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호주 브리즈번 안경남 기자] 슈틸리케호가 또 1-0 승리를 거뒀다. 벌써 대회 3번째다. 이렇게 계속 1-0으로 우승까지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슈틸리케호를 두고 ‘늪 축구’, ‘알뜰축구’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도 팀의 색깔이라면 색깔이다. 슈틸리케는 “3경기를 치르면서 7명씩 변화가 있었는데 점점 나아진 모습을 보인 건 긍정적이다”며 호주전 승리에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 어쨌든 슈틸리케호는 이기고 있다. 다만 부상자가 늘어난 점은 고민거리다. 이청용에 이어 구자철 마저 아시안컵을 마감했다.
● 이정협 원톱·손흥민 벤치…또 7명이 바뀌었다
또 7명이 바뀌었다. 감기와 부상으로 7명이 통째로 바뀌었던 쿠웨이트전과 비교해 또 7명이 달라졌다. 이정협과 한교원이 첫 선발 출격했다. 원톱에 이정협이 서고 공격 2선에는 이근호, 구자철, 한교원이 포진했다. 이근호는 왼쪽으로 이동해 손흥민 자리에 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감기에서 갓 회복한 손흥민을 벤치에 대기시켰다. 중원은 기성용과 박주호가 3경기 연속 선발로 호흡을 맞췄다. 공격과 수비의 잦은 변화를 가운데서 잡아주는 역할을 맞았다. 수비는 이번에도 조합이 바뀌었다. 왼쪽부터 김진수, 김영권, 곽태휘, 김창수가 자리했다. 호주의 힘과 높이에 대응한 변화였다. 장현수, 차두리는 경고 트러블로 인해 벤치에 대기했다. 호주도 1.5군이 나왔다. 공격 3인방 케이힐, 레키, 크루즈가 선발에서 빠졌다. 대신 K리그를 경험한 번즈와 맥케이가 이름을 올렸다.
● 전반전
볼 점유율은 호주가 가져갔다. 한국은 앞선 두 경기와 달리 압박 후 호주의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 패턴을 취했다. 부임 후 점유율 축구를 강조해온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자신이 무조건 점유율을 추구하진 않는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8일 기자간담회서 “오만, 쿠웨이트전은 우리가 점유를 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하지만 어제는 다르게 경기가 진행됐다. 이근호, 한교원을 측면에 세워 활동량과 피지컬을 강화했고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도록 지시했다”며 호주에 맞는 전술로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볼을 점유할 때보다 압박 후 역습을 취할 때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계속된 선수 변화로 인해 패스 미스가 잦았다. 호흡의 문제였다. 0-0의 균형이 깨진 건 박주호가 번즈의 팔꿈치 가격에 쓰러져 10명이 된 전반 32분이었다. 기성용이 호주 수비수 3명 사이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는 전진패스를 찔러줬고 이를 잡아 이근호가 올린 낮고 빠른 크로스를 쇄도하던 이정협이 몸을 던져 슬라이딩으로 골망을 갈랐다. 호주는 루옹고의 우측 돌파와 번즈의 중앙 이동으로 찬스를 만들었지만 한국의 옆 그물을 때리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전반은 한국이 1-0으로 리드한 채 끝이 났다.
● 호주는 케이힐을, 한국은 장현수를 투입했다
전반 41분과 후반 4분 박주호와 구자철이 부상으로 끝내 교체됐다. 강제적 변화였다. 박주호는 번즈와의 충돌 여파로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구자철도 경합 과정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다. 18일 정밀 검사결과 구자철은 내측인대 파열 진단을 받아 아시안컵을 마감했다. 이 과정에서 슈틸리케는 박주호 대신 한국영을 투입하며 기성용과의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구자철이 쓰러지자 손흥민을 투입한 뒤 이근호를 처진 공격수로 옮겼다. 호주는 후반 15분을 기점으로 레키, 케이힐, 크루즈를 모두 투입하며 공격진을 새로 짰다. 공격 2선에 섰던 루옹고가 밑으로 내려왔고 케이힐이 주리치와 함께 사실상 투톱처럼 썼다. 힘과 스피드를 동시에 보강한 변화였다. 그러자 슈틸리케 감독은 재빨리 한교원을 빼고 장현수를 투입해 대처했다. 장현수의 가세로 한국은 세트피스 수비시 3명의 센터백을 둔 효과를 봤다. 포지션도 바뀌었다. 장현수와 한교원을 더블 볼란치, 즉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고 기성용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했다. 이근호는 한교원이 빠진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 후반전
양 팀 모두 선수가 바뀌면서 경기 양상도 다르게 진행됐다. 한국은 손흥민이 들어오면서 측면에 스피드가 더해졌다. 손흥민은 몇 차례 화려한 개인기와 돌파로 호주 수비를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다. 호주의 공수 간격이 크게 벌어진 이유다. 하지만 효율성은 떨어졌다. 손흥민은 측면서 안으로 파고들며 슛 기회를 만들었지만 문전에서의 마무리 부족으로 추가골을 만들진 못했다. 호주는 케이힐로 전방에 높이를 제공함과 동시에 측면에는 개인기가 좋은 크루즈, 레키로 한국 수비를 흔들었다. 하지만 수비라인을 내리고 두 대의 버스를 세운 한국 수비를 뚫지 못했다. 또 김진현의 슈퍼세이브도 호주를 좌절시켰다. 김진현은 후반 43분 크루즈와 1대1 대결서 엄청난 선방을 해냈다. 그렇게 한국은 또 1-0 승리를 가져갔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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