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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배우 정선아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대한민국 스타 뮤지컬배우다. 어린 나이 데뷔해 오직 한 길을 걸어 왔고, 그만한 열정과 노력이 뒤따르기에 그가 받는 사랑은 당연하다. 그런 정선아가 무대에서 온 에너지를 다해 행복을 전하니 뮤지컬 '킹키부츠'는 더 활기찰 수밖에 없다.
정선아가 출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구두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가 우연히 만난 드랙퀸 롤라에게 영감을 얻어 여장남자들이 신는 부츠로 재기를 꿈꾸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우정과 꿈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열정과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네 자신이 돼라'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찰리를 돕는 로렌 역을 맡은 정선아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서로 무대에서 웃으면서 작품을 할 수 있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에요. 정말 뜨겁게 하고 있어요. 보통 작품들이 쇼적인 것으로 관객들을 충족시키는 작품이 있고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 있는데 '킹키부츠'는 두 개 다예요. 쇼적인 면도 크지만 그 안에 심장을 찌르는 듯한 사랑이 있는 뮤지컬이라 이 작품을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작품에서 음악적인걸 상당히 많이 봐요. 이번 작품에서는 음악도 좋았고 작품성이 크게 다가왔어요. 항상 초연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 '킹키부츠'도 더 끌렸고요. 사실 음악적인 걸 많이 보다 보니까 로렌의 노래가 하나라 진짜인가 놀랐는데 작품 자체가 좋아 꼭 하고 싶었어요"며 "우선 신디 로퍼의 '왕팬'이에요. 신디 로퍼의 전 곡을 봤을 때 정말 사랑스럽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정말 신나고 새로워서 배우로서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라고 전했다.
▲ "MSG처럼 재미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함께 만든 작품에서 배우들의 역할과 분량을 나누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사실 '킹키부츠'에서 정선아는 이전 작품에 비해 다소 분량이 적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로렌이지만 일부 관객들은 정선아의 새로운 역할에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정선아는 "반응은 두가지로 나뉘더라고요. 감초 역할을 정말 잘한다는 반응도 있고 분량이 다른 작품에 비해 적다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이 정말 좋다'는 말은 기본으로 해요. 분량은 이 정도 나오니까 MSG처럼 재미있는 것 같아요. 로렌은 살짝 나와줘야 더 재미있는 역할이에요"라고 밝혔다.
"나 스스로 더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어 로렌 역을 맡게 됐어요. 주연을 하는 작품도 있고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작품도 있는 거죠. 즐겁게 하고 있어요. 임팩트 있는 역할이라 나와서 확 보여주고 가야하니 더 잘해야 해요. 다행히 나올 때마다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또 다른 즐거움이라는 것을 느꼈죠. 우리 해외 연출님이 첫날 와서 각자 소개를 하는데 어떤 배우가 '앙상블을 맡은 누구입니다' 이랬더니 '우리 작품엔 앙상블이 없다. 다 이름이 있고 각자 역할이 있고 그 사람만의 플롯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때 생각했죠. 아, 이 작품 진짜 잘했구나."
정선아는 "'킹키부츠'를 정말 찬양하게 됐어요. 롤라를 찬양하고, 찰리를 찬양하고 이 작품을 찬양해요. 모든 작품이 배우들에게 즐거울 순 없죠. 내가 생각한대로 안 될 때가 있고, 관객들의 기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근데 '킹키부츠'는 내가 생각한대로 아름다운 작품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해요"며 "그래서 내 역할을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는 작품이기 때문에 내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보내는 내 에너지와 사랑을 관객들이 받는 작품이라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라고 털어놨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 역시 정선아를 '킹키부츠'로 이끌었다. 롤라 역 오만석, 강홍석과 찰리 역 김무열, 지현우, 윤소호, 함께 로렌 역을 연기하는 최유하 등 모든 배우들이 정선아에게 '킹키부츠'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여줬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은 정선아에게 '킹키부츠'를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줬다.
▲ "진짜 많이 망가졌어요"
감초 역할을 맡은 만큼 정선아는 '킹키부츠'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제대로 망가진다. 정선아 역시 "제가 했던 연기 중에 이렇게 재미있고 엉뚱하고 생뚱맞은 역이 별로 없었어요. 진짜 많이 망가졌어요"라고 말할 정도다.
정선아는 "많이 망가졌죠. 진짜 많이. 외적으로도 많이 달라졌어요. 전작에서 예쁘고 멋있는 옷 입다가 내 옷과 비교도 안 되는 그냥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나오잖아요. 근데 또 이런 것도 재미가 있더라고요"며 "처음에 '그거 진짜 '찐따'가 해야 재밌지. 금발에 예쁘게 해갖고 샤랄라 화장 하면 안 된다'고 해서 화장도 덜 하고 나와요. 근데 이렇게 자기 디스도 하면서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게 은근 묘한 느낌을 주던데요?"라고 고백했다.
