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농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삼성은 에이스 리오 라이온스를 오리온스에 넘겼다. 대신 가드 이호현과 찰스 가르시아를 받았다. 급에 맞지 않는 트레이드라는 논란이 일었다. 물론 삼성이 방경수를 라이온스와 함께 오리온스에 보내 형식상 2-2 트레이드이긴 했다. 하지만, 라이온스 반대급부로 받아온 선수들 치고는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진실이 드러났다. 삼성은 다음 시즌 신인드래프트 조건부 픽을 합의했다. 현행 신인드래프트 제도는 직전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준우승팀을 제외한 8팀이 등등한 확률로 추첨을 실시해 1~8순위를 결정한다. 어쨌든 오리온스가 삼성보다 1라운드 픽을 먼저 지명하게 되면, 두 팀이 지명권을 서로 맞바꾸기로 했다. 무조건 삼성이 오리온스보다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먼저 행사하는 것이다. 두 팀이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건, 추첨결과 삼성이 오리온스보다 1라운드 픽이 앞설 경우 자연스럽게 없었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성의 리빌딩 의지는 확고하게 드러났다. 라이온스 트레이드도 이해가 된다.
▲뒤늦은 리빌딩
사실 리빌딩 시기가 늦었다. 삼성은 과거 안준호 감독 시절 꼬박꼬박 6강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하지만, 꾸준히 중상위권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신인드래프트서 좋은 선수들을 선발하지 못했다. 그게 몇 시즌간 쌓이고 쌓이면서 리빌딩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일단 2011-2012시즌 김상준 전 감독 시절은 명백한 실패. 김동광 전 감독이 2012-2013시즌 팀을 6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놨다. 하지만, 일부 팀들의 저주기 논란으로 반사 이익을 받았다. 그리고 당시에도 팀은 무너진 상태였다. 김 전 감독은 2013-2014시즌 막판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물러났다. 뒤이어 이상민 감독이 올 시즌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은 이 감독과 3년 계약했다. 짧은 기간이 아니다. 이 감독과 구단은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리빌딩만이 해답이라는 것. 더구나 삼성 입장에서 이 감독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비록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은 아니지만, 현역 말년을 삼성에서 보냈다. 코치로 지도자 수업도 삼성에서 받았다. 삼성이 바라본 이 감독은 보통 농구인 1명의 가치가 아니다. 3년 계약했을 때부터 미래와 함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어떻게 진행될까
삼성은 8승30패로 최하위다. 이변이 없는 한 최종순위 역시 최하위가 유력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다음시즌 준비,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감독은 21일 KGC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리빌딩이 필요하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박재현, 임동섭, 김준일, 이호현 위주로 가야 한다”라고 했다. 일단 올 시즌 김준일을 확실히 건졌다. 보물이다. 또한, 가드 출신 이 감독은 이호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그는 “호현이가 속공 처리에 강점이 있다. 1번으로 쓰겠다”라고 했다. 경기운영에 부담을 갖고 있었던 박재현은 2번으로 돌리기로 했다. 이 감독은 “공격력을 살려주는 게 낫다고 본다”라고 했다. 팀에서 가장 취약한 3번에는 임동섭 위주로 가되, 추후 전력보강을 하기로 했다. 일단 임동섭의 부상이 회복되는 게 중요하다.
이 감독은 “신인드래프트에 좋은 포워드들이 있다”라고 했다. 리빌딩을 완성하기 위해선 냉정한 시각으로 좋은 신인을 적절히 뽑는 게 필수다. 올 가을 신인드래프트에는 대학 최고의 슈터 문성곤을 비롯해 한희원(경희대)이 프로의 문을 두드린다. 확실하진 않지만, 만약 연세대가 올해 3학년 중 톱클래스 기량을 지닌 장신포워드 최준용을 얼리엔트리로 내놓을 경우 황금어장이 형성된다. 이 감독은 욕심도 부렸다. “그 다음 해에 진짜 물건이 나오죠”라고 웃었다. 그 ‘물건’이란 올해 3학년, 내년 졸업반이 되는 대학 최강센터 이종현(고려대). 삼성이 지금 거론한 대학 간판들 중 1~2명만 품에 안아도 리빌딩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신인드래프트가 사실상 무작위 추첨으로 변질되면서 삼성은 마음고생이 있었다. 그러나 일단 라이온스 트레이드로 1라운드 상위지명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였다는 게 위안거리다.
물론, 선수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구단과 현장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일단 삼성은 각 포지션 별로 좋은 선수를 좀 더 모으는 정비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그 다음엔 이 감독과 구단의 합의 속 미래 희망이 있는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고 육성해야 한다. 이 감독은 “다음시즌부터 외국인선수 2명 동시 출전이 변수다. 만약 잘못 뽑으면 리빌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삼성의 리빌딩은 확실히 늦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상민 감독과 함께 출발선상에 섰다. 구단이 이 감독과 뜻이 같다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남은 계약기간 두 시즌 동안 이 감독을 팍팍 밀어주면 된다. 이 감독도 삼성에서의 잔여 두 시즌동안 지도자 인생을 걸고 리빌딩을 성공시킬자세가 갖춰졌다.
[이상민 감독(위), 삼성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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