업하는 남편을 든든하게 내조하는가 하면, 아들 선우의 교통사고 소식에 버선발로 뛰쳐나가 호들갑스럽게 병간호를 했다. 또 반상회에서 난방비 문제를 두고 주민들의 이견을 조율하다 아들이 여자친구를 데려온다는 말에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저녁상을 준비하는 여느 평범한 주부이자 끔찍하게 아들을 아끼는 엄마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대로 아무 걱정 없을 것만 같았던 혜림의 일상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27년 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 직속상관 기철(유오성)이었다. 이미 혜림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던 기철은 혜림이 잊고만 싶었던 과거, 스파이로 살았던 시간을 다시 현실로 끌어오며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한 번만 자신을 도우면 된다는 회유를 가장한 협박이었다.
갈등의 기로에 선 혜림은 점점 압박을 가해오는 기철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의 부탁을 들어준다. 단순한 가방 하나를 옮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가방은 혜림을 뜻대로 움직이기 위한 기철의 덫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줄 알았던 가방이 사제폭탄이었던 것이다.
시청역 한복판에서 터진 폭탄테러에 연일 뉴스는 시끄러웠고 혜림은 용의자로 지목돼 CCTV에 잡힌 자신의 모습을 방송으로 확인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큰 모자와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언제 신원이 파악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기철은 이를 빌미로 진짜 자신의 목적을 혜림에게 전했다. 이번엔 명백한 협박이었다. 기철은 혜림에게 '아들 선우를 포섭하라'는 지령을 내리고, '선우는 일반 공무원'이라며 선을 긋는 혜림을 비웃듯 선우의 진짜 정체를 밝혀 혜림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토록 혜림이 벗어나고 싶던 길을 아들이 국정원에서, 그것도 현장 요원으로 다시 걷고 있다는 말이었다.
배종옥은 가정을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는 전직 스파이 혜림을 복합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당겼다. 집 안에서 다정하기 그지없는 혜림과 집 밖에서 서늘한 얼굴로 스파이 노릇을 하는 혜림을 완전히 다르게 표현하는 한편, 두려움과 불안, 분노 등의 감정을 세밀하게 담아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비밀을 위해 아들이 지켜온 비밀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혜림의 비극을 더욱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오게 한 놀라운 화면 장악력이었다.
한편 KBS의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끈 새 금요 미니시리즈 '스파이'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스라엘 드라마 '마이스(MICE)'를 원작으로 한 신개념 가족 첩보 드라마다. 아들을 위해 목숨을 건 도박에 나선 어머니와 평범한 가정주부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숨겨진 과거를 알고 난 아들의 이야기를 담아 안방극장에 긴장감 넘치는 스릴과 가슴을 울리는 가족애를 선사한다.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0분부터 11시 10분까지 50분 물 2회 연속 방송.
[배종옥. 사진 = 방송 영상 캡처]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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