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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75만달러(약8억2000만원).
피츠버그에 입단한 강정호가 매년 얻을 수 있는 옵션의 최고금액이다. 4년 보장계약이니 옵션만 최대 300만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흥미롭다. 타석수다. 강정호가 연간 475타석에 등장할 경우 7만5000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500타석, 525타석, 550타석을 채울 때마다 10만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심지어 575타석에 등장할 경우 17만5000달러를 더 받고, 600타석 이상 들어설 경우 20만달러를 더 받는다. 결국 강정호가 600타석을 채우면 옵션만 연간 75만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
강정호의 2015년과 2016년 연봉이 250만달러다. 연봉의 최고 3분의 1수준까지 옵션으로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 외신들은 강정호의 옵션내용을 소개하면서 타석수 외의 다른 기준은 거론하지 않았다. 다른 옵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피츠버그는 강정호가 앞으로 찍어낼 수많은 세부 성적 중에서 특히 타석수에 주목했다.
▲ 600타석 등장,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데 연간 600타석 돌파가 쉽지 않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서 600타석을 채운 선수는 단 75명. 단순계산상 팀당 2~3명. 대부분 각 팀의 간판타자였다. 쉽게 말해서 162경기 모두 출전해 3.7타석 이상 들어서야 한다. 풀타임 주전이 매 경기 3.7타석 나서는 건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엄청난 이동거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서 162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철인이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전 경기 가깝게 출전하면서도 4타석 정도는 꼬박 소화해야 시즌 막판 600타석에 도전할 수 있다.
피츠버그의 경우 지난해 단 1명만 600타석 이상 등장했다. 전체 39위에 오른 간판타자 앤드류 맥커친(648타석). 범위를 500타석 이상으로 좁히면 닐 워커(571타석), 조디 머셔(555타석) 조쉬 해리슨(550타석), 스탈링 마르테(545타석) 등 4명이 추가로 발견된다. 강정호가 옵션 최저 금액(7만5000달러)을 따내기 위해선 최소 475타석에 등장해야 하는데, 지난해 피츠버그서 위에 거론한 5명 외에 475타석을 채운 타자조차 단 1명도 없었다. 옵션 달성이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주전을 차지해야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피츠버그는 이들 5명에게 지난해 팀내 가장 많은 타격 기회를 줄 정도로 신뢰도가 높았다. 특히 워커와 머셔는 지난해 피츠버그 주전 키스톤콤비. 해리슨도 주전 3루수. 강정호가 주전으로 올라서려면 지난해 가장 신뢰가 높았던 선수들을 끌어내려야 한다. 피츠버그 언론이 아직 확실하게 검증이 되지 않은 강정호가 당장 머셔 혹은 다른 내야수들을 제치고 주전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는 건 이유가 있다.
▲돈잔치, 주전확보 시기가 관건
결론적으로 강정호가 보너스를 많이 받기 위해선 주전 확보를 최대한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 외신들은 강정호 계약에 마이너스 옵션이 걸려있다고 보도하진 않았다. 강정호로선 최소 475타석을 달성하지 못해도 딱히 손해 보는 건 없다. 결국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도전정신을 잘 알고 있는 피츠버그는 최대 600타석까지 옵션을 걸어 강정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강정호가 주전만 차지하면 600타석은 몰라도 500타석 이상 소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는 언제 피츠버그서 주전을 차지할 수 있을까. 피츠버그 언론들은 강정호 계약 전부터 꾸준히 간판 내야수들의 이적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언제 현실화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강정호가 피츠버그서 뛰는 동안 어떤 주전급 내야수가 이적할 경우 구단이 또 다른 거물급 내야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강정호의 주전 도약 시기는 향후 피츠버그 구단 수뇌부의 운영 플랜과 재정, 강정호와 경쟁자들의 성적 등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로선 철저한 준비만이 주전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주전확보 시점이 빠를수록 보너스도 많이 타낼 수 있다. 피츠버그의 타석수 옵션은 강정호 메이저리그 도전사에 건전한 당근이다. 달리 말해 강정호의 승부욕을 끌어올릴 수 있는 촉매제다.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피츠버그 홈페이지 캡쳐]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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