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상위권 지형도가 꿈틀거린다.
KB의 5연승 초상승세. 결과보다는 과정이 훨씬 더 좋았다. 선두 우리은행을 2차례 연속 격파했다. 올스타브레이크 직후 2위 신한은행도 잡았다. 서동철 감독 특유의 세심한 게임플랜과 전술이 주효했다. 부임 만 2년이 된 서 감독이 KB에서 자신만의 농구를 활짝 꽃피웠다. 자연스럽게 KB의 경쟁력도 올라갔다.
서 감독 부임 전 KB는 평범한 중위권 팀이었다. 그러나 지금 KB는 확실히 달라졌다. 홍아란 심성영 등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키워냈다. 변연하 강아정 정미란 등 기존 주축 멤버들의 역량도 극대화했다. 실질적 첫 시즌이었던 2013-2014시즌에 정통 외국인 빅맨을 뽑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올 시즌에는 약점은 보완했고 강점은 키웠다. 이젠 상위권 지형도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내실을 갖췄다. 의미있는 5연승.
▲포지션 파괴는 계속된다
서 감독은 지난 시즌 토털바스켓을 내세웠다. 높이가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인 팀에 강점인 스피드와 외곽포를 강화한 전략. 흥미로웠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플레이오프서 신한은행의 높이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무너졌다. 서 감독은 재빨리 보완했다. 올 시즌 건실한 빅맨 비키바흐를 뽑았다. 1번 옵션으로 활용 중이다. KB는 여전히 승부처 리바운드 장악력에 취약점이 있지만, 지난해보다는 안정감이 생겼다.
이런 상황서 특유의 포지션 파괴 전략은 이어지고 있다. 완벽한 의미의 포지션 파괴는 아니다. 하지만, 경기운영에 강점을 지닌 정통 포인트가드가 사실상 없고, 김수연의 부상과 정선화의 이적으로 여전히 높이가 썩 좋지 않은 팀 컬러. 예를 들어 정미란이 수비는 4번을 소화하지만, 공격에선 사실상 외곽에서 3번 역할까지 완벽히 해내는 모습. 승부처에서 경기운영에 약점이 있는 홍아란이 2번 슈팅가드 역할을 맡아 공격적인 성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노련한 변연하에게 경기운영을 맡기는 전략.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포지션을 파괴한다.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전원 외곽포를 던지고, 전원 리바운드에 가담한다. 또, 시즌 초반 소심했던 쉐키나 스트릭렌의 파이터 기질이 되살아났다. 김한비 김민정 등 또 다른 젊은 피들의 성장 가능성까지 발견했다.
포지션 구분이 사실상 사라진 건 현대농구서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인상적인 건 서 감독이 실전을 통해 그 부작용을 극복하고 팀 조직력을 극대화한 점이다. 가드진의 패스센스가 좋은 편이 아닌 KB는 우리은행 존 프레스(지역방어를 하프코트 부근까지 올려서 실시하는 것)에 단골로 당했다. 하지만, 최근 2연속 승리 과정서 완벽한 패스플레이로 존 프레스를 가볍게 깨면서 승부처를 지배했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신한은행 역시 주득점원 카리마 크리스마스와 김단비를 스위치와 도움수비로 적절히 제어했다. 매치업에서 불리한 부분이 있었으나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이 살아있었다.
서 감독은 “최근 4쿼터에 강한 이유도 수비 덕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단골메뉴였던 드롭 존을 사실상 버리고 2-3 매치업 존 빈도를 높였다. 여기에 상대 특성을 감안해 트랩(함정수비)을 포함한 전술적 세밀함을 더했다. 높이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 대인방어의 싱싱함은 더욱 좋아졌다. 포지션 파괴와 세밀한 수비 전술이 돋보인다. KB 농구가 겉으로는 시원스러워 보이지만, 내실은 더 강해졌다. 경기력 자체가 업그레이드 됐다.
▲상위권 지형도 재편?
3위 KB는 5연승을 통해 중위권 경쟁자 삼성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4위 삼성에 3경기 앞섰다. 2위 신한은행에는 2경기 차로 다가섰다. 선두 우리은행과는 여전히 6경기 차. 당장 선두 우리은행과 2위 신한은행 추격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적절한 긴장관계를 형성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KBS 정태균 해설위원은 “KB가 상승세지만, 우리은행을 넘어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여전히 KB는 제공권에 약점이 있다. 체력부담이 있는 스피드 농구와 기복이 있는 외곽슛을 앞세운 공격이 마침표인 것도 사실이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선수도 있다. 하지만, KB는 최근 5연승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내성을 키웠다. 서 감독이 “매우 의미있는 5연승”이라고 강조한 이유.
플레이오프가 기대된다.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 안정권에 들어선 건 아니지만, 지금 경기력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단기전서도 쉽게 무너질 가능성은 낮다. 서 감독이 지도력을 인정 받는 이유는 지난해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팀 경기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우리은행 혹은 신한은행과 최후에 재미있는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뻔한 판도의 파괴. 여자농구에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다.
[KB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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