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선발은 필요 없을 것 같다.”
144경기 체제 원년. 10개구단은 길어진 장기레이스서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디어가 6선발 체제 가동. 체력적 부담이 큰 선발투수의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발투수를 기존 5선발 체제보다 1명 더 많이 기용하는 것. 자연스럽게 선발투수의 등판 주기가 길어지면서 체력 세이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감독들은 6선발 체제에 대해 회의적이다. 부작용이 만만찮기 때문. 투수전문가 LG 양상문 감독이 그랬고, 두산 김태형 감독도 비슷한 반응. 6선발을 시도할 여력이 없다면 처음부터 시도하지 않는 게 낫다는 입장. 실제 6선발을 준비하거나 고려 중인 팀은 삼성 정도 외엔 딱히 보이지 않는다. 투수진에 약간의 여유가 있는 삼성조차도 풀타임 6선발 체제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불안한 4~5선발
현실적으로 국내야구에 확실한 4~5선발을 갖춘 팀이 많지 않다. 외국인 선발투수 2명과 토종 핵심 선발 1~2명 정도를 제외하곤 선발로테이션을 착실하게 소화할 역량을 갖고 있는 국내 투수가 드물다. 5선발이 시즌 중 계속 바뀌는 건 연례행사. 윤성환, 장원삼, 배영수로 이어졌던 확실한 토종 선발 트리오를 보유한 삼성만이 5선발이 탄탄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넥센은 제대로 된 토종 선발투수가 단 1명도 없었고, 포스트시즌에 올랐던 NC와 LG도 5선발은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었다. 누구 하나 기회를 확실히 잡지 못했다.
허약한 선발진으로 4강 문턱에서 쓰러진 다른 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6선발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결국 이 부분은 고스란히 현장의 숙제로 돌아간다. 예년보다 16경기가 늘어나면서, 확실히 선발투수의 역량이 순위싸움에 미치는 영향이 클 전망. 기초체력을 예년보다 더욱 탄탄히 다지고 시즌을 맞겠다는 선발투수가 많다. 144경기 체제서 6선발을 고려하지 않는 게 역발상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역발상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이다.
▲6선발 체제의 부작용
6선발 체제는 기본적으로 선발투수들을 위한 시스템. 알고 보면 불펜 투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과거 6선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정착했던 2009년 KIA의 경우 선발투수들에게 하루의 휴식을 더 부여하는 대신, 6~7이닝을 확실하게 소화하게 했다. 때문에 불펜 투수들도 부담을 덜었다. 통상적으로 국내야구 4~5선발투수는 이닝 소화력이 떨어진다. 불펜투수들의 부담이 크다. 선발진 후미에서 1이닝 정도를 더 소화해주는 건 불펜투수들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시도했다가 실패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찮다. 상식적으로 5선발 체제보다 6선발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더 높다. 선발로테이션은 1~2명만 부진하거나 혹은 다칠 경우 무너진다. 5선발도 불안한 팀이 많다. 6선발의 내구성이 당연히 5선발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결국 불펜에 부하가 생기면서 마운드 전체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또 불펜이 불안한 팀이 너무 많다. 선발 6명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더라도 불펜이 불안하면 결국 5~6선발 중 1명을 불펜으로 내리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 상대에 빈틈을 보이게 되고, 결국 주춤할 수 있다. 과거 KIA도 6선발을 한 시즌 완주하진 못했다. 삼성 역시 2011년 이후엔 성공하지 못했다.
▲주변환경과 사전준비
LG 양상문 감독은 시무식 당시 “어차피 초반 2개월 정도만 버티면 된다”라고 했다. 6월 이후 우천 취소 경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굳이 6선발이 필요 없다는 논리. 최근 한국의 기후는 불안정하다. 장마의 의미도 희석됐다. 6~8월에 게릴라성 폭우가 많이 내린다. 언제든지 휴식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5선발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계산. 또한, 올 시즌부터는 다시 월요일에 휴식이 보장된다. 주중에 1경기만 우천으로 취소돼도 주2일 휴식이 가능하다. 5선발로도 충분한 상황. 비가 잦아드는 9월 이후 다시 6선발이 필요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시즌 막판은 팀별 변수도 많아지고 투수들의 힘도 떨어질 시기. 6선발 시도가 사실상 쉽지 않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주전 선수들이 준비만 잘 하면 144경기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다. 5선발만으로도 충분하다”라고 했다. 물론 강한 백업은 필요하다. 감독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프로라면, 특히 주전급 선수라면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겠다는 강인한 의지와 철저한 준비가 기본이라는 게 김 감독 생각.
선발투수들은 그만큼 스프링캠프가 중요하다. 예년보다 더욱 철저하게 몸을 만들어야 한다. 기초체력의 중요성이 커졌다. 벤치도 5선발이 확실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5선발이 흔들릴 때 대체 자원을 미리 준비시켜 마운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144경기 체제라고 해도 5선발 체제의 내구성과 성공률을 높일 경우 6선발 체제는 굳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 야구장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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