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태풍일까 미풍일까.
여자농구 순위표가 요동친다. 삼성과 함께 중위권을 형성했던 KB가 시즌 첫 4연승을 질주했다. 12승9패로 여전히 3위. 아직은 상위권과 격차가 있다. 그러나 2위 신한은행을 3경기차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위권 경쟁자인 4위 삼성에도 3경기 차로 달아났다. 2강2중2약의 순위표가 KB 급상승세로 재편될 가능성이 생겼다. 더구나 선두 우리은행에 시즌 첫 2연패를 안겼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매우 높다.
KB 상승세의 핵심은 역시 간판스타 변연하. 그동안 지지부진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24일 삼성전. 박태은과 충돌하면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에 부상했다. 약 1개월간 쉬었다. 수술 대신 피 나는 재활로 버텨냈다. 결국 3일 삼성전서 돌아왔다. 당연히 무릎 상태는 완전할 리가 없다. 하지만, 중위권에서 피 말리는 플레이오프행 싸움을 벌이는 팀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KB는 변연하의 복귀전부터 4연승을 내달렸다.
▲변연하 효과
변연하 효과는 확실하다. 다른 선수들과는 움직임 자체가 남다르다. 복귀전서 7점에 그쳤다. 그러나 7점 모두 4쿼터에 집중시켰다. 결정적으로 1점 앞선 경기종료 1분4초전 우중간에서 승부를 가르는 3점포를 꽂았다. 완전한 오픈찬스가 아니었다. 스크린이 완벽하게 걸리지 않으면서 수비수의 방해를 받았다. 하지만, 공은 정확히 림을 통과했다. 찰나의 틈을 공략한, 매우 노련한 움직임. 변연하가 아니면 누구도 만들어낼 수 없는 장면.
KB는 7일 하나외환전, 9일 우리은행전, 12일 우리은행전 모두 역전승을 거뒀다. 그 과정에서도 변연하의 순도높은 공헌이 있었다. 변연하가 많은 점수를 만들어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한방으로 경기 흐름을 돌려놨다. 현재 여자농구에서 승부처 가장 순도높은 활약을 통해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는 우리은행 박혜진 이승아, 신한은행 카리마 크리스마스 정도다. 변연하의 최근 효율성과 파괴력은 이들 이상이었다.
변연하는 득점으로만 공헌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통산 2000어시스트를 돌파한 선수답게 동료를 살려낼 줄 안다. 시야도 넓고, 패스 자체도 날카롭다. 어지간한 팀의 포인트가드보다 낫다. 변연하의 이런 장점이 KB에 엄청난 효과를 안긴다. KB 주전가드는 홍아란. 그러나 홍아란의 경기운영능력은 아직 꾸준하지 않다. 시야도 넓지 않다. 때문에 변연하가 경기를 운영하고 홍아란이 2번으로 돌아설 때 오히려 KB 공격이 잘 풀리는 경우가 있다. 서동철 감독은 변연하와 홍아란에게 교대로 경기운영을 맡긴다. 변연하로선 체력부담이 생기지만, 팀 입장에선 필요한 부분. 또 변연하의 경기운영과 패스센스가 최근 컨디션이 상승세인 쉐키나 스트릭렌의 득점력에도 도움이 된다. 결과적으로 변연하의 가세는 단순한 +1이 아니다.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고스란히 KB 전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승부처에서 확실히 강해진 모습. 승부처에서 가장 강한 우리은행도 2번 연속 무너뜨린 게 그 증거.
▲태풍일까 미풍일까
농구를 변연하 혼자 할 수는 없다. KB의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은행 2연전 독식은 의미가 있었다. 우리은행에 2연패를 안겼다는 사실보다도 내용이 더 고무적이었다. 2경기 모두 주도권을 내준 뒤 경기 막판 승부처에서 우리은행보다 강인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은행이 자랑하는 존 프레스 디펜스를 완벽하게 깼다는 게 의미가 있다.
1-2-2, 2-1-2 존 프레스는 우리은행 핵심 무기. 공을 가진 사람을 최대 2~3명이 압박하면서 매치업 존도 가미된 수비. 지역방어를 하프코트부터 시도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과 정교한 움직임이 필수. 수비하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상대 가드의 시야와 패싱센스가 좋을 경우 언제든지 깨진다. 가드진이 약했던 KB는 우리은행 존 프레스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대표적인 팀. 하지만, 최근 2경기서는 완벽하게 깼다. 변연하의 힘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승부처에서 매끄러운 볼 처리가 돋보이며 3점포로 연결했다. 본래 지역방어는 정교한 패스 플레이가 나오면 외곽 오픈찬스를 많이 허용한다. 존 프레스는 하프코트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른 패스와 발 빠른 움직임이 더해지면 일반적인 지역방어보다 3점슛 찬스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 KB 외곽포 폭발은 단순한 의미 그 이상이었다.
여전히 국내 6개구단중 우리은행보다 수준 높은 수비조직력을 지닌 팀은 없다. 변연하가 정상적으로 가세한 KB가 최근의 움직임만 보여줄 경우 다른 팀들을 상대로도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스트릭렌의 상승세가 최근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의미가 있다. 어지간한 1대1 매치업에서 우위를 지닌다. 상대는 도움수비 혹은 지역방어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KB 특유의 외곽포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서동철 감독이 가장 바랐던 게 변연하와 스트릭렌의 시너지효과. 변연하는 지난해 볼 소유욕이 높은 모니크 커리와 함께 뛸 때도 일정 수준 이상의 팀 공헌도를 유지해왔다.
결국 기존의 고질적인 높이 약세 극복이 마지막 과제다. 서 감독이 스트릭렌을 오래 기용할 수 없는 건 골밑에서 건실한 플레이를 하는 비키바흐의 역할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정미란이 4~5번 수비를 잘 맡고 있지만, 여전히 KB의 전체적인 골밑 지배력이 좋은 수준은 아니다. 비키바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또 여전히 완전하지 않은 변연하의 컨디션 관리, 홍아란 심성영으로 이어지는 어리고 경험 적은 가드진의 위기관리 등도 시즌 끝까지 안고 가야 할 숙제다. 전체적으로는 호재가 더 많다. 변연하의 정상적 가세, 우리은행을 2경기 연속 극복했다는 자신감이 주는 효과가 엄청나다. 당분간 KB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변연하(위), KB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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