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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대한항공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가수 바비킴의 기내 음주 난동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다시 올랐다.
첫 번째는 조 전 부사장의 문제였고, 두 번째는 바비킴의 잘못이었다. 바비킴 소속사 측은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사실을 인정했다. 개인적인 용무로 미국을 갔고, 발권 과정에서 좌석 등급에 문제가 발생했다. 항공사 측은 바비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바비킴은 ‘괜찮으니 와인 한 잔 달라’고 했다. 이대로 끝났더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바비킴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바비킴은 당시 술에 취했고,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여 승무원과 기내 관계자들에게 사과는 안했다.
이렇게 바비킴의 잘못으로 사건이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바비킴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릴 빌미를 제공한 것이 대한항공이라는 것이다. 바비킴은 마일리지 포인트를 이용해 비즈니스 석을 예약했지만 발권실수로 이코노미 석으로 티켓이 바뀐 것이다. 컴플레인이 이뤄졌지만, 비즈니스 석이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좌석은 교체되지 않았다. 사건은 ‘기내 음주 난동’에서 ‘대한항공의 발권 실수’로 전환됐다. 분노의 대상이 바비킴에서 대한항공으로 바뀐 것이다.
대한항공의 발권실수는 제 3자의 탑승권이 바비킴에게 전달된 것에서 비롯됐다. ‘KIM ROBERT DO KYUN’의 탑승권 대신, 같은 비행기 승객 명단에 있던 ‘KIM ROBERT’라는 제 3자의 탑승권을 받았다. 이는 명백한 카운터 직원의 실수다. 이 뿐만 아니라 바비킴은 자신의 여권에 기재된 것과 다른 이름이 적혀진 탑승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 출국장 보안 검색대와 법무부 출국심사대를 문제없이 통과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비행기에 올랐고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 석에 착석했다. 다시 말해 인천공항공사,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항공사 모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였다. 심지어 ‘KIM ROBERT’라는 이름으로 티켓이 중복 발권됐지만 대한항공의 후속 조치 역시 미흡했다. 이것은 대한항공의 실수다. 이런 실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도 안 되고 바비킴의 기내 음주 난동에 묻혀도 안 된다. 반대로 바비킴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현재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가 떠오른다. 14년 전 여론몰이를 당해 자신의 이름 기하명이 아닌 최달포로 살았던 아이. 이 아이는 14년이 지난 후 기자가 됐고, 다시 기하명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무기력하게 자신의 가족을 잃었던 한 소년은 기하명이라는 이름을 찾은 뒤 자신을, 자신의 가족을 피해자로 만든 송차옥 기자를 여론몰이에서 구한다. 그 후 친구이자 경찰인 안찬수도 구해낸다. '피노키오' 속 사건과 현실의 비바킴 사건이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피노키오’ 속 사건엔 명백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짐작해 볼 수 있다. 만약 기하명이 이번 사건을 리포트 했다면 어떤 방향으로 이끌었을까. 대한항공의 발권 실수와 바비킴의 기내 음주 난동이 옴니버스 영화처럼 닿아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것은 명백히 다르게 다뤄져야 할 사건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작용해 한 사건을 작게 치부해서도 안 되고 한 사건이 과장되게 질타를 받아서도 안 된다. 서로, 각자가 잘못한 만큼, 딱 그만큼이다.
잘못을 누가 먼저 했냐는 따질 필요도 없다. 이러한 발권사고가 났다고 모든 사람들이 바비킴처럼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공공의 적이 된 대한항공도, 항공사 측의 실수로 기분이 상해 기내 음주 난동을 부린 바비킴도 잘못이 있다. 기하명 이라면 어땠을까. 공공의 적으로 나락에 떨어진 송차옥 기자를 구해낸 기하명이라면, 그 누구도 여론몰이의 피해자가 되지 않는 리포트를 했을 것이다.
[가수 바비킴, '피노키오' 기하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SBS 방송화면 캡처]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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