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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음하하하하" 첫 회가 끝나고 가장 먼저 기억난 게 이 웃음소리다. '어디선가 들어본 웃음소리였는데?'
19일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극본 권인찬 김선미 연출 손형석 윤지훈)는 장혁이 "대한민국 드라마에 없던 코믹 사극이 되지 않을까"라고 호언한 작품이다.
전작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코믹 연기에 자신감을 보여준 장혁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했다. 사극으로 배경이 바뀐 까닭에 장혁 특유의 과장된 몸짓에서 나오는 코믹 연기는 흡사 과거 성룡, 주성치가 주름잡던 홍콩 영화가 떠오를 정도였다.
다만 주인공 장혁과 오연서는 전작의 색깔을 미처 다 지우지 못한 듯했다.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이건, '왔다! 장보리'의 장보리로 전작에서 각각 색깔 짙은 캐릭터를 연기했던 두 사람인데, 첫 회에서 유난히 인상에 남았던 왕소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사실 '운명처럼 널 사랑해' 이건의 웃음소리와 비슷했다. 당돌한 신율의 목소리 역시 '왔다! 장보리'의 씩씩한 장보리와 닮아 있었던 건 마찬가지다.
강하게 남아있는 전작 현대극의 이미지는 앞으로의 전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자칫 시청자들에게 복장만 사극으로 달라진 현대극 연기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MBC 드라마 '투윅스'를 맡아 16부 내내 긴장감 있는 연출로 호평 받았던 손형석 PD는 '빛나거나 미치거나' 첫 회 초반 왕소와 왕건 분량을 굉장히 어둡게 표현했는데, 마치 왕소와 고려가 처한 상황을 암시하는 듯한 연출이라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액션 장면에 초반 분량을 상당 부분 할애해 전개를 늘어뜨리고, 신율의 등장으로 스위치를 껐다 켜듯 극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뒤집어 버린 건 시청자들의 몰입도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왕소와 신율의 첫 만남 장면은 다소 진부했다.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2011년 인기드라마 MBC '해를 품은 달'과 비교되는 이유가 코믹과 멜로의 균형을 노리기 때문인데, 멜로의 시발점이 된 왕소와 신율의 첫 만남 장면은 여느 드라마들과 다르지 않았다.
신율이 달려오는 마차에 부딪힐 뻔하자 왕소가 몸을 날려 구해주고 이 모습이 느린 화면으로 펼쳐지며 '우연 아닌 운명'의 만남임을 강조한 장면으로 '해를 품은 달' 속 어린 훤(여진구)과 연우(김유정)의 첫 만남, '운명처럼 널 사랑해' 속 이건과 김미영(장나라)의 첫 만남에서도 비슷한 연출을 본 바 있다.
장혁과 오연서가 이건과 장보리를 얼마나 지울 수 있을지, 제작진은 코믹과 멜로의 균형을 어느 정도로 맞출 수 있을지 남은 분량에서 24부작 '빛나거나 미치거나'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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