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리온스는 정말 우승전력인가.
프로농구에선 매년 트레이드 마감일(4라운드, 올 시즌 기준 1월 17일)이 임박할 때 외국인선수를 포함한 대형 트레이드가 꼭 발생한다. 유망주를 내주더라도 확실한 성적을 내기 위한 팀, 플레이오프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서 미래를 얻기 위한 팀들 사이에 교집합이 발생한다. 올 시즌에도 어김 없다. 12일 밤 대형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빅딜 손익계산서
리오 라이온스와 방경수, 찰스 가르시아와 이호현이 포함된 오리온스와 삼성의 2대2 트레이드. 핵심은 1순위 외국인선수 라이온스.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선수 신장제한이 부활한다. 10개구단은 올 시즌에 뛰었던 모든 선수와 재계약 할 수 없다. 당연히 오리온스는 라이온스를 다음 시즌에 데려갈 수 없다. 때문에 오리온스의 라이온스 빅딜은 철저히 올 시즌만을 위한 승부수. 4위에 만족할 수 없다는 야망. 반면 삼성은 라이온스를 포기하는 대신 이호현으로 가드진을 보강하며 미래를 기약했다.
가르시아는 오리온스가 1라운드서 뽑은 외국인선수. 하지만, 2라운드서 뽑은 트로이 길렌워터의 백업이었다. 가르시아가 나가고 삼성 메인 외국인선수이자 1순위 외국인선수 라이온스가 합류했다. 득점 1,2위를 달리는 에이스들이 뭉쳤다. 오리온스 공격력은 확실히 강해졌다. 쉽게 말해서 길렌워터보다 득점력이 떨어지는 가르시아가 뛰는 시간에 라이온스가 뛴다. 40분 내내 강력한 에이스를 갖고 경기를 풀어간다는 의미. 공격력 업그레이드는 확실해 보인다. 당장 순위가 업그레이드 되지 못하더라도 플레이오프서 무서워질 수 있다.
▲삼성의 계산은
가르시아는 시즌 초반엔 팀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움직임이 잦았다. 하지만, 점차 투박한 모습을 줄이고 팀 공헌도를 높였다. 여전히 2% 부족하다. 204cm지만, 외곽을 선호한다. 골밑을 확실히 장악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전체적인 폭발력도 길렌워터에 비해 부족하다. 결국 라이온스 대신 가르시아를 받은 삼성의 공격 파괴력이 감소하는 걸 의미한다. 더구나 삼성 국내선수들은 오리온스 국내선수들보다 공격력이 떨어진다. 수비력도 약한 삼성으로선 가르시아 영입으로 이득을 본다고 볼 순 없다. 김준일 의존도만 더 높아지게 됐다.
그러나 삼성은 일찌감치 트레이드를 통해 팀 분위기를 바꾸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호현을 강력하게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인 이호현은 오리온스에선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D리그에선 점점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게 추일승 감독 평가. 가드진이 약한 삼성은 이호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심산이다. 물론 이호현은 부족한 부분도 많고 경험도 쌓아야 한다. 그러나 미래지향적 가치만 보면 삼성의 선택도 나쁘다고 볼 순 없다.
삼성이 부담되는 건 시즌을 포기하는 듯한 인상이다. 누가 봐도 트레이드 자체가 오리온스로 기우는 건 사실. 삼성은 추가적으로 트레이드에 나서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호현을 포함한 현재 자원으로 올 시즌을 잘 마치고, 다음 시즌에 일찌감치 대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은 어차피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국내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국내선수들의 조화를 가다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오리온스는 우승전력인가
가장 궁금한 대목. 과연 오리온스는 라이온스 가세로 우승 전력을 갖췄을까.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리온스는 애당초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서 가르시아 대신 라이온스를 뽑으려고 했다. 2라운드로 길렌워터를 점 찍어뒀다. 애당초 추일승 감독 구상에 라이온스+길렌워터 조합이 있었던 것. 때문에 추 감독은 시행착오 없이 시즌 전 구상을 본격적으로 펼치면 된다. 두 사람의 화력이 오리온스 조직력과 조화를 이룰 경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라이온스가 가세했다고 해서 오리온스가 단숨에 우승 가능한 전력이 된 것이라 보는 건 무리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12일 밤 통화가 닿은 한 농구관계자는 “길렌워터와 라이온스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둘 다 득점력이 뛰어나지만, 효율성 측면에선 그렇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오리온스가 라이온스와 조직력을 짜맞추는 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길렌워터와 라이온스 모두 골밑보다는 외곽을 선호한다. 외곽슛이 폭발할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골밑 공략보다 확률은 떨어진다.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들이 외곽에서 움직일 때 팀 밸런스가 깨진 경우가 많았다. 장재석과 김준일이란 빅맨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골밑에서 상대 외국인선수들과 강력한 몸싸움을 통해 리바운드를 절대적으로 사수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리온스의 최우선 과제는 길렌워터와 라이온스를 골밑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최근 몇 경기서 길렌워터는 골밑에 치중하는 모습. 적어도 자유투라인 안으로는 들어가야 한다. 12일 밤 늦게 전화통화가 닿은 추 감독도 두 사람의 골밑 활약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라이온스와 함께 밤 늦게까지 전술훈련을 소화했다.
또 하나. 라이온스와 길렌워터의 수비력은 그렇게 좋지 않다. 보통 득점력이 강하고 수비력이 약한 외국인선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내선수들이 스위치디펜스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승부처에서 수비력이 좋은 외국인선수를 기용할 때도 있다. 오리온스의 경우 국내선수들의 움직임이 관건. 추 감독은 이승현과 장재석의 외곽수비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한 상태다. 다른 국내선수들에게 더 많은 부하가 걸릴 수 있다. 현재 오리온스의 수비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공격력만 좋은 팀이 우승한 케이스는 없다.
마지막으로 추 감독이 길렌워터와 라이온스의 출전시간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중요하다. 대부분 외국인선수는 출전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선발보다 백업으로 나오는 외국인선수가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전투력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메인 외국인선수이자 득점기계로서의 자존심이 있는 두 사람으로선 출전 시간과 방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칫 충돌할 경우 두 사람은 물론 오리온스도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추 감독의 강력한 리더십이 정상을 노리는 오리온스의 마지막 숙제다.
[길렌워터와 라이온스(위), 길렌워터(가운데), 라이온스(아래).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