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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무대 위에서 윙크하고 요염하게 무용을 하던 한선천(25)은 없었다. 칭찬에 쑥스러워 하고 모든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순수 청년이 따로 없었다.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끼와 에너지는 자연스레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더 앞으로가 기대됐다.
무용수 한선천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인기 무용수로 무대를 주름 잡다 케이블채널 엠넷 '댄싱9'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그가 이번엔 뮤지컬배우에 도전하게 된 것.
어찌보면 이례적인 행보, 다르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행보다. 하지만 첫 뮤지컬부터 여장을 하며 파격 변신을 한 만큼 그의 첫 뮤지컬 도전은 다른 이들보다 더 주목할만 하다. 도전을 넘어 과감한 영역 확장의 시작을 알린 한선천을 만났다.
한선천이 출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구두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가 우연히 만난 드랙퀸 롤라에게 영감을 얻어 여장남자들이 신는 부츠로 재기를 꿈꾸는 실화를 바탕으로, 이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우정과 꿈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열정과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네 자신이 돼라'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롤라와 함께 하는 드랙퀸 엔젤 역을 맡은 한선천은 최근 진행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으니까 재밌게 하고 있다. 시작하기 전에는 굉장히 어려웠는데 지금은 매일 매일이 새로워 행복하다"고 입을 열었다.
▲ "'댄싱9' 이후 생각 넓어져 뮤지컬 도전"
무용수로 이름을 떨친 한선천이지만 뮤지컬 무대는 확실히 다르다. 추상적인 무용과는 달리 더 구체적인 연기와 디테일이 가미돼 초반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댄싱9'에 출연하며 생각의 범위가 넓어진 그였기에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쾌감이 더 신났다. 무용이라는 한 길만을 바라보던 그가 '댄싱9'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더 깨우치게 된 것이다.
한선천은 "'댄싱9' 이후 '댄싱9 갈라쇼'를 했었는데 그 때 만난 PD님이 '너한테 정말 잘 맞는 캐릭터가 있다'며 '킹키부츠'를 추천해 주셨다. 영화를 보고 엔젤 배역을 보고나서 '와. 진짜 이건 인생에 있어서 해보고 싶은 캐릭터다'라는 생각에 뮤지컬에 도전했다"며 "뮤지컬 '킹키부츠'에서의 엔젤은 각 개인마다 성격도 잘 살려져 있다. 단지 쇼걸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노래는 취미로 따라 부르기만 했지 전문적으로 배워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오디션 보기 한달 전부터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준비 했었는데 엔젤들이 부르는 음역들이 워낙 높아 생각한 것만큼 잘 되지는 않았다"며 "그래서 좀 힘들었는데 음악감독님이 내 목소리가 미성이라며 충분히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연습 때 음악감독님을 많이 괴롭히며 열심히 했다. 지금은 선배님들보다는 못하지만 계속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실 뮤지컬 들어가기 전에 걱정을 했었던 게 뮤지컬로서는 정말 신인으로서 들어가는 거고 많은 선배님들이 계시니까 분위기를 잘 모르지 않나. 무용을 10년 해왔지만 뮤지컬은 잘 모르니까 무서웠다. 근데 정말 편안한 분위기로 잘 해주셨다. 특히 우리 6명의 엔젤은 같이 트렌스젠더바도 가고 준비를 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댄싱9' 보고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셔서 팬들이 피드백도 많이 해주시는데 힘이 난다."
'댄싱9'은 한선천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생각을 넓게 해주기도 했고, 대중으로 하여금 무용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역할도 했다. 이에 한선천의 활동 영역 역시 자연스레 넓어졌다. '댄싱9'으로 만난 다른 무용수들 역시 값진 재산이다. 한선천은 "무용에 더 관심을 가져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이번에 '댄싱9' 멤버들도 몇 분 보러 왔는데 '그동안 어떻게 이 끼를 참고 살았냐'고 하더라"며 웃었다.
▲ "더 날씬하게, 좀 더 당당하게"
무용수로 살며 끼를 축적해 왔기 때문일까. 뮤지컬 무대에서의 한선천은 또 다른 끼를 발산한다. 우선 여자보다 더 예쁘고, 요염한 몸짓과 표정은 반하지 않고는 못배긴다. 그야말로 '시선강탈'이다. 이같은 칭찬에 한선천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쑥스러워 하면서도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예쁘다고 말씀 해주시더라"고 고백했다.
