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이승기가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으로 오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사실 ‘걸렸다’는 표현이 좀 맞지 않긴 하다. 드라마가 나왔다하면 대박, 음반도 마찬가지였다. 기회가 없어서 시간이 걸린 게 아니기 때문에 ‘10년이나 걸렸다’는 표현이 정확하진 않다.
어찌됐건 10년이다. 10년 만에 스크린에 도전했다. 첫 스크린이고, 첫 주연이다. 달달하지만은 않은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 이승기는 18년 동안 썸을 타는, 아니 썸을 탔다기보다 이용만 당한 남자 준수를 열연했다. 준수를 이용하는 여자 현우 역을 맡은 배우는 문채원이다. 18년이라는 시간을 연기하는 두 사람은 제법 자연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9년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 같이 출연한 적이 있다.
이승기는 이런 작품으로 10년 만에 스크린에 진출했다. 첫 영화니 소감은 물어보나 마나 좋았고, 기다렸다. 드라마는 시청자들과 호흡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느낌이라면, 영화는 오랫동안 준비해서 한번에 “짠”하고 공개하는 느낌이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설레기도 했다. 꿈이 현실이 됐고, 밤잠을 설칠 만 했다.
개봉 직전, 이날은 이승기의 생일이기도 했다. 예매 율이 1위로 치고 올라갔다. “12시가 넘어가면서 예매 율이 기가 막히게 바뀌더라. 마치 생일선물처럼.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설레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얼굴에 긴장감이 살짝 감돌긴 했지만, 2년 내공이 어디 가겠나. 요목조목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때로는 준수였고 때로는 서른 살에서 한살 모자란 청년 이승기로.
▲ 이하 이승기와 나눈 일문일답.
-첫 영화인 ‘오늘의 연애’가 공개된다. 소감이 어떤가.
좋다. 일단은 오랫동안 작업한 것을 기다렸다가 한 번에 오픈하는 게 연기할 때 처음이니까 데뷔무대처럼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 공개할 때(언론시사회때)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일단은 꿈꾸던 게 현실로 되니까 싱숭생숭하고, 많은 관객들이 재밌게 잘 봐줘야 하는 부담감이 밀려오더라. 브라운관과 스크린이 같은 연기를 하긴 하지만 다른 게 많은 것 같더라. 좀 더 정말 자연스럽고 연기 몰입도 되는것 같았다. 첫 작품이 리얼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드신 박진표 감독님이라서 다행이었다.
-브라운관에서 스크린까지 10년이 걸렸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그때 당시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다. 드라마 하면 예능하고 앨범, 콘서트 등 몇 년 동안 했던 스케줄이 있었다. 영화 시나리오를 주의깊게 볼 시간이 없었다. 예능이 끝나면서 시간이 좀 많아졌다. 그때 영화를 차분히 지켜보다가 이 시나리오가 왔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가벼움을 상쇄 시켜 줄 수 있는 박진표 감독님이라서 선택했다.
-로맨틱 코미디가 무난해 보이지만 스릴러처럼 강한 인상을 주긴 힘들다. 왜 로맨틱 코미디인가.
주변에서 무난한 선택이라는 말을 했지만 그렇지 않다.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멀티 캐스팅에서 작은 역할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가 나에게 잘 맞는 옷이긴 하지만 안정적인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디테일하게 이야기하면 재밌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드라마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한편 밖에 없었다. 그냥 달달한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준수 캐릭터는 ‘흔남’(흔한 남자)이다. 좀 더 강한 스크린 데뷔를 원하진 않았는가.
그런(강한) 스크린 데뷔도 나쁘지 않은데,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 현재 상황에선 없었다. 이 상황에서는 로맨틱 코미디가 들어왔는데, 여러 조건들이 잘 맞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했다. 특별한 전략이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차라리 다행이었던 것 같다.
-준수는 표면적으로 보여주기가 힘들 캐릭터다.
내가 고민했던 것이 바로 그거다. 보여줄 수 있는 게 없는 준수. 준수가 가진 유일무이한 매력은 진정성이다. 사랑이다. 현우는 캐릭터가 강하다. 캐릭터에 옷이 많을수록 보여주기는 쉽다. 장치가 많으니까.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공감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이승기가 캐릭터 빨이 아니라 연기력으로 승부했다’는 평가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도 장치를 준 것이라면, 준수가 좀 심심하니까 유머러스하게 보일 수 있도록 연기를 했다.
-준수 같은 남자. 어떻게 생각하는가.
몇 년에 걸쳐 트렌드가 바뀌고 유행이 바뀐다. 하지만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조금 촌스럽고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치부하는 풍토가 됐다. 몇 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사실 리얼한 밀당이나 그런 건 잘 모른다. 그냥 사람이 가진 좋은 가치인것 같다. 그런 매력을 가진 사람이 준수다. 이런 매력을 알아주는 영화나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영화의 소재인 18년 동안 썸,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하루에도 몇 번 생각이 변한다. ‘오늘의 연애’ 속 준수와 현우같은 관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영화 속에는 현실적인 상황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족과 같은 관계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 고백하고 차였어도 안볼수가 없다. 반 강제적이다. 좋아하니까 옆에서 챙겨주고 아껴주고 하지만, 준수도 연애는 한다. 18년 동안 아무도 안만나도 한 사람만 보는 남자라면 신고를 해야 한다. 하하. 하지만 준수는 다른 형태의 사랑이 찾아보면 연애를 한다. 그런 게 현실적이었다.
-만약 준수였다면?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니다. 좋으면 좋다고 표현을 하는 스타일이다. 상대방이 내가 아니라고 하면 접는 편이다.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준수처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준수 같은 남자를 보고 싶다. 주변에서 너무 쉽게 헤어지고 쉽게 만나는 것을 본다. 도덕 교과서처럼 그럼 사람을 좀 보고 싶기도 하다. 준수의 매력인 것 같다.
-장르 특성상 남녀 케미가 상당히 중요했는데 이번엔 정말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런 평이 최고의 평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연인이 아닌데 연기로 다른 사람에게 설레는 커플연기를 보여줬다면, 80%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현장에서도 편하게 해 주고, 많이 재미있게 웃겨도 주고 그랬다. 그런 것은 남자 배우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촬영을 할때 각도 문채원 씨에게 다 맞췄다. 나보다 채원 씨가 예쁘게 나오는게 중요했다. 둘 다 예쁘게 나오는 각이 겹쳐서 채원 씨 위주로 했다. 그리고 키스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연인이 가장 설레일때 하는 키스를 생각했다.
-아직 티켓파워가 검증되지 않았다. 상업적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가.
처음에는 큰 부담 없이 생각했다. 손익분기만 잘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욕심이 나더라.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 뭔가 상업적인 부분에 드라마보다는 더 가까이 있는 느낌이다. ‘자본’이라는 것이 좀 더 가까이 와 있는 느낌이랄까. 우리가 잘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우리가 잘 못하면 여러 사람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부담이 생겼다.
[배우 이승기.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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