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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에서는 누구 하나 버릴 배역이 없었다. 신입 기자 4인방의 성장기를 그렸기 때문에 이와 함께할 듬직한 선배들이 있어야 했고, YGN과 MSC 두 방송국의 이야기, 각종 사건을 다뤄야 했던 만큼 다양한 인물이 등장했다.
이 가운데 MSC 방송국에서 돋보인 인물은 최인하(박신혜)와 서범조(조영광)의 선배 기자들. 그 중 김영훈이 연기한 이일주는 후배 기자들에게 나긋나긋하게 존댓말을 하면서도 뼈 있는 말로 후배들 군기를 잡는 선배였다.
김영훈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피노키오'는 정말 좋았던 드라마다.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같이 했던 사람들이 다 좋았다. 작품을 끝내고 나면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피노키오'는 그렇지 않다. 또 촬영해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입을 열었다.
▲ "젊은 친구들, 정말 잘 하더라"
'피노키오'는 유독 분위기가 좋았다. 박혜련 작가, 조수원 감독에 대한 배우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주요 배우들 역시 분위기를 이끌었다. 특히 이종석, 박신혜, 김영광, 이유비 등 젊은 배우들은 촬영장의 활력소가 됐고, 더 화기애애한 현장을 만들었다.
김영훈은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자칫 잘못하면 더 안 좋을 수도 있는데 박신혜, 이종석 이 친구들은 정말 잘 하더라. MSC 기자라 박신혜와 많이 붙었는데 선배들한테 정말 살갑게 하니까 오히려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며 "이 팀은 유달리 그랬다. 박신혜 뿐만 아니라 이종석도 그랬다. 주인공이라 시스템 자체가 워낙 피곤할 수 있는데 그런데도 먼저 잘 다가와 주니 분위기가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영광이도 극중 인물과 비슷하게 항상 웃고 다니고 (이)유비도 워낙 끼가 많아 선배들에게 장난도 잘 치고 분위기가 좋았다"며 "그러다 보니 드라마 분위기가 좋았다. 거기다 시청률도 나와 주니까 더 좋았다. 잘 마무리 돼서 종방연 때 다들 기분 좋게 얘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수원 감독님, 박혜련 작가님이 좋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조수원 감독님은 사람이 되게 좋다. 배우들에게 배려를 되게 많이 한다. 배우가 준비해온 것은 꼭 할 수 있게 해준다. 박혜련 작가님도 열정이 대단하다. 대본 리딩이 끝나면 대본에 포스트잇이 색깔별로 엄청 붙어 있다. 첫 대본 리딩 때도 배우들이 들어올 때마다 일일이 '감사합니다'라고 하셨고, 끝나고 밥 먹으러 가서도 배우들 자리에 하나 하나 다 찾아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더라."
▲ "기자의 삶, 쉽지 않더라"
김영훈은 '피노키오'에서 방송기자 역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처음엔 검찰청도 다니고 친한 형인 카메라 기자를 따라 다니면서 사전조사를 했다. 처음 시놉시스와 대본 1, 2회를 보고 그 디테일함에 '이래서 박혜련 작가구나'라고 생각한 김영훈은 그에 걸맞게 철저한 준비를 하려 노력했다.
그는 "대본이 정말 디테일하다. 나도 디테일하게 준비하려 했다. 드라마에서 일주가 의외로 코믹적인 부분들이 있었는데 작가님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잘 써주시기 때문에 그 안에서 믿고 움직였다"며 "작가님이 대본 리딩 때 '세게 막 말하는 장현규(민성욱)와 대비되게 더 나긋나긋하게 존댓말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부분들을 신경 쓰면서 했다"고 고백했다.
"준비할 때 정신과 치료를 받는 기자들도 꽤 많다고 들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거다. 기자의 삶이라는 게 다들 웃으며 이야기 하다가 사건이 있으면 이성적이게 해야 하고 긴장감이 장난 아니더라. 또 방송기자는 매일 리포팅 하면서 전달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더 어렵다. 작품 끝나고 보니까 박혜련 작가님이 그런 고충들을 안에 녹여줘서 약간 보람 있고 뿌듯했다. 대사를 통해서도 그런 것들이 잘 전해져서 다행이었다."
김영훈은 '피노키오'에서 다룬 기자 이야기, 그 안의 메시지와 완급조절에 만족하고 감탄했다. 그는 "기자 얘기가 이제까지 드라마로 잘 안 되는 소재였는데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판타지를 넣고, 픽션을 넣어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도 잘 조절해 주신 것 같다"며 "너무 무겁게만 가면 시청자들이 지칠 수 있으니까 코믹적인 소재도 중간에 잘 배치됐다. 그런 부분에서 난 김광규 선배와 함께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 "이일주의 내부 고발, 이것도 현실"
김광규와 코믹적인 부분을 녹여내려 했다면 극중 YGN 기자 장현규(민성욱), 카메라 기자 임재환(추수현)과는 나름 삼각관계 분위기를 형성하려 했다. 사실 초반 설정에는 이들의 삼각관계가 부각돼 있었지만 이야기 흐름상 초반 설정에서 빠져 김영훈, 민성욱, 추수현 셋이서 이야기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각자 관계에 대해 설정을 했다.
김영훈은 "서로 러브라인을 미묘하게 설정해서 했었다. 근데 웬걸. 한 번 하고나니 작가님이 그걸 보셨는지 조금 녹여져 있더라. 대놓고는 아니고 볼 때 '좀 좋아하나?' 이렇게 보는 것"이라며 "'얘는 얘를 좋아하나?' 우리끼리 고민하다 보니까 그런 신들이 보여진 것 같다. 마지막에 장딴지와 임재환은 결혼까지 하고. 나는 혼자가 되고. 그런 결말도 나오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러브라인과는 별개로 '피노키오'에서 기자 역을 연기하며 김영훈 역시 많은 생각을 했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고, 기자들의 아픔도 알게 됐다. 하지만 '피노키오'에서 이일주는 마지막 내부고발로 유일하게 나쁜 결말을 맡게 된 인물. 이로 인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김영훈은 "주위에서 '괜찮냐'며 안쓰러워 했는데 드라마에서 항상 좋은 사람만 있는건 아니니까 괜찮다. '일주 나쁜놈' 하면서도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하니까 이것도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일주도 살아야 하니까 그런 선택을 한 것 아니겠나. 다들 자신만의 소신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에서 계속 욕 먹는 캐릭터를 하다 보니 나도 나빠질까 되게 슬펐다.(웃음) 좋은 역만 하려고 배우를 하는건 아니지만 계속 나쁜놈을 하니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면 나도 그렇게 될 것 같더라. 이번에도 나쁜 역일 줄 몰랐는데 마지막에 내부고발을 해서 욕을 먹었다.(웃음) 근데 다양한 인물을 통해 드라마의 앙상블이 이뤄지는 것이니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래도 '피노키오'에서는 나중에 나빴어도 허당기가 있고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말도 걸어주시고 좋아해 주신다."
[배우 김영훈.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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