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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이번엔 절세미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하지원이 영화 '허삼관'에서는 마을 최고의 미녀 허옥란을 연기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속 액션배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허옥란이 등장하면 동네 모든 남성들의 시선은 그곳으로 향했다. 강냉이를 들고 미소를 지었고, 다른 여자들은 굴욕을 당했다. 고운 얼굴에 강한 생활력, 강단 있고 고집있어보이는 표정. 절세미인 허옥란은 하지원의 매력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좋다"고 했다. 그냥 허옥란이 아니고 '절세미인' 허옥란이다. 어딜 가나 '절세미인'으로 불렸고, 캐릭터의 설명만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도 절세미인 대접을 받았다. 여기서 하지원의 연기력도 같이 빛났다. 절세미인이었다가 허삼관과 결혼해 세 아들을 둔 허옥란은 180도 변했다. 치마를 살랑거리며 강냉이를 파는 허옥란은 없었다.
하지원이 '허삼관'에 출연한 것은 '거절'에서 시작됐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하지원은 '허삼관' 출연을 거절하기 위해 하정우 감독을 만났지만,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그렇게 하지원표 허옥란이 탄생했다. 화사한 처녀 허옥란부터, 목 늘어난 셔츠를 입고 아들 셋과 아들 같은 남편 허삼관을 보필하는 주부 허옥란까지 모두 하지원이 만들어냈다.
▲ 이하 하지원과 나눈 일문일답.
-'허삼관'에서 절세미녀를 연기한 소감이 궁금하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행복했다. 강냉이 파는 신이 내 첫촬영이었다. 첫날부터 오글거리는 신이다. 주위 분들이 정말 연기를 잘해 주셨다. 보조출연자들이랑 영화에서 같이 하는 선배님들이랑 그분들이 날 절세미녀로 만들어줬다. 표정과 몸짓으로 절세미녀를 본 연기를 해줬다. 현장에서 할아버지 보조출연자까지 그랬다. 그래서 내가 쉽게 절세미녀가 될 수 있었다. 민망할 뻔 했는데 다들 좋게 호응해주셔서 좋았다.
-첫 장면 외에는 엄마 이미지로 나왔다. 피부 톤을 낮췄다고 들었다.
허옥란이 여기서 예쁘게 나와야지 했던 것은 없었다. 세 아이를 둔 엄마가 의상이나 헤어나 좀 더 옥란스럽게 하기 위해서 디테일하게 한 부분이 있었다. 몸빼바지를 입는다거나 늘어난 티셔츠를 입는다거나. 엄마같이 꾸미려고 했다. 메이크업도 거의 안했다. 하정우 씨가 전화를 해서 "11년이 지나서 첫 등장인데, 애기 엄만데 너무 화사해서 CG로 톤을 다운했다"고 하더라.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다고.
당시 드라마 '기황후'를 찍고 있었다. 정말 잠을 잘 시간도 없었다. 제안을 받았지만 시나리오를 읽을 시간조차 없었다. 그때의 컨디션으로는 다음 작품을 할 수 없는 체력이었다. 또 원작을 알고 있었는데, 세 아이의 엄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허옥란은 나와 잘 안 맞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작을 재밌게 읽었다. 만나서 거절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만나기 전날 시나리오를 읽었다. 원작에 있는 살아있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허옥란은 내 옷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 심정으로 하정우 씨를 만났다.
-그리고 만나서 출연을 결정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 상상이 된다. 내가 느낀 '허삼관'은 동화적이고 판타지적이었다. 터치하는 감정들이 세련되고, 너무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고 기대감이 있었다. 하정우 씨를 만나서 옥란이 중요한 게 아니라 ,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가 궁금하다. 정우 씨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동화적이고 판타지 같은 세련된 느낌의 '허삼관'이었다. 정말 좋았다. "허옥란은 내 옷이 아니다"고 하자 "정말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내가 일순이였다는 말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엄마 역할이라는 것이 출연을 결정하기 어렵게 만들었는가.
