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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100kg을 넘는 거구와 호주 출신의 외국인, 그리고 대한민국 국군 예비역은 서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 표현들이다. 방송인 샘 해밍턴을 설명할 때를 제외하고는.
18일 방송된 MBC '일밤-진짜 사나이' 칠성부대 편 마지막 회에서는 21개월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병장 배우 김수로, 개그맨 서경석, 샘 해밍턴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군대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후임들이 준비한 케이크와 선물을 받은 뒤 샘 해밍턴은 유난히 "형제"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되뇌었다. 그 이유는 전역식에서 알 수 있었다.
전역소감을 말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샘 해밍턴은 "21개월 전에 내가 대한민국 육군으로 전역한다고 말을 했다면 '미쳤냐?'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비만인 37살 호주사람이 무슨 군인이겠냐?"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처음엔 겁을 먹었고 자신감은 쥐꼬리 같았다. 그동안 많이 화났고 울었고 웃었고 무엇보다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며 "다른 나라에서 외국 사람으로서 살면서 힘들 때 많다. (여기에) 가족이 없으니까. 그런데 21개월 동안 내게 좋은 형제가 생겼다. 그 점에 가장 감사하다. 평생 내 형이나 동생이 되어준다면…. 나는 평생 부자로 살 수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군대라는 공간에서 누구보다 절실하게 전우애를 배운 바로 이 '호주인'의 고백이었다.
혹자는 촬영을 위해 한 달에 얼마간 군부대 생활을 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향한 호불호를 넘어 군대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 속에서 때론 부상투혼을 발휘하며 21개월간의 촬영을 마무리한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의지의 결과다. 특히나 그 군대를 극복한 대상이 구멍병사였던 만큼 더욱 혹독한 시간을 보냈고, 외국인인 만큼 더욱 낯선 과정을 거쳐야 했던 샘 해밍턴이라면 전역이란 결과는 더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 37살이라는 나이, 훈련과 어울리지 않는 체형, 군대라는 특수한 문화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국적을 가지고도 '진짜 사나이'의 미션을 통과해 낸 샘 해밍턴의 눈물이 더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방송인 샘 해밍턴.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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