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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무술감독이라는 꿈을 꾸며 자란 소년은 배우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자신의 머릿속에 살아 숨 쉬는 장면들이 그의 연출 속에 현실로 살아나길 꿈꾼다. 배우 정석원의 이야기다. MBC 수목드라마 '미스터백'이 끝난 뒤 정석원을 만났다. 2년 만의 안방복귀와 색달랐던 악역 도전. 간절했던 작품인 만큼 종영 후 그가 느끼는 소회도 각별했다.
"오랜만에 작품을 한 것이니 주변 사람들도 많이 기다렸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다들 좋아해줬고….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작품 전에는 '그동안 한 역할과는 다르니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까', '배우들과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이 많았다. 배우 신하균, 장나라 등 선배들은 다 내겐 말 그대로 연예인이니까. 하지만 다들 친절하게 다가와 줬고 작품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미스터백'에서 정석원은 냉정한 악역 정이건을 연기했다. "정이건은 돈만을 쫓았던 최고봉(신하균) 회장의 젊은 시절 모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는 작품을 위해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정이건을 향한 애착이 남달라 보인다는 말에 정석원은 예상보다 더 깊은 얘기를 풀어놨다. 정이건과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낀 것이었다.
"정이건을 연기하며 많이 쓸쓸했다. 극 중 상황만 쓸쓸한 게 아니라 대본을 보면서도 정이건이 불쌍하더라. 안쓰럽기도 했고. 물론 정이건이라는 인물 자체는 목표가 확고하기에 쓸쓸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목표가 강한 인물이니까. 사실 그런 면에서 나도 비슷했다. 무술감독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에 어린 시절부터 그저 운동만 했다. 술, 라면도 안 먹고 오로지 목표만 바라봤다. 군대에서 낙하 훈련을 할 때도 남들이 여자친구 이름을 외칠 때 '세계 최고의 무술감독이 되고 싶다'고 소리쳤다. 그런데 결국 부러지더라. 좁은 시야로 살다보니 사람도 떠나갔다."
인터뷰 과정에서 정석원은 연기를 만난 뒤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얘기했다. 연기경력이 차곡차곡 쌓여 갈수록 인간 정석원도 성장하고 있다.
"연기가 나의 (좁은) 시야를 깨는 계기가 됐다. 그 전에는 운동을 하다 보니 '남자는 항상 깍듯해야한다' 등 유연하지 못한 생각이 많았다. 삶도 유연하지 못했다. 배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감독이나 타 배우를 만났을 때도 바짝 굳은 차렷 자세로 사람들을 대했다. 다른 이들은 굉장히 편하게 소통하는 데 나는 굳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나를 불편해했다. 남중, 남고, 체대, 해병대, 액션스쿨을 지나오며 그게 몸에 배여 있었으니까. 지금은 변해가고 있다. 예전에는 애를 썼다면 지금은 자연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이쯤에서 궁금해졌다. 그토록 간절했고, 정석원에겐 세상의 전부 같았던 무술감독의 꿈은 이제 사라진 것일까?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내 취향의 액션이 지금도 있다. 며칠 전에 SBS '힐링캠프'의 배우 하정우 선배 편을 봤다. 하정우 선배는 직접 연출도 하고 출연도 한 것 아닌가. 난 촬영장에서도 어깨너머로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그걸 실천한 하정우 선배가 정말 대단하더라. TV를 보며 나 혼자 기립박수를 쳤다. 그리고 생각이 들었다. 나와 하정우 선배가 7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7년쯤 뒤에는 나도 무술감독을 해 볼 수 있을까'라는 꿈을 꿔봤다."
정석원이 말하는 미래에는 또 한 사람이 곁에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동생과 함께 그리는 꿈이었다.
"사실 동생도 영화 쪽에서 연출 일을 하고 있다. 한 번씩 장난처럼 둘이서 얘기를 나눈다. 동생은 동생대로 열심히 하고, 나도 나대로 열심히 하다보면 우리끼리만의 축제로 언젠가 독립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직은 언젠가의 일이다."
[배우 정석원.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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