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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쎄시봉'은 제2의 '건축학개론'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2인 1역이라는 캐스팅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점이 비슷했고 잊지 못할 가슴시린 첫사랑의 기억을, 그것도 남성들이 더 좋아할 만하게 그려낼 것이란 점에서도 유사성을 띠었다. 또 추억의 명곡들이 흘러가는 OST가 아니라 영화 속에서 주요하게 쓰인다는 점에서도 '건축학개론'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쎄시봉'이 제2의 '건축학개론'이라는 평가를 얻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건축학개론'에는 있지만 '쎄시봉'에는 없는 가장 큰 한 가지. 후반부까지 관객들을 끌고 가는 '재미'가 없다.
'쎄시봉'을 재미있게 보고 싶다면? 20대 시절의 오근태(정우)와 민자영(한효주)가 헤어지는 순간 영화관을 나오길 추천한다. 물론 영화의 4분의 1 이상을 보지 못하게 되겠지만 그 편이 '쎄시봉'을 더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하게 만들어준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않을까.
'쎄시봉'은 20대 시절과 40대 시절을 보는 맛이 확실히 다른 영화다. 그리고 20대 시절은 재미있지만 40대 시절은 지루하다. 20대 시절 이들의 이야기는 위트가 넘친다. 그 시대를 주름잡던 무교동의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명곡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곳곳에 유머도 숨어 있다. 정우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부르는 순간 민자영에게 모두 드릴 수밖에 없는 오근태의 어설프지만 풋풋한, 그렇지만 오롯이 진심으로 가득 차있는 한 남자의 첫사랑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진실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그 때는 그런 시절이었다'며 왜 쎄시봉 친구들이 대마초에 연루되고, 그 과정에서 민자영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는지를 설명하면서부터 이들의 현실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을 더 돋보이게 만들기 보다는 예상 가능한 진부한 이야기로 김을 빼놓는다. 배우가 연기를 잘 해도 영화가 지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랑을 위한 오근태의 결정이 예상 외로 애틋하고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20대 시절의 이야기가 더욱 빛나 보인다.
'쎄시봉'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영화다. 음악도 들려줘야하고 아날로그적 감성도 건드려야 했으며 남자의 판타지적 사랑도 보여줘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성장도 그려냈으며, 없었으면 더 좋았을 뻔한 신파까지 담아내며 뒤로 갈수록 보는 이들을 지치게 만든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은 영화에도 적용되는 듯 하다. '쎄시봉'은 박수를 받을 만한 20대 시절에 더 집중하는 편이 더 좋았을 듯 하다.
또 그 시절, 젊음의 거리 무교동을 주름잡던 음악감상실 쎄시봉,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 한명의 뮤즈 그리고 잊지 못할 가슴 시린 첫사랑의 기억을 그린 영화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20대 시절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을 연기한 진구, 강하늘, 조복래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팬이라면 이들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다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이 영화는 민자영을 보고 한 눈에 반해 노래를 시작하게 된 오근태와 그의 뮤즈 민자영의 이야기라는 편이 더 정확하다. 내달 5일 개봉.
[영화 '쎄시봉'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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