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2일, 인터뷰를 위해 문학구장 기자실을 찾은 박민호는 그라운드를 보며 "작년 한 시즌이 다 떠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데뷔 첫 시즌인 2014년 소감에 대해 묻자 "프로야구에게 인사만 한 정도 같다"는 말이 돌아왔다.
인천고-인하대 출신으로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고 SK에 입단한 박민호는 팀내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선수 자신은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고 했다. 데뷔 첫 승을 거두기도 했지만 17경기에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5.46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기 때문.
어떤 선수나 그렇듯 이대로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 박민호는 지난해와는 다른 '아쉬움 없는 2015년 12월'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12일 문학구장에서 박민호를 만났다.
-지난 시즌을 돌아본다면?
"1군에 오래 있지도 않았고 많은 경기에 나간 것도 아니다. 그래도 1군에 데뷔하고 첫 승을 올렸기 때문에 한마디로 표현하면 '프로야구에게 인사했다' 정도 같다. 되돌아 봤을 때는 아쉬운 것이 많지만 실력이 부족한 것을 알기 때문에 무조건 아쉬워할 수만은 없었다. 느낀 것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나간 경기가 적어서 모든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꼽자면 처음 던진 날과 첫 선발 때다. 첫 등판은 6월 19일 삼성전이었는데 3이닝 비자책을 했다. 어떻게 3이닝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첫 선발인 6월 25일 KIA전에서는 3이닝 7피안타 5실점(4자책) 패전.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것 같다고 하자) 만약에 수비 도움 있어서 잘 풀렸고 해도 실력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었을 것 같다"
-그래도 작년 팀내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무대를 밟았다
"데뷔를 했다는 게 가장 다행인 부분 같다. 미리 해봤기 때문에 준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군에서 1, 2년 더 하고 올라온다고 한다면 데뷔 첫 해보다 성적이 나을 수는 있지만 2, 3년 뒤에 느끼는 것과 첫 해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먼저 맞은만큼 잘 피하거나 덜 아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웃음)
-사이드암 투수다보니 우타자에 비해 좌타자에게 어려움을 겪었다 (우타자 피안타율 .298 11탈삼진 7볼넷, 좌타자 피안타율 .340 1탈삼진 3볼넷)
"나부터 약하다고 생각하면 상대할 때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좌타자한테 약하지 않다고 일부러라도 생각했다. 근데 결과를 보면 확실히 좌타자에게 약하더라. 그래도 좌타자 우타자 여부보다는 얼마나 컨트롤을 되게 던지느냐 같다"
-시즌 종료 후 야쿠르트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다른 선수들과 별개로 백인식, 이상백, 이현석과 함께 야쿠르트 캠프에 20일 있었다)
"마무리 캠프 명단이 불리는데 투수를 다 부르고 포수, 내야수, 외야수 이름이 불려도 내 이름이 안 없더라. 그래서 '못 가는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야수들 불리는 시간에 '내가 왜 안 불렸을까, 한국에 있더라도 더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안 좋게 됐을 때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는 발판으로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따로 야쿠르트 캠프에 가는 것이었다. 야쿠르트 코치 중에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다카쓰 신고 코치님이 계신데 먼저 와서 알려주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먼저 다가가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다카쓰 코치님과 캐치볼을 하면서 커브를 받았는데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UFO가 오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 300세이브를 올린지 알 것 같았다.
커브를 배웠는데 다카쓰 코치님 뿐만 아니라 우리팀 김경태 코치님, 이토, 이시이 코치님 등 코치 네 분의 조언을 들으면서 퍼즐을 맞추듯이 했다. 이제까지 던진 커브보다는 나은 것 같다. 캠프가서 계속 연습할 예정이다"
-야쿠르트 캠프에 함께 간 백인식은 스타일로 봤을 때 경쟁자 중 한 명이다. 그러면서도 동료로서 조언도 많이 들을 것 같은데
"(백)인식이형은 처음 입단했을때부터 잘 챙겨줬다. 인식이형은 작년에 미국 처음 갔을때도 캐치볼 파트너 없었는데 같이 해주셨다. 에피소드가 있는데 내가 인식이형 팬카페 회원이다. 대학교 4학년 때 나와 비슷한 투수들의 투구폼 찾아보는데 인식이형 동영상이 편집된 것이 있더라. 근데 그게 인식이 형 카페에 있는 영상이었다. 가입해야 볼 수 있다고 해서 가입했더니 등업을 해야 볼 수 있어서 글도 쓰고 댓글도 썼다.(웃음) 많이 챙겨주신다.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은 별로 못 느낀다. 나도 잘 해드려야 할 것 같다"
-12월은 어떻게 보냈는지
"대학교 동기들 몇 명과 후배들과 함께 인하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3학년에서 4학년 올라갈 때 '비시즌 때 각자 팀 유니폼 입고 훈련하자'는 다짐 같은 것을 했는데 동기 6명이 모두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지금 훈련하는데 그 때가 떠오르더라"
-생각이 깊은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무조건 운동만 열심히만 했던 것 같다. 대학교 정도부터 야구에서 공 던지고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을 하는 것처럼 심리 상태도 훈련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심리와 관련한 책을 보든, 책상에서 혼자 생각하든 따로 시간을 정해놓고 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든 것 같다. 또 모든 것에 동기부여를 하는 편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이것저것 생각을 해봤는데 아직 결론이 안난다. 정해진 보직도 없고 1군에 있을지, 2군에 있을지도 모른다. 작년엔 캠프를 가는 것이, 그리고 미국에서는 오키나와 캠프로, 그리고 오키나와에서는 시범경기를 뛰는 것 등 앞에 놓인 것이 목표였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난해와 다른 것이 있다면 작년에는 캠프만 따라다니는 것이 목표였다면 올해는 작년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서 부상없이 캠프에 참가하는 것이 목표다. 구종으로 본다면 커브다. 직구는 밥 같은, 기본인 것 같다. 반찬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작년에 투구폼을 여러차례 바꿨는데
"방향을 잡았다. 작년에는 완전 언더로도 던지고 올려도 봤다. 약간 시간이 뺏긴 것 같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좋은 경험 같다. 올해는 사이드암쪽으로 잡았다. 1년 동안은 큰 틀에서 한 가지 방향으로 해봐야 할 것 같다. (1군이나 2군, 보직 등)어디에 있든 내 자신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 자신 중심이 잡혀 있어야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 같다. 그 폼으로 던지면 구속은 144~145km 정도 나오는데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올시즌 각오
"물질적인 목표는 시즌 종료 후 연봉이 두 배 오르는 것이다. (웃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작년에 느낀 것이 있고 마무리 캠프에서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더 배우면서 작년보다 발전된, 나아진 모습 보이고 싶다. 특히 이닝과 평균자책점에 신경쓰려고 한다. 열심히 하겠다"
[SK 박민호. 사진=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SK 와이번스 제공]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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