세 아이의 엄마였다. 정우 씨가 "나도 아빠 역은 처음이다. 하지원이 그리는 옥란, 하지원이 나중에 아이를 뒀을 때를 보여주면 된다"고 하더라.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것들이 상상이 되면서 마음이 열렸다. 그 뒤 회사 대표님이 '허삼관' 측에 연락을 해서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그래도 세 아이의 엄마라는 게 쉽진 않을 것 같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고민이 많았다. 조금 막막하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떨리기도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작품마다 좀 다르긴 하다. 대본을 수십 번보고 설정도 해보고 연습도 많이 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다. '허삼관'은 대본을 많이 보고 설정하기 보다는 그냥 현장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아이들과 놀고 그랬다.
-아이들과 지내는 게 자연스러워야 했다. 따로 노력한 것들이 있는가.
아이들과 일부러 친해지려고 했던 건 아니다. 그냥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오히려 재밌게 놀았다. 아이들을 돌보고 케어하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같이 놀자고 먼저 다가왔다. 오락실도 가고 게임 하고 그런걸 좋아한다. 구경하고 그런걸 좋아한다. 호칭은 각자 알아서였다. 일락이는 엄마, 이락이는 누나, 삼락이는 이모라고 부르더라.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내가 '누나'라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하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과 모성애는 다른데.
사실 모성애가 내가 연습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일단 아이들과 손을 잡거나 끌어안아도 서로 어색하거나 불편하면 안 되는 것 같아서 좋으면 안고 밥도 같이 먹고 편하게 지냈다. 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모성애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가 친구 같다. 나에게 친구 같다. 나도 그렇게 쉽게 아이들과 놀면서 접근을 했던 것 같다. 엄마니까 이렇게 해야지가 아니라 그 순간 아이들을 하고 싶은 대로 표현했다. 아이들이 예쁘니까 자연스럽게 약간 나오더라.
-허옥란의 말투가 잘 입에 붙던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허옥란의 말투)그런 부분이 매력 있고 신선했다. 그런데 내 입으로 해보니 너무 어색하더라. 리딩을 하기 전에 혼자 연습을 해 보는데 정말 어색하더라. 문어체를 쓰니까 싸우는데도 싸우는 것 같지 않고 묘했다. 리딩을 하면서 전체 배우들이 그런 말투를 쓰니까 괜찮았다. 오히려 문어체를 썼던 것이 매력이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서로 대사를 맞추고 하니 굉장히 재밌었다. 그러면서 입에 붙지 않은 부분은 수정을 했다.
-처녀시절과 유부녀. 다르게 표현해야 했을 텐데.
처녀시절에는 절세미녀다. 전쟁 직후 마을에 먹고 살기도 힘들다. 한줄기의 빛처럼 에너지 넘치는 밝은 예쁜 여자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말이다. 강냉이를 파는 신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밝은 에너지를 허옥란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비타민 같고 밝게, 웃음도 많은 허옥란이다. 결혼 수에는 대사 톤이나 그런 것들을 툭툭 빨리 치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에게 하는 일상적인 느낌으로 접근했다.
-감독 하정우와 배우 하정우
일단 감독님으로 많이 대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배우 하정우가 아니라 감독 하정우가 앞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정우 씨가 출연만 했다면 더 장난도 치고 편하게 지낼 수도 있다. 어찌됐건 우리 영화의 감독이다. 그래서 더 존칭을 썼던 것 같다. 내 머릿속 이미지는 감독이었다. 그런데 촬영을 할 때 배우로 뿅 나타나니까 어색하긴 하더라. 2~3회차가 넘어가니까 자연스럽고 편해졌다.
-여러 감독들과 작업을 해 봤다. 유명 배우이기도 한 감독과 작업을 했는데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있던가.
배우이기도 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것 같다. 더 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기 전에 이미 해결이 돼 있었다. 그런 센스가 있다. 배우가 편안하게, 불편함 없는 촬영 현장을 만들어줬던 것 같다.
[배우 하지원.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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