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이상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올스타브레이크 직전 KB에 2경기 연속 패배한 선두 우리은행. 개막 16연승을 내달릴 정도로 압도적 전력을 자랑했기에 시즌 첫 2연패는 충격적이었다. 우리은행으로선 같은 상대에 연이어 두 차례 패배한 것도 뼈 아팠다. 반대로 KB는 우리은행을 연거푸 잡으면서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3위를 공고히 한 것 이상으로 우리은행 격파 해법을 찾은 게 수확.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던 우리은행은 사실 그렇게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한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은행의 최근 세 시즌 연속 독주는 위성우 감독 특유의 강인한 훈련이 통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된 상태였고, 그 결과 팀 전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년에 비해 여자농구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
▲만만한 팀이 없다
그런데 우리은행은 연승을 거듭하면서 접전을 많이 치렀다. 타 구단들의 전체적인 경쟁력이 떨어졌는데 왜 준비가 잘 된 우리은행은 고전했을까. KBS 정태균 해설위원은 “우리은행은 주춤할 때가 됐고, 다른 팀들의 전력은 올라왔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위성우 감독은 2012년 부임 직후 우리은행을 강력하게 조련했다. 3년 연속 최하위를 하며 좋은 신인들을 많이 모았다. 전임 감독들이 젊은 선수들 위주로 리빌딩 기반을 잡은 상황. 당연히 몸 상태가 좋았다. 강한 훈련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됐다. 반면 베테랑 의존도가 높고 대표팀 차출이 많은 구단들은 비 시즌 강력한 훈련이 쉽지 않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신한은행. 최윤아 하은주 김단비 곽주영을 비롯해 주전과 식스맨들이 대부분 대표팀 단골 멤버들. 비 시즌에 철저하게 몸을 만들 여력이 없다. 소속팀에서 조직력을 맞출 시간적 여유 역시 적다. 대표팀 주축들이 시즌 직전 팀에 돌아와도 강력한 훈련을 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이미 수년간 소속팀-대표팀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몸이 망가진 상태. 대부분 팀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대표팀 차출이 늘어나면서 서서히 비 시즌 훈련량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강한 훈련으로 전력 자체가 올라간 우리은행은 정상을 수성하고 있다. 또 하나는 리빌딩을 해야 하지만 기반이 덜 잡히면서 비 시즌 강력한 훈련을 하지 못한 케이스. 삼성, 하나외환, KDB생명이 이 케이스다.
최근 신한은행, KB, 삼성, 하나외환, KDB생명 등 우리은행 경쟁자들의 전력이 실전을 통해 좋아졌다. 이 팀들은 비 시즌에 부족했던 훈련을 실전을 통해 진행하면서 극심한 부작용을 겪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되면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있다. 경기력이 좋아졌다. KB가 두 차례 연속 우리은행을 잡은 건 우연이 아니다. 실전을 통해 젊은 선수들로 리빌딩 중인 삼성과 하나외환, KDB생명은 결과와는 별개로 경기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여전히 기복은 있지만, 우리은행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다. 만만한 상대가 없다. 거의 매 경기 접전을 펼치면서 체력적 부담이 심하다. 결국 KB의 상승세와 충돌하면서 2연패로 이어졌다.
▲존 프레스의 약점
우리은행의 최대강점은 존 프레스 디펜스. 지역방어를 하프코트까지 올려 실시하는 전술. 최근 3시즌 연속 승승장구하는 결정적 원동력. 엄청난 반복훈련이 필수인 존 프레스는 비 시즌 강훈련이 가능했던 우리은행에 최적화된 전술. 위 감독은 존 프레스를 집중적으로 조련하면서 팀 전력을 끌어올렸다. 정태균 해설위원은 “내가 우리은행을 맡았을 때부터 조금씩 시켜왔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최하위권의 우리은행으로선 실전서 승률을 높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 존 프레스였다. 그때 기반을 잡은 존 프레스는 위 감독의 변형 및 발전으로 완전체로 자리잡았다. 현재 우리은행 존 프레스는 크게 1-2-2, 2-1-2로 나뉜다. 그리고 매치업 존과 일반적인 존 디펜스 대형으로 구분된다. 박혜진은 “상대 공을 빼앗을 때, 상대 공격을 지연할 때 움직임이 조금씩 다르다”라고 했다.
그런데 존 프레스는 최근 예전같지 않다. 3시즌 연속 당했던 타 팀들이 공략법을 찾았다. 정태균 해설위원은 “다른 팀들이 확실히 적응한 모습”이라고 했다. KB의 우리은행전 2연승이 돋보인 결정적 이유. 당시 몇 차례 정교한 움직임에 의한 크로스 패스와 롱 패스로 우리은행 존 프레스를 손쉽게 깼다.
또 하나. 존 프레스는 체력적 부담이 굉장히 큰 전술이다. 우리은행은 이은혜 강영숙 김단비 등 좋은 식스맨들을 많이 발굴했다. 하지만 위 감독은 “아무래도 은혜나 백업 멤버들은 존 프레스 이해도가 떨어진다”라고 했다. 결국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 양지희로 이어지는 베스트라인업이 코트에 있을 때 존 프레스 활용도가 높다. 이들은 최근 세 시즌 연속 호흡을 맞추면서 존 프레스의 조직적 완성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체력 부담은 분명히 있다. 이젠 모두 국가대표라 시즌 중 체력적 부담도 있다. 정태균 해설위원은 “존 프레스 위력이 그렇게 떨어져 보이진 않지만, 최근 다른 팀들의 공략에는 우리은행의 체력적 부담도 분명히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존 프레스가 약간 무뎌지면서, 우리은행은 승부처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맛이 약간 떨어진다.
▲대세에는 지장 없다
그러나 정태균 해설위원은 “우리은행이 더욱 흔들리거나 선두를 내줄 가능성은 낮다”라고 했다. 냉정히 볼 때 여전히 우리은행 전력이 나머지 5개구단에 앞선다. 시즌을 치르면서 그 간극이 좁아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은 선두다. 우리은행이 접전 속에서 꾸역꾸역 이기는 건 운이 좋아 보여도 사실 승부처 지배력이 여전히 뛰어나다는 증거. 다른 팀들을 보면 외국인선수와 국내선수의 조화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그렇지 않다. 샤데 휴스턴이 승부처에서 확실한 지배력을 선보이지만, 박혜진, 이승아, 임영희, 양지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박혜진과 이승아, 임영희도 승부처서 매우 강인하다. 이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
반면 신한은행은 전력이 많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기복이 있다. KB 역시 최근 급상승세지만, 제공권과 가드진에 미세한 약점이 있다. 실전을 통해 리빌딩을 진행 중인 삼성 하나외환 KDB생명도 경기력 기복이 여전하다.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우리은행처럼 단단하지 않다. 단기간에 치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또 실질적으로 선두 우리은행과 2위 신한은행과의 3경기 차는 쉽게 좁혀질 간극은 아니다. 3위 KB는 우리은행에 무려 6경기 뒤졌다.
그런 점에서 2월 1일과 5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백투백 매치는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팀을 결정하는 빅매치가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 정인교 감독은 “그때 밀리면 정규시즌 우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반대로 우리은행은 최소 1승만 하면 정규시즌 우승 가시권에 들어선다. 대세를 굳힐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은행 선수들(위, 아래). 우리은행 코칭스태프(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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