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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사실 정혜성은 예명이다. 본명은 정은주다.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혜성이 됐다.
껌벅거리는 눈이 유난히 크다. 입을 오물오물 움직이며 얘기한다. "알아보는 사람이요? 아무도 없어요! 그냥 동네에서만 유명해요" 하고 "하하하" 크게 웃는다.
중학교 2학년 때 낯선 사람에게 "연락 달라"며 명함을 받았다. 유명 가요기획사였다. 어릴 때부터 성악을 공부했고, 치기 어린 마음에 가수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일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불호령이었다. "안돼!"
아버지가 둘째 딸을 허락한 건 17살 때다. 평소 지고지순하고, 내조 잘하던 어머니가 그날 처음 아버지에게 반대했다. 딸의 꿈을 막는다면 "가출할거야!"라고 소리 치는 어머니에 깜짝 놀란 아버지가 딸에게 한 수 졌다.
돌이켜보면 배우가 된 게 다 아버지 반대 덕이다. 가요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됐다면 틀림없이 지금도 데뷔 못하고 있었을 거다. "노래는 타고 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 아니에요. 성악이랑도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사실 춤을 못 춰요. 완전 몸치! 그런 대형기획사에선 저 같은 애를 절대 데뷔 안 시켜줬을 걸요."
18살 때 우연히 본 오디션으로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 출연했다. 그게 배우 인생 시작이다. "나이도 어리고 제가 연기라고 해 봤자 얼마나 잘했겠어요. 그저 부산 사투리 잘 써서 붙었나 봐요." 당연히 연기는 서툴렀다. 대신 연기의 재미를 배웠다.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때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나도 꼭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 받고 싶다.'"
지금이 한창 인정 받으러 가는 길이다. 붙임성도 좋고 애교도 가득하다. 최민수를 처음 본 순간을 "'라이온킹' 삼촌 사자 같은 '포스'로 대본 리딩 현장에 딱 앉아 계셨는데, 막상 촬영장에 가니까 너무 재미있고 아기 같은 거 있죠. 저보고 '띨띨이', '얼빵이'라고 부르셨어요"라고 말한다.
MBC '오만과 편견'이 종영하자마자 KBS 2TV '블러드' 촬영에 들어갔다. 힘든 건 전혀 없다며 웃어버린다. "사실 제가 주연은 아니라서요. 헤헤." 지난해 목표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기'였는데, 3주 쉬는 바람에 목표 달성 실패였다. 쉬면 아프단다. 몸살 나고, 눈에 다래끼 나고. 쉬면 또 뭐하겠냐고 되묻는다. "연기하는 게 좋아요."
뭐가 그렇게 좋을까, 연기란. "제 안에 많은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을 하나씩 꺼내서 극대화시키는 작업 같아요. 저만의 표현이고 누가 흉내 낼 수도 없는 작업."
배우 인생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두 번 있다. '오만과 편견' 촬영하는 내내. 이현주 작가가 유광미의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고 김진민 감독이 유광미를 살아 움직이게 했다. "제가 연기했다기보다는 감독님과 작가님이 광미를 만들어주셨어요. 전 그대로 따랐고."
그리고 김병욱 감독을 만난 순간이다. 김 감독의 tvN '감자별 2013QR3'에 비서 역할로 출연한 게 인생을 뒤바꿨다.
"사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고, '난 안 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 감독님이 딱 캐스팅해주셨어요. 많이 부족한 데도 제게 자꾸 기회도 주시고 챙겨주셨어요. 초반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단역이었는데 나중에는 한 에피소드 주인공까지 했어요. 정말 감사하죠. 감독님이 절 데뷔시켜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감자별' 덕분에 지금의 '오만과 편견'까지 이어올 수 있었으니까요."
('정혜성에 대한 오만 가지 편견'은 인터뷰②에서)
[배우 정혜성.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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