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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배우 공효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대부분의 스타 배우들 행보에는 공통점이 있다. 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연극 무대에서 연기 경력을 쌓은 뒤 드라마 및 영화로 진출, 이름과 연기력을 알린다. 이후 배우로서 안정기로 접어들즈음 앞서 쌓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광고 모델 활동을 하며 다수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 연기적인 활동은 뒤로 하고 오로지 광고로만 대중과 만나는 배우도 여럿 있다.
특히나 여배우들은 더 그렇다. 신인 시절부터 차근 차근 쌓아온 대중적 이미지와 매력으로 인정 받게 되고, 어느 정도 흥행작을 가지게 되면서 배우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으면 이후엔 각종 화보 및 광고 분야에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
하지만 여배우 공효진의 행보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 앞서 설명한 일부 배우들의 행보가 연극 무대-드라마 및 영화-광고 모델 순이라면 공효진은 그 반대다. 모델로 시작해 드라마 및 영화로 인정 받고 데뷔 1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과감한 행보를 보인 것.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가듯 공효진의 시간도 거꾸로 가는 듯 하다.
공효진은 각종 CF 및 잡지 모델로 활발히 할동하던 중 1999년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그녀만의 러블리한 이미지를 완성시키며 로코퀸으로 거듭나 그 누구도 부정 못할 '공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사랑스러운 '이미지' 자체만 있는 것도 아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메시지가 있는 굵직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진정한 배우로서의 소임도 다했다. 명실상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효진만의 브랜드가 생긴 것이다.
때문에 배우로서의 공효진은 그 자리만 유지해도 문제 없었다. 작품과 캐릭터에 있어 매번 신선한 도전을 거듭했고, 광고 모델이나 화보 등을 통해서도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기에 그것만으로고 공효진은 사랑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어떤 배우가 정적인 유지를 즐기랴. 공효진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이례적으로 데뷔 15년만에 연극에 도전했다. 심지어 단 두명이서 극을 이끌어가는 2인극 연극 '리타 Educating Rita'(이하 '리타')를 통해서다. 브라운관 및 스크린, 광고 및 화보를 통해 대중을 만났던 그녀가 400석이 조금 넘는 소극장을 통해 관객과 만나 날것 그대로의 연기를 펼치게 된 것이다.
자칫 배우로서 모든 것이 들통날 수도 있는 곳이 연극 무대기에 공효진의 과감한 도전은 업계는 물론 대중도 놀라게 했다. 배우로서 그리 특별하지 않을 도전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여타 배우들과는 다른 행보였기에 그 도전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박수 받기 충분했다.
그런데 공효진의 연극 도전이 출연 자체에만 박수 보낼 일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연극 무대 위에서 날것 그대로의 연기를 펼치는 배우 공효진은 확실히 기대 이상이다. 관객과의 보이지 않는 교감이 중요한 연극에서 공효진은 그녀만의 매력과 연기력으로 확실한 교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랑스러움은 물론이요, 극중 인물의 감정과 성장을 2시간동안 쫀쫀하게 표현한다.
연극배우로서의 공효진이 인정 받게된데에는 그녀의 숨은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일명 톱스타라 불리는 공효진이지만 연극에 도전하는 그녀는 그런 수식어를 버렸다. 연극 및 뮤지컬에 도전하는 일부 톱스타들이 특별 대우를 바라고 실제로 특별 대우를 받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과는 달리 다른 연극배우들처럼 똑같이 공연 전 연습을 위해 매일 대학로에 출근했다.
그러니 무대 위 공효진은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틀에 박힌 연기가 아니기에 더 신선하고,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이기에 더 반갑다. 그렇다고 스타 공효진과 무대 위 인물이 분리돼 보이는 부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대 위 공효진은 연극 '리타' 속 리타 그 자체다. 2인극의 쫄깃함도 그래서 더 흥미롭다.
이쯤 되면 관객의 입장에선 공효진의 거꾸로 가는 시간이 참 반갑다. 동안 미모가 유지되는 시간이 아니다.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가 여타 배우들과는 다르게 흘러가니 그 열정에 반가움이 앞선다.
한편 공효진이 출연중인 연극 '리타'는 주부 미용사 리타가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평생교육원에 입학해 그곳에서 권태로운 삶에 빠져있던 프랭크 교수를 만나 두 사람이 서로를 변화시켜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의 2인극. 공효진과 함께 강혜정이 리타 역을 맡았으며 프랭크 역 황재헌이 함께 출연한다. 오는 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배우 공효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수현재컴퍼니, 매니지먼트 숲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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