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한 팀은 봄 농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중위권서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는 kt 전창진 감독에게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LG가 부담스럽진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전 감독은 직접적인 대답 대신 “결국 kt, 오리온스, 전자랜드, LG 중 한 팀은 떨어지겠죠”라고 했다. 이어 “아직 게임이 너무 많이 남았다”라고 덧붙였다.
4라운드를 마친 18일 현재 4위 오리온스(19승17패), 공동 5위 kt 전자랜드(18승18패), 7위 LG(17승20패)가 6강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에 걸렸다. 반면 SK(28승8패), 모비스(27승9패), 동부(23승23패) 3강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하는 팀은 아니다. 그리고 8위 KGC인삼공사(13승23패), 9위 KCC(10승26패), 최하위 삼성(8승28패)는 전력과 경기 차를 감안하면 중위권 4팀을 위협할 정도의 힘을 갖고 있진 않다고 봐야 한다. 이 팀들의 6강 플레이오프는 사실상 희박하다. 전 감독 말대로, 오리온스 kt 전자랜드 LG 중 세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나머지 한 팀이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네 팀은 현 시점에서 뚜렷한 강점과 약점을 안고 있다.
▲오리온스
리오 라이온스와 함께 치른 첫 게임(14일 SK전) 석패. 그러나 16일 kt전서 신승하며 희망을 봤다. kt와 전자랜드를 밀어내고 극적으로 4위를 지켰고, 라이온스가 4쿼터 승부처에서 맹활약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확실히 폭발력이 있었다. 트로이 길렌워터가 3쿼터에 발목에 부상하며 더 이상 뛸 수 없었던 상황. 찰스 가르시아였다면 그 정도 응집력을 선보이긴 어려웠다. 오리온스는 에이스 2명 보유의 장점을 확인했다. 또 길렌워터와 라이온스는 경기장 안팎에서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출전시간을 놓고 자존심 싸움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즌 중반까지 3강과 가까웠던 오리온스. 하지만, LG에 단 3경기 앞섰다. 냉정히 말하면 오리온스는 6강 플레이오프도 장담할 수 없는 위치다. 그동안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길렌워터와 국내선수들의 동선 정리가 되지 않았던 점, 이승현, 장재석 등의 약간 부족한 외곽수비, 떨어지는 승부처 리바운드 장악. 라이온스의 가세로 다시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까지 얻었다. 라이온스가 외곽에서 공격할 때 리바운드에 가세할 선수가 마땅치 않은 건 분명한 약점. kt전 승부처를 오리온스가 장악했던 건 라이온스가 골밑에서 버텨줬기 때문이다. 조화로운 내, 외곽 활약과 제공권 장악. 아직은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당연히 정상화 시점이 빠를수록 6강 안착확률도 높아진다.
▲kt
3연승 상승세가 잠시 끊긴 상황.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서서히 강해지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고질적인 높이 열세를 백업 멤버들이 여실히 메워주고 있다는 점.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서 몸을 사렸던 송영진이 여전히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오리온스서 데려온 김승원과 신예급인 박철호가 좋다. 또 이재도의 성장과 조성민, 찰스 로드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기적과도 같은 5위에 올랐다.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대체로 떨어진다고 하지만, 전창진 감독은 개개인의 기량을 극대화했고, 시즌을 치르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리면서 만만치 않은 팀을 만들었다.
다만, 찰스 로드가 관건. 전 감독은 “로드가 연습할 때나 경기장에서나 예전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기복이 확연히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전 감독은 여전히 로드와 밀고 당기기 중이다. “한번은 전반전에 개인플레이만 해서 하프타임에 혼을 냈더니 후반전엔 정신 차리고 하더라”며 웃었다. 로드는 오리온스전서도 전반전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후반 엉성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리오 라이온스의 폭발을 지켜봤다. 골밑이 여전히 아킬레스건인 kt로선 이런 부분이 가장 큰 부담이다. 물론 에반 브락이 허리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로드가 거의 홀로 뛴다. 전 감독은 “내가 체력 조절을 못해준 것도 있다”라면서 “브락 대체선수를 알아봐야겠다”라고 밝혔다. 브락의 대체 선수 가세는 kt로선 매우 중요하다.
▲전자랜드
대표적인 도깨비 팀. 선두 모비스를 잡으면서도 하위권의 KCC와 삼성의 연패 탈출 제물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전력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의미. 에이스로 거듭난 정영삼은 올 시즌 외곽슛을 완벽히 장착한데다 승부처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에이스가 없는 전자랜드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리카르도 포웰 역시 다른 팀 외국인선수와는 달리 이타적인 플레이를 한다. 여기에 이현호 정효근 이정제 등이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에 헌신적이다. 차바위와 정병국, 김지완 등도 공수에서 정영삼을 잘 돕는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뿜어내는 파워가 6강 경쟁 팀들에 비해 약하다. 또 준비된 패턴이 통하지 않을 경우, 상대 에이스가 펄펄 날 경우 적지 않게 고전한다. 정영삼이 팔꿈치, 발가락 등 사실상 정상적인 몸이 아니다. 5~6라운드서 정영삼의 몸 관리는 전자랜드에 가장 중요한 요소. 함준후 역시 수술을 결정한 상황. 라이온스가 가세한 오리온스, 새 외국인선수를 뽑아야 할 kt, 김종규가 가세한 LG에 비해 시즌 막판 뚜렷한 전력상승요소도 없다. 결국 갖고 있는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LG
시즌 첫 4연승. 6강 구도를 안개 속 형국으로 만든 주인공. 많은 팀이 LG를 경계하고 있다. LG와 직접적으로 순위다툼을 하는 팀이 아닌 모비스 유재학 감독조차도 “LG는 플레이오프에 올라오면 지난해와 비슷한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경계했다. 확실히 무섭다. 데이본 제퍼슨이 4라운드에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 시즌의 파괴력을 회복했다. 100% 컨디션의 제퍼슨은 KBL서 정상적으로 막아낼 팀이 없다는 게 또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김종규가 15일 삼성전을 통해 컴백했다. 그 동안 김진 감독은 김종규 컴백 시기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그가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했다.
문태종-제퍼슨-김종규 삼각편대가 사실상 정상적 컨디션으로 치른 첫 경기가 삼성전이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LG는 5위 그룹에 단 2경기 뒤처졌다. 아직 18경기가 남았다. 많은 전문가가 LG가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전력을 회복했다고 본다. 제퍼슨과 김종규가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을 때 맹활약했던 김영환 등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지고, 또 2% 부족한 수비조직력을 끌어올릴 경우 LG 행보는 아무도 점칠 수 없다. 김종규의 골밑 지배력만 살아나면 국내선수들의 골밑 수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수비조직력도 좋아질 수 있다. 현 시점에선, 6강 경쟁서 가장 불리한 건 맞다. 하지만, 네 팀 중 기세는 가장 뜨겁다. 냉정히 볼 때, 전력도 전자랜드, kt에 앞선다고 봐야 한다.
[위에서부터 오리온스, kt, 전자랜드, LG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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