한선천은 "끼 부리는 연습을 하면서는 좀 어색했었는데 확실히 가발이랑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니까 저절로 나오더라. 즉흥적으로 다 나온다"며 웃은 뒤 "한 후배가 딱 보더니 '형이 내 이상형일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어쩜 그렇게 예쁘게 나오냐'고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방송댄스랑 재즈댄스는 예전에 배워서 괜찮았는데 드랙퀸이라는 역할이 좀 힘들긴 했다. 너무 여성적으로 가도 안 될 것 같았다. 뭔가 남성적인데 여성적인 걸 표현하는 게 조금 어렵더라. 어떻게 하면 중성적이면서 여성스러운 모습을 표현할까 굉장히 어렵더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근데 나도 그렇고 관객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준다. 그러면 어려움보다는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된다. 나중엔 정말 호응도가 다르다."
관객의 마음을 열고 호응을 이끌어내는 아름다운 드랙퀸이 되기까지. 한선천의 노력은 상당했다. 진한 화장은 물론 키힐에 비키니 몸매까지 드러내야 하기에 더 큰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힐 신고 춤을 추니 먹어도 먹어도 살이 빠지더라. 비키니를 입어야 하니 왁싱도 다 했다. 생전 처음으로 왁싱을 했는데 진짜 민망했다. 쑥스럽더라. 요염한 포즈는 패션 잡지를 보고 거울을 보며 많이 연구했다. 더 날씬해 보이고 좀 더 당당해 보이는 포즈를 지으려 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제는 무대에서 뭔가 더 보여주려고 하는 게 생겼다. 의상 피팅하고 다리가 짧아 보이면 '라인 조금 더 파주세요'라고 하고, '가발에 컬 좀 더 넣어 주세요'라고 할 때도 있다. 분장에도 신경을 쓴다.(웃음) 킬힐은 무용을 해와서인지 중심을 잘 잡아 빨리 적응했다. 근데 킬힐을 신고 워낙 테크닉이 많은 춤을 추다 보니 조금 무리가 오긴 하는데 최대한 안 다치려고 노력한다."
▲ "호기심 어린 아이처럼"
뮤지컬 무대에 조금씩 적응하며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한선천은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 종합 예술인으로 거듭나려 한다. 그는 "지금 나를 뮤지컬배우라고 말하기도 좀 그런 부분이 있다. 처음 뮤지컬을 해보는 거고 다른 분들보다 못하는 게 많다. 그래서 더 배워야 한다. 연기도 본격적으로 배울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예술 안에서의 다른 장르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합예술을 하려면 많은 분야를 경험해보고 직접 알아야 한다. 그에 대한 공부가 두렵지는 않다. 지금 굉장히 호기심이 많은 상태"라며 "워낙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 무용 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설치 미술, 연기, 노래, 사진 등에도 관심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그런걸 종합적으로 만드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다 거쳐야 되는 부분이니까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내 꿈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토록 예술적 재능과 호기심이 충만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무용수라는 한 길을 걸어왔던 때가 궁금했다. 한선천은 "누나가 먼저 재즈댄스 학원을 다녔다. 나는 구민회관 특별반을 다니며 취미 삼아 하다가 선생님이 '현대무용 해볼래?'라고 하셔서 6개월 정도 배우고 콩쿨에 나갔다. 근데 전체 대상을 받았고, 가족 모두가 '너는 이 길이다' 해서 중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워낙 어릴 때부터 누나 따라 춤을 추고 스트레칭도 하고 그래서 반감은 없었다. 사실 아빠는 복싱을 시키려고 하고 태권도도 다니게 했는데 그건 나랑 잘 안 맞았나보다. 근데 춤은 최대한 즐길 수 있고 정말 신났다"며 "누나도 지금 무용을 하는데 공연도 같이 했다. 몰랐는데 누나가 집안 형편 때문에 무용을 그만둔적이 있었다. 나 때문이었다. 누나가 밤마다 계속 울었다는 얘길 나중에 듣고 누나한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나와는 싸운적도 없다. 말다툼을 해도 음악을 틀어 놓으면 같이 춤추며 풀리고, 친하게 지낸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안 힘든 일은 없다. 각자 그 안에서 힘든게 다르다. 무용수로 살던 나도 그렇다. 사실 '댄싱9' 하기 전에 공연을 끊임 없이 하다 회의감이 들어 그만두고 미용 공부를 했다. 그러다 자격증 시험을 보기 전 '댄싱9' 공고를 보게 됐고, '이게 진짜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나가게 됐다. 근데 그 이후로 달라진 거다."
이어 한선천은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며 많은 것이 달라진 시점에 뮤지컬 '킹키부츠'를 만나 너무도 다행인 진심을 고백했다.
"'킹키부츠' 내용 자체가 어떻게 보면 다 무너져 가는 공장을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일으켜 세우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찾는 롤라의 모습도 있고.. 그게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찾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첫 뮤지컬이 '킹키부츠'라는게 정말 영광스럽고 행운이다. 이제 첫 발걸음인 만큼 두려워하지 않고 진짜 호기심 어린 아이처럼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듣고 많은 활동을 하겠다. 그러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오는 2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한선천.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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