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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마지막 촬영 끝나고 운건 '피노키오'가 처음이었어요"
배우 진경에게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는 참 신기한 작품이다.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을 넘어 사명감까지 갖게 만들었고,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 튀어나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만큼 '피노키오'는 진경의 연기 인생에 그야말로 한 획을 그었다.
진경은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때까지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는데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눈물이 났다. 사실 캐릭터를 떠나 보내는걸 되게 잘 한다. 연극할 때부터 그랬다. 다들 울어도 난 안 그랬는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나도 신기했다. 내가 '피노키오'에 굉장히 많이 애정이 있었구나. 내게 송차옥은 정말 남다른 캐릭터였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 있는 인물이었고 그래서 송차옥이라는 인물에 공감할 수 있었지 않나"라며 "어떤 인물을 통해 여러가지 생각할거리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 보람 있었다고 해야 되나. 마지막 촬영 때 흘린 그 눈물이 내 마음을 대변해준 것 같다"고 밝혔다.
"감격스럽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복합적인 것 같은데 정이 되게 많이 들었었다. 감사함도 있었고 감독님에 대한 감사함도 있었고, 해냈다는 뿌듯함도 있었을 거고 동료애를 좀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팀이었기 때문에 믿음이 갔다. 전작에서 워낙 증명 됐던 팀이라 부담도 없었다. 박신혜는 분위기 메이커였고 이종석은 애교가 진짜 많다. 팀워크가 워낙 좋아 분위기도 좋았고 지금 끝나고 나니 너무 그립다."
'피노키오' 출연 전부터 박혜련 작가에 대한 기대가 컸던 진경은 대본을 받을 때마다 경탄을 금치 못했다. 존경스러울 정도였고 '어떻게 이렇게 써내시지? 정말 대단하다'고 매번 생각했을 정도. 또 기본적인 틀 안에서 배우의 창조 영역은 건드리지 않고 맡겨주니 서로간의 신뢰는 더욱 두터웠다.
진경은 "처음 '피노키오' 대본을 보고 이건 꼭 해야 된다고 느꼈다. 내가 악역이긴 하지만 이 인물 자체가 그 당시 현실을 되게 반영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또 시대적인 것과 맞아 떨어지는 이슈가 되다 보니 떠올려지는 것들도 많았다"며 "그런 면에서 어떤 사명감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이거 꼭 해야 되겠구나' 생각했다. 시청자들에게 현실을 환기시킬 수 있는 역할이라는 생각에 내가 뭇매를 맞더라도 꼭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1회 대본만 봤을 때도 '피노키오'는 분명히 다른 드라마와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랑말랑한 멜로라인으로 빠진다거나 직업이 백그라운드로 그려지진 않을 거라 확신했다. 박혜련 작가의 치밀한 사전 조사를 보며 정말 심도 있게 그려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첫회가 방송 되고 나서 기사 밑에 댓글이 몇백개 달린걸 봤다. 과거 송차옥 기자의 이야기가 그려졌는데 드라마가 어쩌네, 저쩌네 이런게 아니라 사회적인 담론이 형성돼 있더라. 현실에 대입시켜 네티즌들이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뿌듯함을 느끼고 보람도 느꼈다. 작가님이 '우리 드라마의 유일한 악역이니 각오하세요'라고 해서 정말 각오를 많이 했었고 욕 먹을수록 좋겠다고 생각했다. 욕을 먹는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현실을 많이 인지한다는 것이지 않나."
진경은 '피노키오'에 대해 "망치로 얻어 맞는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배우로서 늘 꿈꿨던 역할이다. 배우로서 즐거움을 드리고 현실을 잊게 하는 것도 좋지만 뭔가 같이 생각하고 편견을 깨고, 그런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괜찮아, 사랑이야'에 이어 '피노키오'까지 하게 되니 내 스스로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진경은 "'괜찮아, 사랑이야'를 하면서 내가 힐링이 됐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들 이 드라마 하면서 같이 힐링이 됐었고 같이 편견이 깨졌다. '피노키오'도 마찬가지로 같이 분노하고 아파하면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걸까'를 생각하게 했다"며 "많은 분들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공감하는게 있었을거다.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미생'도 약간 현실적인 부분들을 많이 건드렸기 때문에 잘 됐다고 생각한다. '피노키오'도 마찬가지로 같이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경은 '피노키오'에서의 연기적인 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젊은 배우들과의 대면 장면에 대해 묻자 진경은 "이종석과는 논쟁을 펼치지 않았나. 처음에는 '내가 쟤랑 논쟁을 해야돼? 저 젊은 애랑?' 그랬다"며 웃은 뒤 "근데 딱 붙더라. 의외로 호흡이 잘 맞았다. 그래서 연기 할 때는 나이가 어리다는 생각은 안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 하나의 가치관과 하나의 가치관이 붙는다 생각했다. 기하명에게 끝까지 존댓말을 하는 것도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박신혜와의 모녀 연기도 처음엔 그렇게 큰 딸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 뿐더러 내가 과연 그런걸 느낄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근데 모성이 밖으로 나오는 신이 별로 없다가 갈수록 그런 느낌이 전달돼 나도 그 인물을 따라가게 됐다. 그래서 나도 놀란게 박회장(김해숙)이 딸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을 때 '제 딸은 왜'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김해숙 선생님이 나를 보며 대사를 할 때 심장이 덜컥 내려가는걸 느꼈다. 눈물이 나려고 해서 '내가 왜 이러지?' 했다. 눈물이 나올 신이 아니었는데 자연인 진경이 반응을 한 거다."
그 때부터 진경은 모성에 대해, 또 극중 딸과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갖게 됐다. 초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꿋꿋하게 있던 송차옥 앞에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딸이 나타나 괴롭히니 귀찮고 짜증났지만 점점 '딸이 나 같은 삶을 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아이러니하게 드러난 장면이었기 때문. 진경은 "나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감정이 덜컥 들어오는데 나도 깜짝 놀랐고 가슴이 축 내려 앉으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송차옥이 애써 부정하던 모성애가 조금씩 내 마음 속에 스며들어 오는 것을 느꼈을 때 정말 신기했다. 송차옥과 최인하의 모녀 관계는 동료애와 우정을 동반한 관계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깜짝 놀랐다. 가슴이 덜컥 내려 앉더라. '모성애가 이런건가보다' 했다. 김해숙 선생님이 그런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잘 해주시기도 했다."
[배우 진경.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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