그는 "사실 전작에서는 나 자신을 꾸미면서 우아한 역할을 하다 보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킹키부츠'에서는 청바지 입고 뛰어 다니니까 뭔가 편하기도 하고 배우들간의 관계도 더 친밀감이 생기더라고요"며 "공장 직원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하니까 전 작품 할 때 느끼지 못햇던 호흡을 느끼기도 해요. 같이 춤도 추고 노래하는데 뭔가 하나가 된 기분이에요. 전작에서 제가 했던 역이 합창이나 군무를 하지 않는 독자적인 신이 많았는데 '킹키부츠'에선 모든걸 함께 하니까 정말 즐거워요"라고 설명했다.
"로렌은 깡촌 공장 직원이기 때문에 그쪽을 좀 파보려 했어요. 뭔가 고급스러운 건 로렌과 맞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런 연결 고리를 많이 신경 썼고 이번에는 연기적인 걸 더 연구했어요. 어떻게 하면 관객을 웃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즐거워할까. 그것만 생각해요. 솔로곡에서 내가 어떻게 관객들 마음을 움직일까도 생각하고 공장 일원으로 어떻게 잘 어우러질까도 생각해요. 튀려고 하지 않아요. 뒤에서 신발을 만지고 있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하는데 관객들이 나를 캐치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아요. 나 스스로 나가서 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작품이 더 잘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또 정선아는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연애의 흑역사( The History of Wrong Men)' 넘버에 대해 "처음엔 관객들이 이해해주고 웃어줄까 하는 걱정에 가사 정리나 대사 부분에서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근데 고민한 만큼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라며 "여기서 또 느꼈죠. 더 신경 쓰게 되니 확실히 다 느껴주시는구나. 지금까지 대사와 노래가 많은 작품을 할 때와는 또 다른 감사함이 느껴져요"라고 말했다.
▲ "스스로 조금 어른이 된 것 같아요"
2002년 19살 나이에 뮤지컬 '렌트'로 데뷔해 꾸준히 인기 뮤지컬에 출연하며 사랑 받은 정선아는 벌써 데뷔 14년차. 그만큼 후배들의 롤모델로 꼽히며 관객들에게도 사랑 받는 스타 뮤지컬배우로 우뚝 섰다. 멈추지 않는 열정과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도 가능했다.
정선아는 "저는 인기에 신경 쓰면서 작품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제 인기보다 인기 있는 작품들을 많이 한 거죠. 그건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다는 거구요. 뮤지컬배우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절 많이 좋아해주는데 진짜 든든해요"라며 "무모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계속 도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더 다채로워질 수 있잖아요. 제가 어느 순간 선배가 됐더라구요. 그런 점에서 뭔가 다른 느낌이 있어요"라고 밝혔다.
그는 "전 항상 막내였는데 이제 그렇지 않으니까 느낌이 또 달라요. 전 선후배를 따지는 스타일이 아니라 엄격하지도 않은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후배들이 잘 따르면 아직도 '내가 선배인가?'라는 생각을 해요. 이 이상한 느낌을 뭐라고 할까. 낯선 느낌?"이라며 웃은 뒤 "그래도 후배들에게 좋은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오래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구요. 또 스스로 조금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아직도 철이 없지만 조금 어른이 됐나보다 해요"라고 털어놨다.
"전 뮤지컬 한 길만 달려왔는데 사실 그 길이 제일 쉬웠어요. 우선 중학교 때부터 뮤지컬배우가 꿈이었다 보니까 그 때부터 준비를 했는데 꿈을 빨리 찾은 게 제 인생에 상당한 도움이 돼요. 조금 일찍 저한테 필요한 걸 공부하고 준비할 수 있었잖아요. 다른 친구들은 신데렐라처럼 처음부터 주인공 맡고 딱 됐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나름대로 진짜 열심히 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 열정과 노력이 정말 컸어요. 그랬기 때문에 좀 빨리 발탁이 된 것 같아요. 오히려 어리고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더 용기와 열정을 갖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뮤지컬배우 14년차인 현재는 정선아에게 어떤 시점일까. 그는 "항상 시점이란 게 없어요. 항상 새롭고 항상 떨리고, 이제 나이가 먹을수록 무대가 더 두려운 것 같아요. 지금은 매 공연마다 다른 것 같아요"라며 "항상 편하게 있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 안주할 수 없어요. 안주하고 싶어도 안주하게 되지도 않아요. 이제는 모든 즐거움을 느끼며 공연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한가지 꼭 약속할 수 있는 건 항상 무대에서 큰 에너지를 쏟겠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킹키부츠'는 지금 제 에너지를 완전히 쏟고 있어요. 내 자신이 누군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자신을 찾는 게 큰 메시지인 작품이잖아요.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힘을 주는 메시지가 상당히 강한 작품이니까 더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들 각자의 삶에서 자신을 찾고 사랑하길 바라요. 희망을 주는 뮤지컬이니 모두가 힘을 얻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킹키부츠'는 진짜 행복한 뮤지컬이에요."
뮤지컬 '킹키부츠'는 오는 2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배우 정선아.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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