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득점 1,2위 트로이 길렌워터(22.3점)와 리오 라이온스(21점)가 결합한 오리온스. 14일 SK전서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오리온스와 삼성의 빅딜은 올스타브레이크 막판 극적으로 이뤄졌다. 라이온스는 12일 오리온스에 합류했다. 추일승 감독은 그날 밤늦게까지 라이온스와 국내선수들의 전술훈련을 지휘했다. 하지만, 단 사흘만에 매끄러운 호흡을 보여주는 건 애당초 무리였다. 결국 오리온스는 SK를 넘지 못했다.
추 감독은 라이온스에게 책임감과 믿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SK전 선발 출전. 그러나 16분43초간 8점 7리바운드 1어시스트 1블록에 그쳤다. 기본적으로 평균 30분가량 뛰었던 삼성 시절에 비해 출전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하면 오리온스 공격 1옵션은 길렌워터이기 때문. 문제는 라이온스가 출전시간과 드러난 기록에 비해 팀에 미치는 임팩트가 약했다는 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라이온스+이승현+장재석
추 감독은 트레이드 직후 전화통화서 “라이온스를 골밑으로 집어넣어야 한다”라고 했다. 특유의 외곽 움직임을 살려주면서도 골밑과 외곽을 오가게 하려는 의도. 추 감독은 포지션 파괴를 선호한다. 전통적이고 기계적인 1~5번 구분을 선호하지 않는다. 테크닉과 파워가 극대화된 현대농구 흐름에 맞다. 이승현의 주무대를 자유투와 3점슛 라인 사이 퍼리미터로 하되, 역시 골밑과 외곽을 오가는 자원으로 성장시키려는 의도 역시 분명하다. 장재석도 4~5번을 오가는 자원으로 활용 중이다.
다만 포지션파괴의 시너지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많은 유기적인 움직임이 요구된다. 다양한 공격옵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움직임 자체는 복잡해진다. 조직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라이온스, 이승현, 장재석 결합효과를 실전에서 확인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기본적인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라이온스는 삼성에서도 3번으로 뛰었다. 그러나 오리온스 메인 3번은 이승현. 라이온스와 이승현이 자유롭게 3~4번을 오가면서 높은 득점력을 과시하려면 실전서 호흡을 많이 맞춰봐야 한다.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SK전이 딱 그랬다.
장재석의 꾸준한 활약도 변수다. 라이온스, 이승현과 함께 뛸 때 장재석은 골밑에서 대부분 외국인선수와 매치업된다. 그동안 꾸준하지 못했지만, 장재석이 골밑을 사수해야 라이온스와 이승현도 부담 없이 외곽을 휘저을 수 있다. 반대로 장재석이 벤치에 있을 때 라이온스와 이승현은 골밑과 외곽을 동시에 맡아야 한다. 또 라이온스의 경우 이승현이 벤치에 있을 때 허일영, 김도수 등 다른 포워드들과의 동선 역시 효율적인 구분이 필요하다.
▲시간과의 싸움
라이온스를 추 감독과 오리온스 특유의 포지션 파괴 전략에 녹이는 것. 결코 만만찮은 작업이다. 외국인선수가 비 시즌 정상적으로 가세한 팀들도 1~2라운드에선 조직력이 삐걱거리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4라운드 막판에 들어온 선수와 국내선수들과의 조직력 극대화는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현재 오리온스 주축 이현민 이승현 장재석 허일영 등은 호흡을 맞춘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전태풍, 최진수가 이적과 군 입대로 팀을 떠난 뒤 최근 1~2시즌 사이 결성된 멤버들. 추 감독도 “아무래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플레이오프다. 매 순간이 승부처, 조그마한 약점도 곧바로 공략해버리는 무대. 오리온스로선 아킬레스건을 안고 갈수밖에 없다. 라이온스가 갖고 있는 수비와 스피드의 약점, 국내선수들과의 호흡 문제는 플레이오프서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반면 주축 선수들이 2~3시즌 이상 호흡을 맞춘 선두 SK와 2위 모비스의 조직력은 오리온스보다는 확실히 뛰어나다. 애런 헤인즈, 문태영이란 해결사를 보유했지만, 팀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오리온스로선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플레이오프까지 약 2개월. 라이온스와 국내선수들이 최대한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추 감독은 “라이온스와 길렌워터를 20분씩 뛰게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연습과 실전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리면서 라이온스의 출전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득점 1,2위가 뭉쳤지만, 지금 오리온스 전력으로는 플레이오프서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라이온스. 사진 = 잠실학생체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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